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특집 섬山+섬Bike | 진도 지력산 르포] 거친 암봉에서 만난 깊은 바위 골짜기의 매력

글 월간산 김기환 차장 입력 2017. 6.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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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임도와 잡목 숲 주능선의 대조.. 계곡 구경 위해 발품 팔아야

4월 초, 일찌감치 봄이 찾아든 남녘의 섬 진도를 찾았다. 입춘이 지난 지 오래지만 울돌목에 부는 바닷바람은 여전히 차고 날카로웠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는지, 도로 변에 만발한 벚꽃이 먼 길을 달려온 서울의 나그네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역시 봄을 제대로 느끼려면 남쪽 바다의 섬 산행이 제격이다.

[월간산]지력산 정상부 바위지대를 오르고 있는 임지웅씨.

“아이고! 예전에 혼가 가다가 길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내려와서 고생했던 곳입니다. 그때는 길이 상당히 거칠던데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목포 산꾼 임연택씨에게 진도 지력산智力山·327.6m 이야기를 꺼냈더니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지력산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 때문이었다. 몇 해 전 진도의 산을 순례할 때 지력산이 가장 어려웠다고 기억했다. 진도군에서 이정표까지 세워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산길이 희미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암봉에 올라 보는 풍경은 괜찮은 곳이라는 설명에 용기를 얻고 배낭을 꾸렸다.

태생적으로 지력산은 진도의 산행 대상지 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바로 옆에 동석산이라는 걸출한 바위산이 솟아 있는 데다, 진도의 대표 산행지 첨찰산과 여귀산 등이 지척이니 말이다. 자연스레 진도 지역의 다른 산에 비해 등산객도 적은 편이다.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온 산행기를 검색해도 지력산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개인이나 산줄기 종주팀이 올려둔 기록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하기 어려운 거친 바위산

“넓은 임도가 산자락에 나 있어서 산행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능선을 따라 여러 개의 암봉이 도드라지게 솟아 있어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임연택, 임지웅씨 부자와 지력산 이야기를 나누며 진도대교를 건넜다. 시골길 옆의 푸른 기운이 감도는 들녘에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깔끔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지산면 소재지를 거쳐 작은 고개를 넘으니 아담한 와우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수지 바로 옆에 지력산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서 수월하게 산행기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차단기를 지나 임도를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산길 오른쪽으로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짙은 숲이 병풍처럼 도열했다. 그리고 그 산자락 위로 지력산 남쪽 줄기를 형성한 암봉들이 경쟁하듯 솟아 있었다. 언뜻 봐도 거칠기 그지없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 봉우리들이었다.

[월간산]지력산 계곡물이 모여 형성된 와우리의 저수지.

“지력산은 암반 속에 형성된 깊은 계곡도 좋은 볼거리입니다. 여러 개의 폭포가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고 있어서 비가 내린 직후 찾으면 멋진 물줄기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수량이 많으면 위험하니 조심해야겠지요.”

서서히 임도의 고도가 높아지며 서쪽으로 지산면 와우리 일대의 논밭 풍광이 펼쳐졌다. 그 뒤로 동석산 줄기의 바위 봉우리들이 화려한 하늘금을 그려냈다. 임도 바로 밑에는 지력산 암반을 흘러 내린 초록빛 물이 가득한 계곡형 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갈수기인 봄철이지만 바위산 밑 저수지의 풍부한 수량이 놀라웠다. 봄꽃과 어우러진 산길 주변의 분위기가 마음을 넉넉하게 했다.

지력산은 등산로 안내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 아니다. 국립공원이나 도시 근교산의 촘촘한 이정표에 익숙한 이들은 당황하기 십상이다. 듬성듬성 표지 리본이 붙어 있긴 하지만 원하는 산행을 위해서는 지형도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필수다. 스마트폰 앱으로 위치를 파악하며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력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를 걷는 것은 편하지만 지루하다. 이곳의 특징 있는 볼거리들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임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력산 산행의 첫 번째 포인트는 저수지로 이어지는 암반으로 형성된 계곡탐승이다. 그런데 임도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가장 확실한 길은 임도 입구에서 1.5km 거리의 산불방지용 무인감시탑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암릉을 타고 계곡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곳은 잡목이 거의 없는 바위지대라 이동이 손쉬운 것이 장점이다.

“와! 생각보다 물이 많고 맛도 괜찮은데요.”

