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USB음반 '권지용'의 또 다른 메시지

2017. 6.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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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의 '권지용'(19일 발매)은 예술작품이다.

USB메모리는 '권지용'의 성적(性的), 생물기계학적 상징을 완성하는 소품이다.

'권지용'이 '끝내주는 예술'이란 얘기는 아니다.

'권지용'이라 이름 붙인 링크 음반을 통해 그는 '권지용은 고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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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0일 화요일 맑음. 과장의 아이콘.
#253 지드래곤 '무제(無題)(Untitled, 2014)' (2017년)

[동아일보]

지드래곤의 앨범 ‘권지용’을 열면 이렇다. 눈과 USB메모리가 포개진다.
지드래곤의 ‘권지용’(19일 발매)은 예술작품이다.

이것이 근래 이 앨범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누락된 핵심이다. ‘음반이냐, 아니냐’는 알 바 아니다.

‘권지용’ 예술의 심장은 USB메모리다. 스트리밍과 가상드라이브의 시대에 유물처럼 돼버린 USB메모리를 그가 지금 도입한 이유, 이 물체가 이 맥락에서 유효한 이유는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USB메모리는 ‘권지용’의 성적(性的), 생물기계학적 상징을 완성하는 소품이다. 이 물건은 반드시 컴퓨터에 삽입돼야만 한다. 그래야 안에 든 것이 확인된다. 만지면 혈액처럼 손에 묻어나는 표면의 빨간 잉크 덕에 USB메모리는 차가운 금속을 넘어 유사 생체가 된다.

권지용의 아이덴티티는 수천, 수만 개 복제돼 수천, 수만 개의 컴퓨터에 삽입된다. 메모리엔 ‘권지용 A형/1988년 8월 18일’이라 썼다. 그의 새 콘서트 시리즈 이름은 모태(母胎). 인간복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한 시대다.

공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드래곤은 앨범 표지 안팎에 자신의 눈만을 새겨뒀다. 눈이 드러난 직사각형의 틀은 케이스 속 USB메모리 위치와 포개진다. ‘권지용’을 집안에 들이는 행위는 도청, 도촬, 바이러스 노출에 대한 공포와 연결된다.

‘권지용’이 ‘끝내주는 예술’이란 얘기는 아니다. 은유와 상징은 복잡하지 않고 일차원적이다. 10일 서울 공연에서 스스로 말했듯 그는 “과장된 이미지의 가수”이며 스스로를 과장하는 법을 아는 가수다.

시장에는 과장이 먹히지 않는다. 3만 원짜리 ‘권지용’이 음악 시장에서 지니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이 USB메모리는 10년 넘게 시장을 쥐락펴락한 멜론, 지니, 벅스와의 게임에 내던져진 조커다. USB메모리와 연결된 사이트는 멜론도 지니도 아닌, 창작자가 마련한 제3의 공간이다.

이제 음원 유통의 기득권, 수익 분배 문제가 대두된다. 거의 모든 가수에게서 음원을 거둬 가판대에 올려두고 판매액의 40%를 고정적으로 가져가던 음원 서비스 업자들은 의자를 당길 수밖에 없다. 가온차트는 19일 “향후 YG 측과 업무 협조를 통해 이(음원 다운로드)와 관련된 데이터를 받도록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지드래곤에겐 ‘권지용’을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 ‘권지용’이라 이름 붙인 링크 음반을 통해 그는 ‘권지용은 고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어디까지가 의도된 건가. 묻고 싶은 게 많다. 권지용 씨는 아래 e메일 주소로 연락 바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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