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文정부 조세정책]선거의식 제한적증세..보유세 등 '문재인표' 세제는 내년말로

김정곤 기자 2017. 6.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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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세정책의 방향은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세입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세법 개정을 통해 연평균 6조3,000억원씩, 앞으로 5년간 31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오는 7월 말 발표할 예정인 올해 세법개정안은 조세저항이 클 법인세 인상 등 명목세율 인상이나 부동산보유세 강화 등을 뒤로 미루고 실효세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상속·증여세의 신고세액공제 축소와 자산소득 과세 강화를 통해 공약 재원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조세저항이 그나마 적은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증세부문-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 3%로 축소·폐지

주부·학생 등 ISA허용 병행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빠져

고소득자나 부유층에 대해서는 세율 인상이 아닌 기존 제도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늘린다. 다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주부·학생 등도 가입할 수 있게 해 고소득자 ‘달래기’를 병행할 방침이다. 반면 조세저항을 우려해 부동산보유세 강화 등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빠진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올해 세법 개정안에 관련 명목세율 인상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자진 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에서 7%를 깎아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를 3%로 축소하거나 폐지한다. 정부 여당은 모든 세목 중 신고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상속·증여세뿐이고 이로 인해 상속·증여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산가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신고세액공제는 10%에서 올해부터 7%로 축소됐다. 기재부는 3%로 낮아지면 연간 세수가 1,400억원, 폐지하면 2,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임대소득도 현재 연 2,000만원 이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에는 15.4% 단일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임대소득 분리과세를 오는 2019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를 앞당겨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2주택 이상자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자율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는데 정부는 효과가 미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상을 2주택 이상, 3주택 이상, 주택보유 수와 관계없이 임대하는 모든 주택 등의 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는 세원도 넓어지고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도 막아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소득 과세도 강화된다. 이자·배당으로 2,0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근로소득 등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떼어내 15.4%의 단일세율을 매기는 분리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한도를 1,000만원으로 낮추거나 중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소득자를 무조건 옥죄는 것만은 아니다. 소득의 일정 부분에 비과세하는 ISA 가입 대상에 주부·학생·은퇴자를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ISA 가입 대상을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주부·청년·은퇴자를 포함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약 사안이므로 이행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큰 소득이 없는 주부·학생·은퇴자 중 ISA에 가입하는 사람은 재력이 있는 계층으로 이들에게 비과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기업부문-비과세·감면 대폭 줄여 1조 이상 세수 확충

R&D·시설투자 규모 큰

삼성·현대차 등 영향 클듯

문제인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 가운데 기업 부문은 △대기업 위주 실효세율 강화 △비과세·감면 축소 △사내유보금 과세 강화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등이 골자다.

세금 납부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 위주로 세 부담을 늘리되 직접적인 증세가 아닌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논란이 된 사내유보금과 일감 몰아주기는 별도로 조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인세율 인상이나 최저한세율 조정은 빠진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특히 연구개발·시설 투자 분야의 비과세·감면 축소로 1조원 정도의 세수를 확충할 계획이다. 사실상 법정세율 인상 등 증세에 가까운 규모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22%에서 23%로 올릴 때 예상되는 세수 효과가 1조3,000억원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비과세·감면은 이전 정부에서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이번 목표치 1조원은 전에 없던 감소 수준이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상호출자제한 대상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은 3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약 2,0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연구개발·시설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은 감면 축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삼성·현대를 포함한 법인세 납부 상위 10대 기업의 공제·감면 액수는 2015년 기준 1조8,420억원에 이른다.

사내유보금 과세 강화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실현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대기업이 당기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 등에 쓰지 않는 경우 과세하는 제도로 지난해 약 5,000억원의 세금이 걷혔다. 국정기획위는 올해로 예정된 일몰을 연장하는 대신 고용·임금 증가를 더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단순화하면서 과세 비율을 늘리면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증여세법상 과세 대상이 되는 내부거래 기준을 30%에서 20%로 넓히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증여세 강화에 따른 세 부담은 기업 총수 일가가 지게 되지만 큰 틀에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이자 과세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증세금액이나 대상은 향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국정기획위와 기획재정부 간에 다소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비과세·감면의 경우 급격히 줄이면 투자 축소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 이미 임금 증가에 대한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돼 추가로 정비할 여력이 작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큰 틀의 과세 강화 방안에는 부처와 이견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각론을 가다듬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고용에만 특화된 세제도 나온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방식이 유력하다. 또 서민과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근로장려금(EITC)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현 수준보다 끌어올려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고용을 늘릴 경우 주어지는 세제혜택은 ‘고창투’와 ‘청년고용증대세제’ 등 크게 두 가지다. 고창투는 고용과 투자를 병행해야 세금이 감면되며 투자 규모가 클수록 혜택도 커지게 설계돼 있다. 기계를 늘릴 필요 없이 고용만 늘려야 하는 서비스업은 아무리 채용을 많이 해도 설비투자가 없을 경우 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청년고용증대세제 역시 청년고용을 늘리는 기업에만 세금을 깎아줘 30대 이상 연령층의 고용을 늘리는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고용 확대를 위해 이들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일몰이 돌아오는 고창투를 수술해 연장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고창투는 고용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 경우 투자액의 3%를 깎아(중소기업 기본공제 기준)줬다. 투자 규모의 3~8%를 추가로 세금에서 할인해줬는데 신규 고용인원이 적을수록 깎아주는 금액이 적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뒤집어 전년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만 하면 고창투 혜택을 받을 자격을 주고 세금 감면 규모는 신규 채용인원에 따라 달라지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규 채용으로 인정하는 사람도 현재 청년, 60세 이상, 장애인만 해당됐는데 모든 연령층을 인정하는 방안을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

