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사회로 쏟아져 나올 정신질환자들.. 지자체 대책 마련 비상

최모란 2017. 6. 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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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정신질환자 51만명, 사회복귀시설 수용인원은 7000명
지난달 법 개정 후 정신질환 입원 연장 까다로워져
경기도만 입원 환자 1만4000명의 10~30% 퇴원 예상
정신재활시설 확충, 전문 인력도 늘려 추가 배치 대책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 시내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피의자 A씨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사진 의정부소방서]
지난 21일 오전 8시2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9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은 집 내부 50㎡와 집기 등을 태워 4500만원의 피해를 내고 20여 분 만에 꺼졌다. 그러나 12층에 사는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시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을 낸 사람은 9층에 사는 A씨(31)였다. 그는 수년 전부터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부모가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지만, 발작 증세를 보이는 등 반발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시행되면서 지자체들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신건강법상 중증정신질환자는 망상·환각·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강제입원 제도를 개선해 입원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입원 연장 여부 판단 주기를 단축하는 등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들의 퇴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자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 [중앙포토]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탈원화, 지역사회 유입에 대한 대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증정신질환자의 수는 51만5293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복귀 수용시설은 7000여명 규모에 불과하다.

특히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정신질환자 43만여명 중 실제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에 등록·관리된 환자는 18.4%인 7만9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보호나 관리도 받지 않고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각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재율 행정1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TF팀을 만들고 중증정신질환자 퇴원에 따른 대응계획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경기 남부와 북부에 각각 1개씩 25명의 정신질환자들이 단기간 머물 수 있는 지역사회전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LH가 공급하는 무상임대 주택도 활용해 정신질환자를 위한 독립 주거 지원도 한다. 경기도는 LH가 지원할 수 있는 무상임대 주택 수를 250개로 파악하고 있다.

중증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관리 강화 등을 위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도 확대된다. 경기도는 현재 146명인 중중증환자 관리인력 수를 216명으로 조정하고 내년에는 경기도형 집중사례관리 인력 45명을 신규 배치할 예정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병동의 창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중앙포토]
도내 각 시·군 등에서 사회복귀시설을 신규 설치할 경우 국비와 시·군비 각 50%인 예산분담비율을 국비 50%, 도비 50%로 변경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중증정신질환자 수는 9만7800여명으로 이중 1만4000여명이 입원하고 있다"며 "관련 법 시행으로 10~30%인 1400~4200여명이 순차적으로 퇴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을 수용할 시설은 사회복귀시설은 45개, 정신요양시설은 6개이고 수용 인원도 2643명 밖에 되질 않아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와 대구시에는 정신질환자 7090명과 4300명이 각각 입원하고 있는데, 순차적으로 150~300여명이 퇴원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들을 수용한 시설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는 기거할 곳이 없는 퇴원자를 안동 대성재활센터 등 사회복귀시설 16곳에 나눠 수용할 예정이다. 퇴원 예상자의 상당수가 무연고자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숙인 시설 등에 입소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사회복귀시설 17곳이 이들을 나눠서 수용하고 퇴원 후 집에서 지내는 이들에겐 주거비 지원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2163명이 입원하고 있는 강원도도 8월 말까지 425명이 퇴원·퇴소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시·군별로 TF팀을 꾸린 상태다. 146개 방문상담팀을 운영해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을 통합 관리한다. 퇴원 후 투약관리가 안 되거나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스스로 관리가 안 되는 경우 병원 진료로 연계하거나 행정입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무연고자는 춘천시립복지원 등 3개 시·군 7개 노숙인 시설에 우선 입소시킬 예정이다.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전문요원도 확충한다.

권준수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정신질환은 약물 치료로도 호전될 수 있을 만큼 이들의 재활을 위한 정신의료기관 및 사회복귀시설 등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신건강학회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각 지자체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곤 있지만 관련 예산 확보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신질환은 전 세계인구의 5명 중 1명, 한국은 성인인구 4명 중 1명이 평생에 걸쳐 1회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건강 질환"이라며 "법 취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신질환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수원·대구·춘천·청주=최모란·김윤호·박진호·최종권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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