널찍한 치마바위를 타고 계곡에 내려선 임지웅씨가 물 한 모금을 들이켜더니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인 짧은 골짜기치고는 수량이 많고 물도 시원했다. 바위산을 두 동강 내며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조금 내려서니 작은 탕을 품고 있는 폭포가 줄지어 나타났다.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에 비할 규모는 아니지만, 블로그에서 본 ‘칠선녀폭포’라는 명칭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폭포와 찰랑거리는 탕을 구경하면서 눈과 가슴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지력산 바위 골짜기 구경을 마치고 다시 임도로 돌아왔다. 계곡 상류로 이어진 제대로 된 길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계속 임도를 타고 고도를 높이며 북쪽으로 이동했다. 굽이치며 산을 타고 오르는 비포장길은 작은 고갯마루로 이어졌다. 지력산 정상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한다.

좋은 조망 그러나 가시밭길

[월간산]1 임도 변에 만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2 풀숲에 숨어 있는 지력산 노루귀.

숲으로 접어드니 진행이 조금 느려졌다. 산길은 뚜렷했지만 잡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몸을 숙이고 손으로 가지를 치우며 나아가는 과정이 반복됐다. 번거롭긴 했지만 길을 잃을 수준은 아니었다. 중간의 바위지대에는 밧줄도 설치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다니진 않았지만 족적이 지워질 정도로 버려진 등산로로 보기 힘들었다.

빽빽한 숲과 바위지대를 통과해 비교적 완만한 지형의 지력산 정상에 섰다. 이정표는 없었고 수풀 속에 숨은 작은 삼각점이 보였다. 지형도 상의 높이는 해발 327.6m로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도드라진 바위산이라 조망이 탁월하다. 특히 북쪽으로 보이는 바다 조망이 환상적이었다. 장산, 가사, 하의, 신의도를 배경으로 주지도, 양덕도, 고사도, 광대섬 등 많은 섬들이 떠 있는 푸른 다도해는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면 큰 어려움 없이 산행할 수 있을 텐데, 지난번에 왔을 때는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바위가 가득한 정상부에 도착한 임연택씨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그의 경험은 착각이 아니었다. 정상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북동쪽으로 뻗은 주능선에 접어드니 상황이 돌변했다. 산길의 흔적은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거의 정글 수준의 잡목지대가 계속됐다. 온몸을 찌르고 할퀴는 가시덤불에 신경이 곤두서며 진행이 느려졌다. 산줄기 종주대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전형적인 가시밭 능선이었다. 전망이 터지는 바위지대가 수시로 나타났지만 조망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지력산 정상에서 임도 상의 지력재까지 약 2.5km 구간을 통과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저 자그마한 봉우리 세 개를 넘는 완만한 구간이었는데도 체력과 시간 소모가 엄청났다. 온몸이 긁혀 옷이 엉망이 된 데다 몸도 힘들었다. 차라리 정상을 밟은 뒤 다시 올라온 길로 임도로 내려서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을 거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길을 잃지 않고 계획한 능선을 개척등반하듯 완주했다. 임도가 지나가는 지력재에 도착하니 일행 모두 녹초가 됐다. 이 고개에서 계속 능선을 이어가 빼족산(300.3m)과 해산봉(250.5m)을 거쳐 금노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숲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가시덤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무리였다. 널찍한 임도를 타고 다시 와우저수지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지력산은 바위가 많아서 조망이 좋고 계곡도 볼 만한 곳입니다. 등산로 정비만 조금 해주면 수월하게 산행이 가능할 텐데 아쉽네요. 여름에 숲이 짙어지면 주능선은 포기하고 임도 위주로 산행코스를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산행을 마친 임연택씨가 가시덤불에 만신창이가 된 다리를 어루만지며 지력산을 올려다봤다. 그의 표정 속에서 스치는 듯 지나가는 미련을 읽을 수 있었다. 조금만 손보면 좋은 산행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지닌 곳이기에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언젠가 까탈스런 지력산 주능선도 등산객의 발길로 붐비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옆 동석산이 불과 10년 사이 그렇게 됐던 것처럼.

코스가이드

[월간산]커다란 화강암 암반을 가르며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임도 옆 암반 골짜기와 정상 답사는 필수

지력산 산행 기점은 지산면 와우리의 와우저수지다. 이곳에서 시작된 6km 길이의 임도가 산자락을 끼고 돌아 북쪽 보전리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이 임도만 따라 걸으면 지력산의 핵심 경관인 계곡 암반지대는 물론 정상에도 오를 수 없다. 임도 중간 지점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서 폭포와 탕을 돌아보고 오는 일정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임도 초입에서 1.5km 떨어진 산불방지용 무인감시탑에서 쉽게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하류 방향으로 500m 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 된다.

지력산 정상을 밟으려면 입구 차단기에서 2.5km 거리의 안부에서 오른쪽 능선길을 이용한다. 희미한 숲길을 따라 약 1.2km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이 능선 중간에 조망이 터지는 바위지대를 거치게 된다.

