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학폭 피해 어린이 두번 울렸다

김형원 기자 입력 2017. 6. 22. 03:10 수정 2017. 6. 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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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과 사흘이나 같은 교실서 지내게 방치
'24시간내 교육청 보고' 법 안지키고 23일만에 알려
- 서울시교육청, 축소·은폐 의혹 감사
재벌 손자·연예인 아들 관련 사건.. 학폭위도 한달 다 돼서야 구성
교장 "교육청 하나도 안무서워", 피해자 부모 "가해자 1명 축소"

'숭의초등학교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21일 감사에 착수했다. 숭의초 학교장이 사건이 벌어진 지 3주가 지나서야 뒤늦게 교육청에 보고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숭의초에서 현장 조사를 벌인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숭의초는 학교 폭력 사건을 처음 알게 된 시점부터 23일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인 3학년 유모군이 사흘간 가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해자 긴급 보호 조치를 명시한 학교폭력예방법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병원 입원 등을 이유로 결석하고 나서야 '피해자 분리'가 이뤄졌다"면서 "피해 학생을 배려하는 조치를 학교 측이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은 두 달 전인 4월 20일이다. 당시 경기도 가평으로 힐링캠프 수련 활동을 떠났던 유군은 숙소에서 같은 반 학생 3~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유군에게 담요를 덮어씌운 채 플라스틱 소재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물을 찾는 유군에게 물비누를 건네주며 마시라고 했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했다. 이 사건 이후 유군은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반면 당시 상황에 대해 가해 학생 학부모 가운데 한 명인 탤런트 윤손하씨는 "방에서 이불 등으로 장난을 친 것이었고,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르고 있던 상황은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면서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그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여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플라스틱 소재 방망이인 것은 맞지만 속이 텅 빈 것이 아니라 어른이 들기에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군의 담임교사는 수련 활동이 끝난 다음인 4월 24일 당시 같은 방에 있던 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피해자 부모는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고, 경찰은 학교 폭력 사안이라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 폭력을 인지한 지 24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숭의초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학교 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지체 없이 학교 폭력 전담 기구를 구성해 조사해야 하는데도 숭의초는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15일에야 구성했다. 결국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이라고 하기보다는 심한 장난에 가깝다"면서 '조치 없음'으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숭의초 측은 "사건 발생 초기에 피해자·가해자 간 화해 여지가 있었고, 5월 초가 연휴여서 보고가 늦었다"고 교육청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숭의초 교장은 피해 학생 부모에게 "학교를 징계하는 건 교육청이 아니라 법인 이사장이다. 교육청은 하나도 안 무섭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숭의초가 가해 학생 규모를 고의로 축소했는지도 쟁점이다. 당초 학교 측은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가해 학생은 3명이라고 밝혔지만, 피해자 부모 측은 "한 명이 더 폭력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모 대기업 총수의 손자 박모군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방에 있던 9명 학생 모두가 가해자가 3명이라고 진술했다"면서 "목격자, 피해자, 가해자의 이야기가 엇갈리는 만큼 감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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