■고용-서민부문-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수술해 연장...근로장려금 대상·지급액도 늘려

고용증대세액공제도 부활 검토

영세업자 소액체납 면제 재도입

‘고용증대세액공제’ 부활 방안도 거론된다. 중소기업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하면 한 명당 30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지난 2012년 이후 사라졌다. 올해 말로 끝나는 생산성향상투자세액공제는 대기업에 주어지는 것은 아예 폐지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혜택은 축소 내지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서민·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EITC 지원액을 늘린다. 현재 연간 기준 단독가구는 최대 77만원, 홑벌이 가구는 최대 185만원, 맞벌이 가구는 최대 3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수급 기준을 확대하거나 지급금액을 상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폭 확대 방침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폭과 시행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논의됐던 근로장려금 대상자에게 5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 등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안은 포퓰리즘 논란으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연간소득 7,000만원을 넘지 않는 근로자가 월세로 낸 돈의 1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준다. 750만원 한도에서 최대 75만원까지 혜택을 주는데 적용 대상 범위나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영세 개인사업자의 소액체납면제제도를 한시적으로 재도입할 계획이다. 2010~2014년 시행됐던 ‘영세 개인사업자 결손세액 납부의무 면제 특례’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악성 채무 부담으로 재활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를 구제하자는 차원이다. 폐업했다가 새로 시작하거나 근로자로 재취업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중고차 마진 과세도 도입된다. 중고차 부가세를 마진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으로 이중과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세종=이태규·김정곤기자 classic@sedaily.com

■에너지부문유연탄稅↑ LNG稅↓...신재생에너지 투자세액공제 확대

‘경유세 인상’은 내년 이후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로 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에 붙는 세금은 낮아지고 유연탄 세금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NG에는 개별소비세와 지역자원시설세(지방세), 부가가치세가 붙고 수입판매부담금과 관세 등이 부과된다. 발전용 LNG의 경우 1㎏당 가격이 약 631원으로 개소세만 60원가량 된다. 유연탄에는 개소세와 지방세·부가세가 붙는다. 개편 시기는 올해가 아닌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정책토론회에서 “발전용 유연탄과 LNG·원전에 대한 세제개편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대가격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연구자료가 없어서 이르면 내년 세법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류세 문제도 큰 틀의 방향은 잡혔지만 세부 적용 내용은 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유세 증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와 경유·LPG연료 간 상대가격은 현재 100대85대50인데 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을 비롯한 4개 기관이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음달 4일 공청회를 거쳐 오는 8월 중 최종 결과가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진행 일정대로라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수송용 에너지 세제개편이 쉽지 않다”며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중간에 별도로 개정안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조세탈루 차단유흥업종부터 카드사 통해 부가세 대리 징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강화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신용카드사를 통해 부가가치세를 대리 징수하는 방안을 이번 세제개편안에 담는다. 또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를 강화해 역외 탈루도 막을 계획이다.

탈루 차단은 법인세와 소득세 명목세율을 올리기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도 있다. 부자증세 이전에 세금이 새 나가는 부분을 먼저 채우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 35조6,000억원의 16.6%인 5조9,000억원을 탈루소득 과세 강화로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사를 통한 대리 징수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 카드 이용액에 한해 카드사가 부가세를 떼고 가맹점에 고객이 결제한 금액을 보내주는 형태다. 부가세 탈루 규모만도 7조~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세입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부가세 신용카드사 대리납부 방안을 국세청과 협의 중”이라며 “1차적으로 카드사가 이 업무를 할 수 있는지 협의한 뒤 일부 업종에 우선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세금 탈루와의 전쟁은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게서도 읽을 수 있다. ‘조사통’인 한 후보자는 국세청 내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 출신이다. 대표적인 조사통을 청장에 앉힌 데는 엄정한 세무조사로 세금 탈루를 줄이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법인들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겠다는 포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세정당국은 해외금융계좌신고제와 상습 고액체납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화한다. 해외 과세당국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을 확대해 다국적기업 국내법인의 세금 탈루도 최대한 차단할 계획이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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