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에 靑 개입 있었나'..특검, '큰그림' 그리기 난항?

김성은 기자 입력 2017. 6. 22. 11:14 수정 2017. 6. 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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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부회장 등 31회차 공판에 홍완선 전 국민연금 본부장 증인 출석.."합병 찬성이 靑 뜻이라 들은 적 없어"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李 부회장 등 31회차 공판에 홍완선 전 국민연금 본부장 증인 출석…"합병 찬성이 靑 뜻이라 들은 적 없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합병이 (이날 재판의) 현안임은 당연하다. 그에 대한 청와대 영향력이나 삼성의 개입에 집중해 달라"(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김진동 부장판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31회차까지 진행됐지만 그동안의 서증조사 혹은 타 재판 판결문에 기재된 사실만 재차 나열하거나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과는 겉도는 신문이 이어진 것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6시간 동안 文·洪 판결문 사실만 재차 확인한 특검…핵심고리 입증 어렵나=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황에 대해 진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특검 측이 이 부회장 등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한 핵심 사안 중 하나다.

특검 측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산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압력을 행사,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토록 했다는 주장이다.

즉, 이 부회장의 합병 청탁이 청와대 측에 전달됐고, 청와대가 해당 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큰 그림이며 이 같은 연결고리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이번 재판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지난 8일, 1심에서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다만 그 배경에 삼성의 청탁이나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다룰 문제로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함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특검 측 신문은 지난 공판에서의 서증조사나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들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날 특검 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려 6시간 동안 주신문에 나섰으나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공시 이후 같은 해 7월 10일까지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6월말~7월초 국민연금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7월7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관계자들과의 만남 등 정황을 서술하는데 주력했다.

핵심 증인을 불러놓고도 정작 입증해야 할 핵심연결고리에 대한 구체적 입증이나 원하는 진술은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관련 진술은 변호인 측의 "(복지부 측이) 투자위에서 '찬성하라고' 말한 적은 없죠, 투자위 찬성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뜻이라고 말한 적도 없죠"란 반대신문에서 홍 전 본부장이 "네"라고 답변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재판부도 이처럼 의미 없는 신문에 시간이 지나치게 낭비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같은 합병 건을 다루더라도 재판마다 각 피고인이 다투는 주요 쟁점이 다르다는 점을 주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판사는 증인신문과 양측 증거조사의견을 모두 듣고 "신문과 관련 당부의 말씀 드린다"고 운을 뗀 뒤 "재판 진행상황이 증인신문을 함에 있어 시간순서로 나열하면서 줄거리를 확인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오늘처럼 모든 사실관계를 망라하는 신문은 필요없는 상황이 아닌가 강하게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에도 "합병비율 적정성에 관한 신문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얘기해주고 이후에는 의견서로 제출해 달라"며 효율적 재판진행을 당부했다.

◇답답한 진행에 직접 신문 나선 재판부…재판 말미 1시간 동안 질문 쏟아내=상황이 이렇다보니 재판부가 직접 치밀한 신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 부장판사를 비롯해 좌·우 배석판사 등 세 명은 반대신문이 끝난 뒤 약 한 시간 동안 증인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재판부는 "증인이 조모 당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등으로부터 '(외부인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아닌)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찬성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는데 그것은 왜 인가", "복지부의 찬성 의견은 증인이 어떻게 감당하려고 했나", "조 국장이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모르나", "투자위 회의쯤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과 ISD(Investor State Dispute·투자자국가소송제) 논의를 위해 연락했다고 하는데 안 전 수석이 ISD 전문가인가" 등 구체적 질문들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홍 전 본부장은 "복지부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기금운용본부 사무실을 찾아오거나 실무진을 세종시로 부르는 등의 사실이 부담으로 느껴졌다"며 "복지부 지시로 투자위에서 합병 문제를 다뤘지만 내부 준법감시 의견을 거친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국장이 투자위에서 결정하라고 한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며 "안 수석은 과거 친분이 있어 물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전 본부장은 또 양사 합병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의사를 표시해 논란이 됐던 것과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당시 양사 합병에 찬성하면 삼성 편든다는 비난이, 반대하면 외국계에 국부를 팔아먹은 매국노 취급받을 우려가 걱정됐다"며 당시 고민이 많았던 심정도 토로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1시쯤 끝나 약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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