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특집 섬山+섬Bike | 자전거투어 르포] 섬 하나에 하나를 더하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월간산 글 · 김기환 차장 2017. 6.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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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가는 목포 달리도와 외달도 당일 자전거 투어

목포시 권역에는 작은 섬들이 여럿 있다. 목포대교로 뭍과 연결된 고하도와 허사도 역시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었다. 지금도 달리도, 율도, 외달도 등은 여전히 여객선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너무 가깝고 혹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이 섬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실 여행지로 삼기에는 섬의 규모가 분명 작다.

[월간산]외달도 서쪽 해변의 산책로를 달리는 자전거 동호인들. 2인승을 탄 황인석, 김진자씨 부부 뒤를 따르며 자전거 투어를 즐기는 김선자, 백은식씨.

그러나 이 섬들을 연결하는 배편을 이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두 개 또는 세 개의 섬을 하나로 엮어서 한 번에 돌아본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섬 내 이동이 불편한 작은 섬의 특성을 감안해 자전거를 준비해 이 섬들을 하루에 돌아보기로 했다. 이른바 ‘목포의 섬 자전거 투어’ 계획이다.

4월 초 기준으로 목포여객터미널에서 달리도, 율도, 외달도를 경유해 목포로 돌아오는 배는 하루에 네 번 뜬다. 첫 배로 달리도에 들어갔다가, 다음 배로 율도로 이동하고, 그 다음 배로 외달도를 돌아본 뒤, 마지막 배로 목포로 귀항하는 일정이 가능하다. 각 섬마다 세 시간씩 머물며 자전거 투어가 가능한 스케줄이다.

목포의 자전거 동호인 황인석(58), 김진자(56)씨 부부와 광주의 김선자(60)씨가 이번 목포의 섬 투어에 동행했다.

바다는 언제나 예측 불허

계획이 완벽해 보여도 언제나 모든 일이 생각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취재 답사를 다닐 때면 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안개가 문제였다. 목포항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첫 배를 타기 위해 꼭두새벽에 자전거를 몰고 나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여객터미널이 텅텅 비어 있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바닷가 해무海霧 때문에 모든 배편의 발이 묶인 것이다.

“오전에 안개가 걷힐 것 같은데, 정확한 출항 시각은 알 수 없으니 기다리셔야 합니다.”

부두에서 차량을 정리하던 직원에게 물어보니 첫 배 취소는 당연한 것이고, 두 번째 배도 안개가 걷히기 전에는 출항이 힘들다고 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개가 걷히고 오전 10시에 달리도~율도~외달도를 경유하는 첫 배가 떴다. 10시 반 배는 결항됐다. 배편이 줄었으니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세 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달리도와 유원지가 조성되어 있는 외달도만 돌아보기로 했다.

[월간산]시원한 풍광이 펼쳐지는 달리도 넘쪽 해안도로.

항구를 떠난 배는 목포대교 밑을 통과해 달리도로 향했다. 해는 중천에 떴지만 여전히 시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섬이 가까워지자 안개가 걷히며 하늘이 맑아졌다. 배가 떠난 지 20여 분 만에 달리도에 도착했다. 차량 두 대와 주민 몇 명이 내린 것이 끝이었다. 목포에서 가까운 곳인데 너무 한적하고 조용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볼거리 많은 달리도

선착장 앞의 커다란 달리도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자전거 투어를 시작했다. 남쪽으로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서서히 이동했다. 길옆 축대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에서 여행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km 정도 바닷가 도로를 따르다 왼쪽에 보이는 염전 샛길로 방향을 틀었다. 김양식장이 가득한 바다와 황토빛 염전 사이를 달리는 재미가 남다른 구간이었다. 염전이 끝나는 곳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니 작은 선착장이 나왔다. 목포신항이 정면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바닷가에서 기분을 전환한 뒤 자전거를 돌려 태양광발전소 옆의 작은 고개를 넘었다. 이제 도로는 달리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휘어지며 연결됐다. 왼쪽으로 초록색 바다를 끼고 난 산길은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급사면 산자락에 조성되어 막힘없이 시야가 터졌다. 하지만 엽전 같은 형태의 커다란 보도블록이 문제였다. 블록 사이의 틈이 너무 넓어 자전거 바퀴가 제대로 구르기 힘들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틈이 넓고 깊은 곳도 많았다. 멋을 부린 것까지는 좋지만 실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가 아쉬웠다.

해안도로 중간의 정자에서 바다 건너 해남군 화원면에 있는 목포구등대木浦口燈臺를 조망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등대는 일본이 본격적인 대륙 진출을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1908년 목포항의 관문인 화원반도 끝자락에 축조한 것이다. 2008년 등록문화재 제379호로 지정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정자에서 만난 ‘달리도 지킴이’ 김대욱씨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달리도는 보물 같은 섬”이라며, “다랑이논이 있었던 자연습지와 이순신 장군 유적지인 산성, 목포시 지정 보호수, 연리지 등 볼거리가 많다”고 했다. 그가 말한 명소들을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았다. 아쉽지만 산성과 자연습지 탐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곳의 한적한 산비탈에 제법 큰 오토캠핑장이 조성되고 있었다. 널찍한 야영데크와 편의시설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의 외진 바닷가에 이런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 의외였다. 달리도를 개발하려는 목포시의 의지가 만만치 않음이 분명했다.

