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이재용은 최순실을 알았나

한정수, 김종훈 기자 2017. 6. 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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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디브리핑(debriefing): 이재용 부회장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③]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인지 여부

[머니투데이 한정수, 김종훈 기자] [편집자주] 디브리핑(debriefing). 사전에 받는 브리핑(briefing)과 반대로 사후에 받는 보고를 말합니다.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 일단락된 뒤 또는 진행되는 도중에 머니투데이 법조팀(the L)이 사건을 쉽게 요약 정리해드리는 코너입니다.

[[the L][디브리핑(debriefing): 이재용 부회장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③]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인지 여부]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비선실세' 최순실씨(61)의 존재를 언제 알았을까?

삼성그룹이 최씨 측에게 78억원의 '정유라 승마' 지원금을 보낸 건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다. 만약 이 기간에 이 부회장이 최씨에 대해 몰랐다면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는 성립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이 최씨의 존재와 영향력을 알게 된 시점이 '이재용-최순실 뇌물 사건'의 유·무죄를 가를 최대 쟁점인 셈이다.

◇최지성 "李 부회장에 보고 안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2015년 9월 이전에 이 부회장이 최씨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이 최씨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그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위해 힘써달라고 청탁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최씨에게 승마 지원금이 건네진 시점엔 이 부회장이 이미 최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에야 최씨에 대해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때는 최씨에 대한 송금이 중단된 뒤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지난해 8월쯤 최지성 전 부회장이 '승마 지원 때문에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해 자초지종을 물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진 최씨를 몰랐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제외한 삼성의 수뇌부까지 그 이전에 최씨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특검에서 "당시엔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내가 책임질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적어도 2015년 7월말에는 삼성이 최씨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특검에서 "2015년 7월29일 박원오씨(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는 친자매처럼 가깝고 최씨가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박 전 사장은 이를 삼성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알았다···그럼 李 부회장은?

박씨로부터 듣고 최씨의 영향력에 대해 처음 알게됐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지만 박씨의 주장은 다르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재판에서 "삼성 측이 먼저 정유라씨를 언급하면서 지원 계획을 세워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박 전 사장에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야기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 기억에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삼성 측은 박씨와 접촉한 게 2015년 7월2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독대 이후라고 주장한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 문제로 질책을 받은 뒤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박씨에게 연락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결과, 박 전 사장은 2차 독대 이틀 전인 7월23일 이미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박씨의 연락처를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음날엔 박씨가 머물고 있던 독일로 가기 위한 항공편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씨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을 '대가성 뇌물'이라고 인식했을까? 2015년 12월 박씨와 김 전 전무가 커피숍에서 만나 나눈 대화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김 전 전무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당시 그가 '왜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올 정도로 삼성이 정씨를 지원했느냐'고 묻자 박씨는 "최씨 말로는 자기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줘서 그렇다고 하더라"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최씨와 박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최씨가 이런 말을 한 게 사실일 경우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허풍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삼성이 최씨로부터 합병에 대한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승마 지원금을 보낸 것이 사실이더라도 당시 이 부회장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 또는 증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잃어버린 고리'가 남은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정수,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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