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가봤습니다] 알바 시급 1만원 되면 월 200만원 줘야하는데 .. 가게 정리해야 겠죠

장주영.하준호 2017. 6. 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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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골목상권의 한숨
자영업자 절반 한달 이익 187만원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곳 적지 않아
영세 제조업체들 사정도 엇비슷
고용감소, 불법체류자 채용 걱정
"노사정 머리 맞대 피해 최소화해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 방안에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단체들이 “당장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당장 뛸 경우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곳이 적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21일 서울 신촌에서 남편과 함께 일식점을 운영하고있는 가게 주인이 점심 시간에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낮 12시30분, 식당은 텅 비어 있다. [최정동 기자]
21일 점심시간 서울 신촌의 L일식 전문점. 테이블 7개가 놓인 크지 않은 식당이지만 일하는 사람인 사장 배모(55)씨와 부인뿐이었다. 처음 1년 6개월 전에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아르바이트 2명을 고용했다. 시급은 6500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시급 6030원) 수준이었지만 그마저도 감당이 안 됐다. 전체 지출에서 인건비가 절반에 육박했다. 결국 부인과 함께 하루 14시간(오전 11시~ 새벽 1시)을 일하는 강행군을 중이다.

배씨는 “부부가 병이 날 것처럼 힘들어서 덜 벌어도 아르바이트를 구할까 생각했지만, 최근 시급 1만원 이야기가 나오면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씨 부부가 임대료와 재료비, 은행대출 상환금을 빼고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고작 200만원 남짓. 시급이 1만원이 된다면 1명만 고용해도 월 200만원이 나가는데, 이렇게 되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불고기집을 운영하는 지모(60)씨는 최근 가게를 내놓았다. 아르바이트 1명(시급 7000원)을 두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벌이가 시원찮아서다. 지씨는 “지금도 빠듯한데 시급이 1만원이 되면 남는 게 없다”면서 “가게를 정리하고 부인과 함께 조그만 샌드위치 가게나 푸드트럭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배씨와 지씨 같은 자영업자가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51.8%는 연 매출이 4600만원에 못 미친다. 월별 영업이익은 고작 187만원에 불과하다. 시급 1만원이 될 경우 아르바이트의 월급보다 못한 상황에 내몰리는 셈이다.

장사가 잘되는 곳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홍대의 M고깃집의 경우 현재 주말과 주중에 아르바이트 9명, 직원 7명을 고용하고 있다. 월 매출은 6000만원 정도인데 인건비가 3분의1(2000만원) 정도를 차지한다. 시급 1만원이 되면 최소한 월 400만~500만원 정도는 인건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모(34) 대표는 “아르바이트를 없애고 풀타임 직원을 두면서 숫자를 줄이겠다”면서 “결국 음식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간 손님이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 영세 제조업체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이다. 지난 16일 찾은 부천 오정산업단지의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M업체는 문을 연지 4년밖에 안된 업체로 대표와 관리직 2명, 생산직 6명의 작은 규모다. 주로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데 월 매출은 9500만원 수준. 월 인건비(시급 7000원) 3200만원에 재료비(3300만원), 임대료(1500만원), 기타경비(700만원)를 제하고 나면 월 이익은 800만원 수준이다.

현재 시급이 7000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1만원으로 오른다고 하면 단순 계산으로 인건비가 1400만원 가까이 늘어난 4570만원이 된다. 월 이익(800만원) 보다 2배 가까운 돈이 인건비에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회사 정모(52) 상무는 “회사 입장에서도 임금을 올려주고 싶지만 당장은 여력이 안된다. 조금만 천천히 올려갔으면 좋겠다”면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는 순간 적자에 빠져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젊은이들이 꺼리는 3D 업종에서는 고령 노동자 비율이 높은데, 최저임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선 안되지만 공장을 돌리기 위해 불법체류자 고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위기에 빠질 중소 제조업체를 절반 정도까지 추산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의 ‘2016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숫자는 약 13만4000곳으로 30%가 적자 상태다. 평균 영업이익은 약 2억200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1억원 이내 기업이 20%인데, 이들까지 함쳐서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 인상됐는데, 정부 발표대로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7%씩 올려야 한다”면서 “가령 이걸 2022년까지 2년만 늦춰도 연평균 9% 정도로 줄어든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처럼 지역과 산업별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부천=하준호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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