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노동계 요구사항 많겠지만 1년만 지켜봐달라"

2017. 6.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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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위원회 첫 회의 직접 주재
"勞도 국정 파트너.. 前정부와 달라 나는 親노동이면서도 親기업, 일자리 만들면 언제든 업어드릴것"
현직 대통령-노사 18년만의 만남.. 문재인 "금속노조 일자리기금 제안 감사"
사측은 반대.. 노조 편들기 논란일듯

[동아일보]

“일자리 파이팅” 민간위원 13명 임명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 13명에게 위촉장을 준 뒤 기념촬영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위 1차 회의를 주재하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와 재계, 노동계 등의 협력을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노동계에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의 즉각적인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하투(夏鬪)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동계에 양보를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날 일자리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 대표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노조와 재계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현직 대통령이 노사를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18년 만이다.

○ “노동계, 지난 두 정부서 워낙 억눌려”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이날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는 묘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최종진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만나자 반갑게 악수를 하면서도 “친(親)노동계인 이런 대통령이 어딨어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너무 강경하게 정부를 몰아붙이지 말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최 부위원장은 정장 차림의 다른 참석자와 달리 작업복 조끼에 ‘만 원 NOW’라고 적힌 배지를 달았다. 내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담은 배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3년 내에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노조와 재계 대표 등 일자리위 민간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에서도 먼저 “일자리 파이팅 한번 할까요”라고 제안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문 대통령은 “노동계에 특별히 당부 말씀을 드린다”며 “노동계는 지난 두 정부에서 워낙 억눌려 왔기 때문에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테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 경영계와 마찬가지로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등이 20일부터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대책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선 데다 민노총이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1년간의 유예기간’을 부탁한 것이다. 민노총의 집회를 놓고 일각에선 대선 과정에서의 지지를 이유로 새 정부에 청구서를 내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금속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와 사측이 절반씩 출연해 사회연대기금 또는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해서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일자리 문제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모두 이겼을 때 생길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삼아 노조가 기금을 제안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자칫 문 대통령의 발언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총 “일자리 창출 기업가 포상을”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각을 세웠던 재계를 향해서도 우호적인 발언으로 ‘해빙(解氷)’ 분위기를 유도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또 친경영, 친기업이기도 하다”라며 “좋은 일자리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면 제가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기업인을 업어주겠다”는 표현은 박근혜 정부 임기 초 화제가 됐던 표현이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웠던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대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2013년 7월 이후 기업 친화 분위기로 전환하며 “투자를 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만금을 방문해 투자기업 대표를 실제로 업어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업어주겠다”는 표현을 쓴 것은 기업 ‘기 살리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득권 계층의 양보, 노동시장 개혁,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은) 경영자의 사회적 사명이다. 일자리 창출 기업가를 포상해 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으로부터 일자리 정책 추진 현황과 전략 등을 보고받고 노사단체 대표와 직능단체 대표 등 민간위원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건혁·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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