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에 최후통첩 "타이어 매각 무산 땐 경영권 회수"
채권단, 우선매수권 박탈 등
그룹 해체까지 거론하며 압박
주가 하락 겹쳐 매각 더 꼬여
금호타이어 신용등급 하락
유동성 나빠지면 법정관리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협조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에서 손을 떼는 것은 물론이고 금호그룹 전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암시했다.
KDB산업·우리은행 등 8개 금융회사가 포함된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20일 실무회의를 열어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속 추진하되 무산 시 금호타이어 지원을 중단하고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회수하며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 박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채권단은 “(계열사에 대한 여신 중단 등)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거래관계 유지를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금호산업 측의 회신에 채권단은 최후의 압박카드를 꺼냈다. 당장 손쓸 수 있는 조치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금호타이어 채권 1조3000억원에 대한 연장 거부다. 만기 연장을 안 해 주면 금호타이어는 당장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 이날 마침 신용등급이 A-에서 BBB+(한국기업평가)로 하향 조정된 마당에 금호타이어가 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렵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타이어가 갈 길은 법정관리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차입금의 담보로 잡고 있는 박 회장의 금호홀딩스 지분 40%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 외 8인이 대주주로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고속(100%) 및 금호산업(46%)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고,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33.5%)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매물로 나와 시장에서 팔린다면 박 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금호그룹은 해체될 수도 있다.
채권단이 그룹 해체까지 암시하며 박 회장 측을 압박하는 것은 이번 매각 기회를 놓치면 이 값을 다시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블스타가 써 낸 인수가격은 9550억원. 주당 1만4389원꼴이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난 3월 13일 종가(8770원)와 비교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총 인수가의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20일 금호타이어 종가는 7420원. 현재 주가 수준이라면 더블스타는 시세의 두 배 가까이를 주고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사는 셈이다. 더블스타가 현재 아무 페널티 없이 매수에서 손을 떼는 조건은 매각 선결조건이던 상표권 협상이 애초대로(0.2% 요율) 이뤄지지 않는 경우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더블스타가 굳이 이 가격에 금호타이어를 살 이유가 없다”는 말이 돌고 있다.
채권단이 최후통첩을 보내면서도 박 회장 측에 퇴로를 열어 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매각 성사를 위해 금호산업 이사회의 전향적인 협조를 재차 요청한다”며 “금호그룹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상표권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2010년 워크아웃 이후 신규 자금 1조1000억원, 출자전환 5000억원 등 3조9000억원에 달하는 금융 지원을 실행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본 손실은 5조원을 웃돈다”며 “이번 매각이 잘 성사되면 그나마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박탈을 넘어 그룹 해체까지 나오는 마당에 박 회장 측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상표권에 대한 문제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내세운 이유 중 하나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관계자는 21일 "현 단계에서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기존 입장과 변화된 부분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논의되는 협의안은 채권단이 대출 금리를 조정해 더블스타와 금호산업 간 상표권 사용료율 차이를 보전해 주는 방안이다. 금호타이어의 연 매출이 약 3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양측이 주장하는 사용료율 차이 0.3%포인트는 연간 90억원 수준이다. 현재 채권단은 총 2조2000억원의 금호타이어 채권을 갖고 있으며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이자로만 매년 10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고란·윤정민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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