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걸레 빠는 곳에서 쌀 씻고, 남성과 같은 샤워실..'다대선 청소미화원'

부산CBS 강민정 기자 2017. 6. 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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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는 두 차례에 걸쳐 우리사회 '을중의 을'로 꼽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들춘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두번째로 최근 개통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다대연장구간 청소미화원들의 애환을 취재했다.

지난 13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새로운 종점역인 다대포해수욕장역에서 만난 역사 청소미화원들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쓰레기 분리수거실에서 쌀을 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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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해수욕장역, 개통 두달째 청소미화원 휴게실 마련하지 않아
글 싣는 순서
① "가래침 뱉은 담뱃물 마셔라" 언어폭력에 무방비한 마사회 청소미화원들
②'걸레 빠는 곳에서 쌀 씻고, 남성과 같은 샤워실…'다대선 청소미화원'
부산 도시철도 다대포해수욕장역에는 개통 2달이 넘어도 청소미화원의 독립된 휴게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미화원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실 걸레 빠는 곳에서 쌀을 씻고 있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CBS는 두 차례에 걸쳐 우리사회 '을중의 을'로 꼽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들춘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두번째로 최근 개통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다대연장구간 청소미화원들의 애환을 취재했다. [편집자 주]

지난 13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새로운 종점역인 다대포해수욕장역에서 만난 역사 청소미화원들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쓰레기 분리수거실에서 쌀을 씻고 있었다.

이날 만난 미화원 A씨는 "개통 이후 지금까지 쓰레기 분리실 안에 걸레 빠는 개수대에서 쌀을 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운행에 들어간 부산도시철도 다대연장구간은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최신 전동차 도입과 전 역사 스크린도어 '완벽 설치'를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하지만 최신시설 이면에는 역사 청소 미화원의 휴게실 공간 하나조차 없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숨어 있었다.

다대포해수욕장역 역사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미화원은 파트타임 1명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이들은 개통 2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독립된 휴게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남성 사회복무요원과 지하에 마련된 공동 휴게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개통 초기 미화원들은 역사 청소는 물론 인근 해수욕장 이용객들이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를 분리하느라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일을 하면서도 마음 편히 샤워조차 할 수 없었다.

다대포해수욕장역 청소미화원은 쓰레기 분리수거실이 지하에 있어 지상 탕비실에서 분리 작업을 하는 모습. 여기에 개통 초기 샤워시설을 남성들과 같이 사용하는 바람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사진 부산CBS 강민정 기자)
달랑 샤워기 2개가 설치된 샤워실을 10명가량 되는 남성 사회복무요원과 같이 사용해야하는 바람에 아예 씻는 것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미화원은 "혹시 샤워 중 남자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땀 냄새와 쓰레기 분리수거로 몸에 베인 악취를 고스란히 풍기며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잦았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

노조의 끊임없는 요구로 최근에 사회복무요원의 샤워실 이용이 자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휴게실은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미화원은 "새벽 출근을 할 경우, 휴게실에서 자고 있는 아들같은 복무요원을 깨우기가 미안해, 빈 공간을 찾아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화원들의 현실과 대조적으로 도시철도 정규직 직원들의 독립된 침실과 샤워실은 이미 역사 내 갖춰져 있다.

최신 시설을 자랑하고 있는 다대포해수욕장역 지하에 마련된 공동 휴게실에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의자는 고사하고 쌀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미화원들은 쓰레기 분리수거실에 설치된 개수대에서 걸레를 빨고, 동시에 쌀을 씻어 하루 먹을 밥을 안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남성 취객들의 욕설과 어린 승객의 멸시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해야 하지만 넘쳐나는 쓰레기 때문에 분노할 기력마저 없다고 청소미화원들은 토로했다.

무엇보다 역사 설계 당시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편의공간을 고려하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생긴 공동 휴게실은 실질적 작업공간과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어 미환원들이 무거운 쓰레기를 들고 지하와 지상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 측은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

공사 측 담당자는 "설계 당시 역사 청소미화원과 사회복무요원의 휴게시설을 고려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빠른 시일 내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조성해 미화원들의 복지 향상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부산CBS 강민정 기자] km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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