오토캠핑장 조성지에서 비탈길을 통과해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넓은 주차장과 정자가 나타났다. 바다 조망이 시원한 이곳에서 숨을 돌리며 달리도 주변을 감상했다. 이 고갯마루에서 금성산(139m)과 사제산(139m) 정상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시작된다.

[월간산]대나무 숲이 우거진 외달도 서안의 탐방로.

산꼭대기에 올라 달리도 주변을 조망하고 싶었지만, 외달도로 가는 배 시간 때문에 서둘러 마을로 돌아와야 했다. 달리도는 캠핑을 즐기며 여유 있게 돌아봐도 좋을 섬이었다.

목포에서 들어온 배에 자전거를 싣고 객실로 갔다. 산을 오르내리며 세 시간 정도 여기 저기 돌아다녔더니 살짝 피곤했기 때문이다. 잠시 마룻바닥에 누워 눈을 붙이고 꿀맛 같은 잠을 청했다. 그 사이 배는 율도를 거쳐 외달도를 향해 이동했다.

작지만 예쁜 섬 외달도

외달도는 면적이 0.42㎢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길을 따라 섬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곳이다. 하지만 이 섬은 ‘사랑의 섬’ 유원지화 사업을 통해 관광지로 개발되어 볼거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해수욕장과 수영장, 민박, 산책로, 전망대 등 편의시설 잘 갖추고 있는 것도 외달도의 장점이다.

선착장에서 보이는 해수풀장 옆의 솔숲으로 이동해 배낭 속의 도시락을 꺼냈다. 작은 섬들이라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을 찾기 힘든 데다, 배 시간에 쫓겨 점심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컵라면과 김밥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우고 커피까지 한 잔 했다. 햇볕 따뜻하고 배가 부르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외달도 탐사에 들어갔다. 섬 가운데를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가니 넓은 정원이 나타났다. 관리가 안 됐는지 풀이 무성한 정원을 돌아본 뒤 서쪽 외달도해수욕장으로 내려섰다. 자그마한 모래밭이 형성된 해수욕장은 성수기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라 아직은 섬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해수욕장에서 남서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타고 진행했다. 한동안 이어지던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호젓한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데크길이 시작됐다. 걷기 편하고 자전거 타기도 좋은 멋진 구간이었다. 섬 서쪽 끝의 등대를 보고 긴 계단을 내려서니 외달도 남쪽 선착장이 나타났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타고 해수풀장 옆의 선착장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역시 규모가 작은 외달도는 도보답사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목포의 작은 섬 여러 곳을 이어서 돌아보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섬 내 이동 거리가 길지 않아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를 탈 때 자전거 요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역시 작은 섬은 자전거다.

[월간산]1 달리도 해안도로를 지나고 있는 취재팀. 바다 건너 멀리 목포신항이 보인다. 2 외달도 해수욕장 북쪽의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취재팀.

자전거 여행 정보

세 섬 순환운행하는 여객선 이용해 접근

목포항에서 떠나는 목포의 작은 섬은 달리도, 율도, 외달도 총 세 곳이다. 이 섬들을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운항하는 노선을 이용하면 세 섬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현재 세 시간마다 배가 다니고 있으니, 한 섬에서 세 시간씩 머물며 자전거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경유하는 섬을 줄이고 머무는 섬에서 시간을 늘리면 된다. 외달도에서 오후 5시20분에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타면 목포로 돌아오는 데 지장없다.

음식과 식수는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편하다. 정식 캠핑장은 아직 없으나 야영할 만한 장소는 많다. 캠핑을 한다면 뒷정리를 깨끗이 하고 쓰레기는 반드시 가지고 나와야 한다.

찾아가는 길(지역번호 061)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KTX 열차가 하루 16회(첫차 05:20, 막차 22:15) 운행한다. 요금 5만2,800원. 약 2시간 30분. 무궁화호와 ITX_새마을 열차도 다닌다.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목포 직행버스는 하루 24회(첫차 05:35, 막차 23:55) 운행. 요금 우등 3만400원, 약 4시간.

[월간산]1 외달도 남서쪽의 등대. 2 해무가 짙게 깔린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달리도, 율도, 외달도를 운행하는 신진해운 여객선은 하절기(3~10월) 기준 하루 4회(07:00, 10:30, 13:30, 16:30) 목포항에서 출항하며, 달리도와 율도를 거쳐 외달로 간다. 외달도 출발 시각은 07:50, 11:20, 14:20, 17:20으로 다시 율도와 달리도를 거쳐 목포항으로 간다.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신진해운(244-0522)에 문의.

숙식

달리도에는 상시 운영하는 식당이나 민박집이 거의 없다. 달리도 지킴이 김대욱씨(010-3335-5524)에게 문의하면 숙식과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외달도에는 민박집과 식당이 여럿 있다. 바닷가민박(246-2650), 사랑민박(261-0117), 외달도 한옥민박(010-7257-7597) 등. 식당은 대부분 주말이나 성수기에만 문을 연다. 상시 운영하는 곳은 촌장민박횟집(262-3251, www.solosum-king.com

) 정도다.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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