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배우 송강호가 축구선수 아들에게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단다. 나도 그랬어"

김현기 입력 2017. 6. 22. 05:30 수정 2017. 6. 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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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송강호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송준평 부자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와, 이렇게 같이 찍기는 처음인데. 그런데 내가 아무하고 사진 안 찍는데 말야. 너도 알지?(웃음)”

다들 웃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만의 특별한 코믹 카리스마가 순간적으로 잘 묻어나왔다. 아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던 아들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국민배우’ 송강호(51)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축구선수 아들을 둔 ‘사커대디’가 그것이다. 16세 이하(U-16) 국가대표 출신인 그의 아들 송준평(21)은 K리그 클래식 수원 산하 매탄고와 명문 연세대를 거쳐 올해 수원과 프로 계약을 맺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흥행수표’와 ‘사커대디’…. 수많은 명작을 통해 관객을 끌어모으는 ‘천만배우’ 송강호도 집으로 돌아가면 아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가슴 졸이는, 자식의 사회생활을 묵묵히 응원하는 보통의 아버지로 돌아간다. 힘든 시대 속에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청년의 모습, 그리고 그를 격려하는 아버지. 송강호 부자의 모습은 바로 지금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상이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32주년을 맞아 송강호 부자를 만났다. 아버지는 자신의 긴 무명 생활을 떠올리며 옆에 앉은 아들에게, 그리고 아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배우 이전에 보통의 아빠…‘사커대디’ 송강호의 삶은?

송강호는 ‘사커대디’ 삶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특히나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의 아들이기 때문에 축구는 물론 생활 면에서도 더욱 많이 신경 쓴다는 얘기였다. “많은 분들이 (아들에 대해)관심 갖고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들이 축구 선수로서의 생활, 더 나아가 평소 생활에서도 조심하도록 한다. 나도 그렇다”고 밝혔다.

막 피어나는 유망주들은 운동 이전에 올바른 인성과 사회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송강호 역시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도 필요하지만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중요하다. 아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배우 이전에 아빠다. 아들이 건강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른 부모들과 뭔가 다르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송강호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까지만 축구를 하고 그만 둘 줄 알았다. “5학년 때 시작했는데 졸업 때까지만 시키려고 했다. 나도 그랬지만 남자 아이들은 유년 시절에 공부보다 축구를,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라고 반문한 그는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 또 단체 생활을 하다보면 사회성이라든가 그런 것들도 길러지니까 좋아서 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송준평이 선수의 길을 걷겠다고 했고 아버지는 응원하기로 했다. 송강호는 “아들이 열심히 하더라. 축구를 계속 하고 싶어했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아들 경기? 한·일전의 10빼 입니다.”

아들 경기를 ‘직관(직접 관전)’할 때의 심정을 물었다. 아버지 송강호는 간단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천만배우 다웠다. 고개를 좀 더 앞으로 내민 그는 눈을 크게 뜨더니 “단적으로 얘기하면 한·일전 있잖아요, 한일전…. 그 경기의 ‘10빼’입니다. ‘10빼’의 심정이라고 생각하면 따~악 맞아요”라고 했다. ‘10배’에 임팩트가 확 들어가니 ‘10빼’로 들렸다. 영화 속 그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

송강호는 “다른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 정도로 뭐랄까, 아들이 잘해주길 바라고 팀이 승리하길 바라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또 스포츠 아닌가. 그저 승부를 떠나 열심히 뛰는 모습을 격려해주고 싶다”고 했다.

‘선수 송준평’의 장점을 소개해달라는 말엔 “이게 제일 어렵더라. 구단 관계자들이나 감독님들 하시는 말씀으론 아들이 스피드나 이런 쪽이 발달돼 있다고 한다. 경험이 적어서 기술을 더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하신다. 사실 난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게 좋고 부족한지를 잘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 덕에 번쩍번쩍한 금메달을 목에 걸어본 적이 있다. 매탄고가 지난 2013년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결승전에서 인천 대건고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6-5로 이겨 우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2학년이던 송준평은 0-2로 뒤지던 후반 16분 교체투입돼 13분 뒤인 후반 29분 김건희의 추격골을 도우며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다. 뒤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조용히 지켜보던 아버지는 시상식 때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송강호는 “전국체전? 당연히 기억난다. 그 때 우승까지 할 줄을 몰랐는데…. 아들이 선배들과 뛰다보니 후반에 들어갔다. 열심히 해줬고, 팀도 우승하고 아들이 기뻐하니까 나도 신났다. 나도 금메달을 살짝 걸어봤다”며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배우 송강호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송준평 부자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사회 새내기’ 아들을 보는 마음은?

송준평은 연세대에 스카우트돼 2학년까지 다닌 뒤 올해 자신을 키운 수원과 프로계약을 맺었다. 프로는 냉정한 곳이다. 새내기가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부상을 당해서 오랜 기간 재활에 전념했다. 송강호도 이를 잘 안다. “지금 부상을 좀 당했다. 피로 골절이라고 뼈에 금이 가 있는 상태인데 완전히 금이 가면 수술을 하지만 실금만 가 있는 정도라 그럴 필요가 없다. 재활만 해도 된다. 뼈가 붙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 한 달 정도 있으면 뛸 수 있다니까…”라며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U-16 대표팀 때도 부상으로 고생했다. 운동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축구 선수들은 부상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운이 안 따라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회복해서 팀원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바빠서 수원 홈 경기 직관은 애기 엄마가 가고, 난 TV를 보면서 응원하려고 한다”는 송강호는 “수원이란 구단은 뭐랄까. 서포터들이 특별한 것 같다. 또 스타 감독님들과 유명 선수들이 거쳐가다보니까 거기서 나오는 아우라들이 쌓이고 쌓여 수원의 컬러를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활약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장 밖에서의 아들은 어떨까. 아버지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송준평은 ‘낙천가’이면서 ‘영화광’이다. 송강호는 “외모는 약간 눈매가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성격은 나와 많이 다르다. 낙천적인 성격이 좀 있다. 나쁜 게 아니고 좋은 쪽이다. 하지만 치열하게 뛸 땐 치열하다. 그런 게 나와 같으면서도 약간 다른 것 같다. 또 평소엔 영화를 좋아한다. 진짜 영화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처음부터 성공은 없다…자신이 만들어가는 것”

요즘 K리그에서 새내기가 기회를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특히 걸출한 선수들이 즐비한 수원에선 더더욱 그렇다. 베테랑 선수들의 수명이 길어지다보니 신인들은 오랜 기다림을 견뎌내야 한다. 송준평도 그렇다. 뒤에서 인내하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송준평의 모습은 사회에 갓 들어온 초년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송강호는 아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해줬다. 송강호 만큼 긴 무명 시절을 보낸 배우도 드물다.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송강호의 무명시절 작품이 화제가 되곤 한다. 1991년 연극배우로 시작한 그는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신혼여행도 못갔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송강호는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탄탄대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젊은 친구들이 축구를 하거나, 일반 직장을 다니거나, 배우를 하거나, 가수를 하거나 처음부터 성공적인 경우는 거의 없을 거다. 다 고난이 있고, 시련이 있을 텐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또 아들도, 동료들도, 뒤에 들어오는 후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 초년생으로 첫 발을 내딛을 때 시련과 아픔을 피하지 말고 자신을 연마하는 계기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극복해서 더 강한 사람들이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자기 자신이 시련을 이겨나가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멘털이나 내공들은 누가 외부에서 주는 게 아니더라. 자신의 내부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런 정신력을 주고, 내공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힘들었던 청년 시절을 견디고 버텨낸 송강호가 전하는 진한 메시지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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