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우리가 모르는 통신요금 '40%'의 비밀

차정인 2017. 6. 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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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기본료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넘어가면서 갖가지 논란이 등장하고 있다. 미래부, 통신사와의 줄다리기도 곧 끝나겠지만 어떤 내용이 나와도 한동안 시끄러울 전망이다.

사실 기본료 폐지 공약 발표 때부터 현실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이견이 있었는데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본질이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은 의미가 있겠다.

국정위에서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하겠지만 현재로선 직접적인 기본료 폐지는 불가능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 데이터 제공량, 경쟁 활성화 등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은 상황이다.

통신비 인하 논란의 핵심은 정보의 ‘불투명’

그런데 통신비 인하 논란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결국 정보의 불투명성에 원인이 있다. 기업이 영업 비밀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한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통신비는 추정조차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일부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요금. 무언가의 알고리즘에 의해 요금제가 만들어지고 숫자가 도출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점을 알게 된다면 논쟁의 실마리를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머릿속에 들어왔을 때 한 이동통신사의 요금제 구성을 위한 엑셀 함수 프로그램을 입수하게 됐다.

통신회사의 요금제 담당 부서 직원들은 수학이나 통계 등을 전공한 수재들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들을 평소에 곧잘 듣곤 했다. 너무나 복잡한 함수체계를 짜야하기(쉽게 이해할 수 없는) 때문이라는게 이유였다. 이런 가운데 전직 통신사 요금 설계 담당자 A씨를 만났을 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통신사가 파는 것은 말 그대로 ‘통신’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제조사가 만드는 것이고 그 기계로 전화나 인터넷 등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인프라를 만들어 파는 곳이 이동통신사다.

A씨는 이런 통신을 돈이라는 숫자로 환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과거부터 운용했던 데이터들을 많이 참조한다고 했다.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큰 골격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 A씨와 함께 요금제 구성을 위한 엑셀 함수를 분석했다.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통신요금 원가 분석…40%가 마케팅 비용

‘요금제’, 복잡한 함수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

통신사 사업팀은 새로운 상품, 즉 00요금제를 출시할 때 경제성을 분석한다. 다시 말해 큰 구조를 흔들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벌어야하는 숫자를 만들어야 한다. 엑셀 프로그램에는 이른바 통신 원가 항목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직접비, 간접비 크게 두 가지에 영업이익 항목이 있다. 직접비는 다시 관리수수료, 네트워크비용, 전파사용료, 정보이용료 등 십 여 가지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간접비는 공통비 등이고 영업이익은 요금제 상품을 팔았을 때 얼마를 남길 것이냐는 항목이다.

그런데 대부분 항목은 요율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관리수수료는 7%대, 네트워크 비용은 20%대... 하지만 요율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항목이 있는데 그게 바로 획득비 또는 판매수수료로 불리는 명목이다. 이 항목은 회사마다 명칭이 다르다.

그리고 또 하나 영업이익 요율도 정해져 있지 않다. A씨는 이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즉, 요금제 상품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얼마를 남길 것인지를 설정한다. 통상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 영업이익률을 10% 기준으로 설정한다. 그러면 요율이 정해진 항목들은 함수에 의해 숫자가 도출되고 이때 판매수수료 개념이 40% 정도로 설정된다. 획득비나 판매수수료를 40% 정도로 먼저 산정하고 함수를 돌려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판매수수료, 획득비, 관리수수료 등은 통신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지원금 명목이다.

예를 들어 대리점이 5만원 요금제로 24개월 약정을 한 가입자 한명을 유치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주는 돈을 말한다. 그래야 대리점이나 판매점도 유지가 되기 때문이니까 당연한 이치다.

통신사가 대리점에게 주는 40%, 그게 왜 문제?


문제는 그 수준이다. A씨의 말대로 통상 40%를 준다면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월 5만원 24개월 약정 가입자의 총 매출은 120만원, 그 가운데 48만원 가량을 대리점이 갖는다는 말이니까 누군가에게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겠다.

그러면 이 돈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판매를 장려한다는 쓰임새일 수도 있겠고 대리점 직원들 인건비로 쓰일 수도 있겠다. 그건 자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동통신 유통구조의 특성상 신규 수요자는 사실상 없다.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통화품질에 이상 없고 기계도 이상 없는데 굳이 통신사를 갈아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갈아탈만한 이유가 생긴다면 모를까. 그것이 바로 각종 판촉과 마케팅일텐데 대리점이나 판매점주가 만질 수 있는 돈은 지원금밖에 없으니 이따금씩 등장하는 불법 보조금과 각종 사은품 등의 출처는 밝혀진 셈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 숫자는 전국적으로 3만개가 넘는다. 대부분 도시에 몰려있고 대형 쇼핑몰을 가면 한곳에 수십 곳이 붙어있기도 하다. 통신사를 바꿔야 할, 단말기를 바꿔야할 요인들이 도심에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경쟁에서 비롯된 구조니까 어찌할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이상 구조로 커진 유통시장을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

이른바 '정책'에 따라 고무줄이 되는 '40%'

A씨는 매출을 단기간 끌어올리기 위해서 영업 이익률을 낮추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을 낮추면 대리점에게 가는 지원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프리미엄폰이 등장할때마다 한번씩 들어보는 ‘대란’도 여기에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전직 통신사 직원 B씨도 취재 내용 대부분에 공감했다. 또한 “사실상 소비자들이 내는 통신요금으로 새로운 신규 가입자도 유치하고 대리점 판매점도 운영하는 구조”라고도 말했다.

A씨와 B씨 모두 요금을 낮춰야겠다면 가장 먼저 손대야할 항목이 지원금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외국의 판매장려금 수준이 보통 25%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지원금 규모는 과다하다고 주장해왔다. 또 이것만 줄여도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누군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했지만 통신 요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실체를 본 이상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기업이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구성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다만 기업 존재의 이유인 소비자들이 외면하겠지만...

통신요금은 통신사만 알고 있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말하려 하지 않는다. 통신사만 알고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계속 궁금해진다.

차정인기자 (jic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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