지력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주능선은 가시덤불이 많아 진행이 쉽지 않다. 중간에 조망 좋은 봉우리가 몇 개 있지만 한여름에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표지리본과 흰색 페인트를 칠해 둔 나무를 이정표 삼아 이동하면 된다. 하지만 등산로가 정비되기 전까지는 임도 위주로 짜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력산 북쪽으로 뻗은 주능선은 지력재에서 임도와 다시 만난다. 이 임도는 북쪽 보전리로 넘어간다. 지력재에서 계속 주능선을 타고 빼족산과 해산봉을 거쳐 금노마을로 하산할 수도 있다. 이 코스는 약 3.5km 거리로 고도변화가 심하고 바위가 많아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지력재에서 와우저수지까지 임도를 걷는 거리보다는 짧지만 덤불숲을 통과해야 한다. 선택은 자유다.

와우저수지 출발, 임도 차단기~무인감시탑~계곡~임도~ 고갯마루~정상~ 북쪽 주능선~지력재~임도~와우저수지 원점회귀 산행은 약 12km 거리로 4시간30분~5시간이 소요된다. 지력재에서 계속 주능선을 타고 빼족산~ 해산봉~금노마을로 산행을 이을 경우 총 9km 거리로 5~6시간 소요된다.

명소

금골산 - ‘진도의 금강’이라 불리는 곳

[월간산]1 ‘진도의 금강’이라 불리는 금골산. 2 가시덤불을 뚫고 나온 뒤 엉망이 된 임연택씨의 다리. 3 좁은 암릉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취재팀. 4 계곡물을 마시고 있는 임지웅씨.

진도대교를 넘어 진도읍 방향으로 5분쯤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기묘한 형상의 산이 보인다. ‘진도의 금강’이라 불리고 있는 금골산이다.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있고 높이는 198m로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산 위에는 세 개의 석굴이 있는데, 맨 왼쪽 굴 북쪽 벽에는 1470년 전후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좌우 3.5m 크기의 미륵불이 있다. 산 아래 자리한 아담한 학교에 있는 보물 제529호 금골산 오층석탑은 진도의 기나긴 연륜을 대변한다.

남도석성 - 고려시대 대몽항쟁의 유적

고려 원종 때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진도로 남하해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고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곳이다. 5m 높이의 석성이 민가를 사각형으로 빙 두르고 있다. 총 길이는 610m로 잠깐 시간 내서 한 바퀴 돌아봐도 부담이 없다. 성벽 위로 계단이 연결돼 있다. 성 안에 옛 관아가 복원돼 있다. 성 바깥의 개울에는 수백 년도 더 됐다는 홍교와 150년 된 쌍홍교가 걸쳐 있다.

지력산

327.6m

전남 진도군

산행 거리

[월간산]진도 지력산 등산지도편안한 임도를 따라 걸으며 봄을 만끽하고 있는 취재팀.

9.0km(임도와 계곡 구간 포함)

산행 시간

4시간 30분

산행 난이도

중(주능선 가시덤불 주의)

찾아가는 길

서울→진도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3회(07:35, 15:30, 17:35) 운행하는 진도행 고속버스 이용. 요금

우등 3만4,600원, 일반 2만3,200원. 소요시간 5시간. 또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9회(05:55~19:50) 운행하는 진도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요금

[월간산]

1만2,400원. 2시간 소요.

지력산 산행기점인 와우저수지까지는 진도공용버스정류장(061-544-2141)에서 하루 4회(10:00~18:50) 운행하는 가학, 마세행 군내버스(061-544- 2062)를 이용해 와우에서 하차한다. 약 1시간 소요.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 목포 나들목을 나와 북항을 경유해 목포대교를 건넌 뒤 영산호하굿둑과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를 지난다. 이후 77번국도를 타고 우수영을 지나 진도대교를 건너면 된다.

지력산은 진도대교를 건너 18번국도로 진도읍 소재지를 거쳐 임회면에서 지산 방면으로 우회전, 지산면을 거쳐 와우저수지로 갈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61)

지력산에서 멀지 않은 세방낙조전망대 부근 가학리에 낙조펜션(542-3006), 셋방펜션 (542-0503), 해미랑펜션(543-0034), 다도해펜션 (543-7227) 등이 밀집되어 있다. 지력산 서쪽 와우리에 자운토방(544-4555)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다도해관광회센터(543-7227)는 세방낙조 전망대에 가까워 지력산을 오가며 이용하기 좋은 곳이다. 진도읍내에 있는 문화횟집(544-2649)은 간재미를 비롯한 다양한 제철 생선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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