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마존' 꿈꾸는 쿠팡, 성장 막는 규제현실
최근 수년간은 90년대 중후반의 닷컴열풍과 버금가는 벤처투자가 달아오른 시기다. 새로운 기술에 의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벤처열풍이 불고 이 기회를 선점한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의 강자로 부상한다. 90년대 벤처열풍은 웹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에서 촉발됐고 최근은 스마트폰과 새로운 인공지능 등이 새로운 기회의 땅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열풍이 재현된 것이다.
특히 최근의 투자는 디지털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과 혁신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는 크게 관련이 적었던 '인터넷경제'와는 달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으로 거대한 기존 산업의 잠식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기업이 우버다. 우버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교통과 물류산업을 파고들고 있다. 기존산업이 거대하고 이러한 플랫폼회사들은 탄생과 더불어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게 인정받는다. 스타트업 중에 이처럼 유망하게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되는 기업들을 유니콘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기업가치를 1조1000억(10억불) 이상으로 평가되는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2017년 6월 20일 현재로 미국 Fortune 지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74개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그중에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기업이고 한국기업이 두 개 올라 있다. 기업가치로 20위로 평가된 쿠팡이 단연 5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주목받는 회사다. 그런데 그 쿠팡이 경영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쿠팡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의 성공을 우리나라에서 재현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출발했고 그런 혁신성과 사업 가능성을 본 일본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통 큰 투자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실물을 오프라인에 있는 기업에 비해 얼마나 신속히 배달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성으로 소비자에게 인기를 누려왔고 매출도 급성장했다. 당연히 소비자의 집으로 배달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의 매장을 방문해서 구입하는 것에 비해 물류비가 많이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자상거래기업은 어떻게 하면 규모의 경제를 빨리 달성하고 물류비용을 가급적 낮출 수 있느냐에 성공이 달려 있다.
그런 이유로 아마존은 최근 물류의 우버화라고 일컬어지는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를 통해 배송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우버기사처럼 모집해서 자신의 차량으로 자신의 집 주위에 가까운 소비자에게 물류를 일반인들이 담당하게 하여 물류비용을 크게 낮춘 것이다. 알리바바도 자체 물류회사는 물론 일반인의 유휴차량과 시간을 동원해서 배송을 하고, 인도의 전자상거래회사들이나 신선 물류회사들도 일반인들에게 물류의 일부를 담당하도록 하는 공유경제를 활용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한 혁신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싸고 신속하게 생필품을 이용한다. 이러한 아마존의 경쟁력에 대항하기 위해 오프라인의 강자인 월마트는 직원들이 퇴근길에 자신의 차량으로 온라인 주문물량을 배달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택배는 화물차로 등록된 사업자(택배기사)들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제가 돼 있고 그 화물차 허가대수도 규제에 묶여 있는 것이 쿠팡의 발목을 잡았다. 소위 화물연대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법안이 시장의 혁신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택배하면 자가용 영업행위와 화물운송법의 위반으로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공유경제의 실험이 불가능하다. 그로 인해 매출이 성장한 쿠팡은 약속했던 로켓배송의 시간이 느려지며 불가능하고 경영난에 휩싸여 있다. 문제의 본질은 시장의 혁신경쟁을 불허하는 규제와 이익집단의 보호에 있음에도 모든 언론들은 김범석 대표의 지도력과 경영능력에 초점을 맞춰 아마존의 베조스에 비교하는 선정적 기사를 남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물류회사와 금융회사까지 거느린 복합서비스로 오늘날 글로벌에 우뚝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우리는 은산분리에 따라 이러한 소유나 투자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벤처맏형 쿠팡이 위기에 빠져 있고 그나마 신정부는 택배운임을 참고원가제에서 표준원가제로 바꿔 물류의 시장가격통제를 더 강화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쿠팡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서 한국기업은 하나도 찾아보지 못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벤처창업이 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초기기업의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다. 벤처가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벤처가 만든 일자리는 가장 열악한 일자리, 실패한 경험만 있는 일자리로 남는다. 이번 쿠팡의 위기가 시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벤처와 기업혁신 환경이 얼마나 척박한 곳인지를 웅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규제개혁한다고 말은 해놓고 규제를 더해가는 모순의 극치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럴수록 4차산업혁명과 신정부가 약속한 좋은 일자리는 신기루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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