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안 발표.. 이통사 "법률적 검토" 등 고심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고, 월 2만원짜리 ‘보편 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놨다. 이동통신 업계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2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높이기로 했다. 4만원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선택약정 시 월 1만원의 요금을 할인받게 되는 셈이다.
현재 최신 고가 휴대전화의 경우 낮은 공시지원금 때문에 선택약정을 택하는 가입자가 많지만, 저가 휴대전화는 선택약정 할인보다 공시지원금을 받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상승하면,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 시 휴대전화 가격에 상관없이 선택약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통신비 절감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중·장기 인하 방안으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쓸 수 있는 보편 요금제 도입도 추진된다. 이는 현재 월 3만2230원의 요금제와 유사한 음성·데이터 제공량이다. 정부는 법률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보편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통사 간 요금 경쟁 유발을 위해 요금 인가제도 폐지된다.
이밖에 △버스 5만대와 1만1000여개 전국 초·중·고교에 20만개의 공공 와이파이 설치 △제조사와 통신사의 지원금을 나눠서 공시하는 분리공시제 등이 통신비 절감 대책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월 1만1000원 기본료 폐지’에는 못 미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연간 최대 4조6273억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이날 국정기획위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 2분과 위원은 “기본료 폐지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이통사의 요금 담합 여부도 조사 중이다. 최 위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시장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용역을 시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용역 결과는 5∼6개월 후쯤 나올 예정으로, 용역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15일 오후 통의동 국정기획위 앞에서 통신소비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4G를 포함한 보편적 요금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
통신비 인하 대책이 발표되자 이통사들은 정부가 사기업의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면서 “통신사는 이익을 내면 안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터무니없는 요금 인하 대책을 내놓고 앞으로 기본료 폐지까지 계속 논의한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모든 이통사들이 이번 인하안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할인율 상승으로 선택약정 가입자가 늘어나면 정부가 추산한 연 1조원보다 더 많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편 요금제는 더 큰 걱정거리다. 보편 요금제가 출시되면 상위 요금제의 가격이 줄줄이 낮아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에 보편 요금제 도입, 도매 대가 인하 등을 다 감당할 방법이 없다”며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공약 후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참여연대는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기본료 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국정기획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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