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석탄화력 현실화해보니.. "2024년부터 상시 전력난"

세종=유영호 기자 2017. 6. 2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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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용량 2만3914㎿ 이탈·2027년 예비율 1%대로.. 전문가 "에너지정책 기본은 수급 안정성" 한목소리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세종=이동우 기자] [설비용량 2만3914㎿ 이탈·2027년 예비율 1%대로… 전문가 "에너지정책 기본은 수급 안정성" 한목소리]


문재인정부가 공식화한 ‘탈(脫)원전·석탄화력’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5년 뒤인 2022년 전력예비율이 10%대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2년 뒤인 2024년에는 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2026년에는 ‘마지노선’인 5%대도 무너질 전망이다. 전력대란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 2011년 ‘9·15 정전 사태’ 같은 아찔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 선언보다 현실을 반영한 세밀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원전 수명연장 및 신규건설 중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실행할 경우 2029년까지 설비용량 감소량은 2만3914㎿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9년 설비용량을 13만6097㎿로 목표했는데 무려 17.6%가 사라지는 것이다.

우선 원전 수명연장 금지로 사라지는 설비용량이 9429㎿로 가장 크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4기인데 2020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고리 4호기·한빛 1호기 △2026년 월성 2호기·한빛 2호기 △2027년 한울 1호기·월성 3호기 △2008년 한울 2호기 △2029년 월성 4호기 등 11기가 줄줄이 수명이 다한다.

신규 건설 중단으로 수급계획 이탈이 전망되는 원전 설비용량은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를 합쳐 5800㎿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현재 공정률 등을 고려할 때 건설이 유력하다.

또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발전소 재검토’ 정책의 영향으로 제외되는 석탄화력 설비용량은 5340㎿다. 건설 중단 가능성이 강하게 언급되는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당진에코 1·2호기 등을 반영했다.

여기에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지’ 정책으로 이탈되는 설비용량이 3345㎿이다. 2018년 서천 1·2호기를 시작으로 △영동 1·2호기 △보령 1·2호기 △호남 1·2호기 △ 삼천포 1·2호기 등이 2022년 5월(임기) 전에 폐지될 예정이다.

문제는 수급 안전성이다. 이 대로라면 2029년 설비용량은 11만2783㎿에 불과하다. 2029년 겨울 최대전력수요(피크) 전망치가 11만1929㎿인 점을 고려하면 예비율은 단 0.8%에 불과하다.

전력수급은 현 월성 1호기 수명만료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등이 겹치는 2022년부터 악화될 전망이다. 20% 이상을 기록 중인 예비율은 2022년 17.6%로 10%대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15%를 적정전력예비율로 설정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한 7%를 더해 22%를 적정예비율로 설정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정부 기준으로도 ‘전력난’이 상시화된다는 의미다.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고리 2·3호기 등이 전력계통에서 이탈하는 2023년에는 예비율이 9.4%로 한자릿수로 급감한다. 2026년에는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예비율 5%’가 무너져 4%까지 떨어지고 2027년부터는 1%대를 기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되는 전력 절벽상황으로 본다. 예비전력 5000㎿를 기준으로 1000㎿가 감소할 때마다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경보가 발령되는데 상황이 심각할 경우 메뉴얼에 따라 대정전(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순환단전을 개시한다. 2011년 전국민이 불편을 겪었던 9·15 정전사태가 그 예다.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공백을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LNG는 원자력(68원/㎾h)보다 1.5배 비싼 가격은 제외하더라도 수급 불안정이 최대 약점이다. 지난해 기준 발전량의 19.8%를 차지한 LNG발전 비중을 높이려면 그만큼 도입물량을 높여야 하는데 천연가스 계약의 특성상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려면 빨라도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또 국내 저장능력은 지난해 12월 기준 528만톤, 겨울 기준 10~20일치 사용분을 저장할 수 있는데 발전 확대를 위해 설비확충이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풍력을 적극 확대할 계획인데 1500㎿신형 원전 1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여의도(8.4㎢)의 약 20배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풍력은 3㎿급 500기가 필요한데 설치면적이 여의도 면적 100배에 달한다.

전력품질도 문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비중이 15%를 넘어가면 전력계통(주파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화력발전 등의 증설이 필수적이다. 역설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를 증설해야 하는 것이다. 독일이 최근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계획하는 맥락도 비슷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정책의 최우선 목적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이런 것들은 우선 수급 안정성이 확보된 이후에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 교수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쓰는데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세밀한 수급계획”이라며 “에너지정책의 기본은 국민이 원할 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게 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세종=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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