김호곤vs허정무 '태극호 대권' 19년만의 리턴매치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2017. 6.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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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66)과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62).

올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들이다. 둘이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축구협회가 공개 발표회를 통해 대표팀 감독을 선발할 때도 맞붙은 적이 있다.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를 당한 뒤 차범근 전 감독을 경질한 협회는 공모 방식을 도입해 대표팀 감독을 뽑았다. 그때 이차만 전 대우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이 바로 김 부회장과 허 부총재였다. 대표팀 운영 방안 및 훈련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는 등 치열하게 경합했고, 2차 투표 끝에 허 부총재가 5-3으로 김 부회장을 따돌리고 대권을 잡았다.

김호곤 부회장(왼쪽)과 허정무 부총재.

그 후 19년의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또 한 번 맞붙게 됐다. 나이를 감안하면 두 사람 모두 마지막 기회여서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다.

지도자로서 두 사람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부총재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최초의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허 부총재를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올려놓은 업적이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은 사퇴하면서 “최종예선을 치열하게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레임의 힘은 크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필요한 다른 모든 자질들이 ‘최종예선 경험’이라는 프레임에 밀려났다. 다른 선택에 따르는 리스크가 엄청 커져버렸다. 이 프레임 덕분에 현역에서 은퇴했던 허 부총재가 기적처럼 부활했다.

김 부회장도 대표팀 감독이 공석이 될 때마다 하마평에 빠짐없이 오른 인물이다. 내세울 만한 성과도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개편 후 첫 무패 우승(10승 2무)을 일궈냈다.

스타일은 정반대다. 허 부총재가 강도 높은 훈련과 투쟁심을 강조하는 카리스마형 감독이라면 김 부회장은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리더십이 돋보이는 덕장형에 가깝다. 허 부총재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대폭 수렴하는 등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당시 주장이었던 박지성의 역할이 컸다.

경기 운영은 둘 모두 선수비 후공격 스타일로 비슷하다. 허 부총재는 너무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무승부가 많아 ‘허무축구’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수비축구를 발전시켜 ‘철퇴축구’로 업그레이드했다. 철퇴축구는 울산 현대 시절 수비를 두텁고 안정적으로 하면서 묵직한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김 부회장의 축구에 붙여진 별명이다. 김 부회장은 이 철퇴축구를 앞세워 아시아를 완벽하게 제패했다.

허 부총재의 최고 장점은 숨은 진주를 발굴해 내는 안목이다. 박지성, 이영표, 조용형 같은 선수들이 그를 통해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김 부회장 역시 수비수였던 김신욱을 공격수로 전환시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프로통산 기록은 김 부회장이 126승76무95패(승률 42.4%), 허 부총재가 121승128무113패(승률 33.4%).

두 사람 모두 현장을 오래 떠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허 부총재는 남아공월드컵 이후 인천을 맡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11위(2010), 13위(2011)에 그친 뒤 2012년 4월 자진사퇴했다.

김 부회장은 2013년 12월 포항에 승점 1점차로 역전 우승을 넘겨준 뒤 책임을 지고 울산 감독직을 사퇴했다. 이후 두 사람은 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아 행정가로 변신했다. 현장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과의 세대차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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