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명물 | 대구드림산악회 김상균 산행대장] "뚝심으로 산을 오르고 뚝심으로 산을 직장삼았지예"

월간산 글 손수원 기자 2017. 6.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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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위해 산 다니다가 안내산악회·트레킹여행사 차려
늘 직접 답사하고 새로운 코스 개발.. 희귀병 어린이 돕기에도 열심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더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다.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산에 빠져 직업 자체를 바꾸었다면? 대구드림산악회 김상균(44) 산행대장의 첫 인상은 ‘우직함’이었다. 큰 키에 우람한 체격. 운동선수라고 해도 믿을 만한 그에게서 ‘대구 싸나이’의 포스가 풍겼다. 근성 없이 산을 다니겠냐마는 ‘뚝심으로 산을 다녔다’는 말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월간산]김 대장은 해외트레킹 전문 여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몽블랑 트레킹 중 발므 언덕으로 올라가는 중.

살 빼려고 산행, 6개월 만에 58kg 빼

“12년 전인 2005년 즈음인 것 같아요. 당시 제가 186cm의 키에 몸무게가 140kg이나 나갔어요. 덩치가 워낙 커서 별명이 ‘지리산 곰’이었어요. 씨름선수냐고 하는 오해도 많이 받았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무릎이 아파서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위해 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겉모습으로 보기에는 ‘야생이 좋아서’, ‘무성한 산길을 개척하는 재미가 있어서’ 같은 ‘거친’ 이유가 어울릴 듯한데 의외로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하니 그의 웃는 얼굴에 귀여움이 살짝 내비치기도 한다.

‘대구 싸나이’답게 한 번 한 결심을 철저하게 지켰다. 거의 매일 팔공산과 앞산을 올랐다. 한번 오르면 8~9시간은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점차 산행시간이 줄어들었고 힘도 덜 들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죽어라 산에 다닌 결과 몸무게를 82kg으로 줄였다. 무려 58kg의 살을 뺀 것이다.

“단기간에 너무 살을 많이 빼니까 기력이 딸리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동안 10kg 정도 살을 찌웠어요. 아직까지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에 맛을 들이자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산을 떠날 수 없었다. 산에 다니지 않으면 몸살이 날 정도였다.

“제가 화천의 이기자부대에서 수색대 생활을 했거든요. 그때 산을 많이 다녔지요. 그때 독도법 같은 산행지식도 익혔고요. 그래서 산을 다니는 게 생소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참 산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생 산을 직장 삼아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그때쯤 했어요.” 

원래 양계업을 하던 그는 사업을 접고 대구지역 모 산악회의 산행대장으로 들어가 진주 가좌산책로(등산로)와 무학산 둘레길 등의 산과 걷기 길을 답사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2010년에 직접 ‘대구드림산악회(www.gogotour.co.kr

)’라는 안내산악회와 ‘드림마운틴투어’라는 국내외트레킹 전문 여행사를 차렸다.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이 한창 만들어지는 시기였어요. 저는 이 두 길을 주로 답사해서 대구 지역에 알렸어요. 운이 좋았던 게 당시 최고 인기 TV프로그램이던 ‘1박2일’에서 2009년에 제주올레 편을, 2010년에는 지리산둘레길 편을 방송했어요. 방송 이후 ‘거기 어떻게 가냐’는 문의가 폭주했죠.”

기회는 자신의 노력으로 잡았을 때 성공으로 이어지는 법, 운도 따랐지만 김 대장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평생 할 고생을 그때 다한 것 같아요.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산 답사를 다니고 직접 손으로 전단지를 써서 산에 가서 돌렸어요. 주말마다 서너 시간씩 운전하고 서울에 올라와 손님들을 환송하고 친한 산행대장들과 만나 사업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죠. 회사 차리고 4년 동안은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이렇게 하다 보니 4년째 되던 해부터 ‘이제 점점 자리를 잡아 가는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평일에는 평균 3~4대, 주말과 공휴일에는 10대 이상의 버스를 내보낸다고 한다. 대구지역에서 이 정도면 꽤 실적이 좋은 편이다. 금강소나무 숲길 상품, 청량산 산사음악회 상품을 처음 선보인 것도 바로 김 대장이다. 그를 여러 해 지켜봐온 동료 산행대장들은 하나같이 “김 대장이라면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어요. 절대로 똑같은 코스의 상품을 손님에게 내지 않겠다는 겁니다. 같은 산이라도 수시로 코스를 바꿔요. 어느 해는 이쪽 코스를 했다가 어느 해는 또 다른 코스로 바꾸고. 해마다 단풍 드는 시기도 다르고 꽃 피는 장소도 조금씩 달라지잖아요. 새로 개방되는 멋진 등산로도 있고요.”

김 대장은 늘 미리 답사하고 새로운 코스를 선보인다. 덕분에 단골손님들은 “같은 산으로 가는 여행상품이라도 늘 처음 가는 것처럼 새롭다”는 칭찬을 많이 한단다. 김 대장은 “손님들의 요구가 있기 전에 미리 새로운 코스를 선보였던 것이 7년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4년 동안은 잠잘 시간도 없이 일을 했고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지만 여전히 보통의 남편아빠처럼 주말마다 가족과 같이 지내지는 못한다고 한다. 김 대장은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준 사람이 바로 아내’라고 했다.

[월간산]취미로 산에 다니기 시작해 산이 너무 좋아 아예 산을 직장 삼아 버린 김상균 대장. 우직하게 일하며 산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가 밖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절대 뭐라고 하지 않아요. 누구보다 제가 딴 짓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요. 산 답사를 하면서 일정이 늘어나 집에 못 들어간다고 전화해도 전혀 화내지 않았어요. 물론 섭섭하겠죠. 왜 안 그렇겠어요. 그래서 더 고마워요.”

김 대장은 앞으로 오지의 산과 대간, 지맥에 속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산을 다니며 행복한 인생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누군가도 자신이 소개하는 산을 다니면서 더욱 즐거운 인생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희귀병 앓는 아이들 돕는 소망도

그의 바람은 또 하나 있다. 아픈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다.

“아는 분의 아들이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걸 봤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힘들더군요. 그래서 사업이 잘되면 소아암이나 심장병,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돕겠다고 다짐했죠. 마침 재능기부와 자원봉사 등을 오랫동안 해오고 계신 가수 ‘수와 진(안상수, 안상진)’을 알게 되어 (사)사랑더하기 재단과 함께 작게나마 기부를 하고 있어요.”

산을 알게 되며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많았다는 김상균 대장은 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취미든 직장이든 간에 그의 제2의 인생은 산과 함께 쭉 같이 갈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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