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이것만은 고치자](1)원가 이하 '경부하 전기료' 올리면 '심야 노동' 폐해도 줄어

고영득 기자 입력 2017. 6. 20. 22:22 수정 2017. 6.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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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경부하 요금의 정상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태양광발전설비 기술자가 베란다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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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 ‘탈석탄’으로 정해지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논쟁의 한가운데에 전기요금 인상 문제가 있다. 연료비가 원전이나 석탄화력보다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지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주택용보다 훨씬 싸고 국내 전체 전력량 중 55%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의 전기요금을 올려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선 원가 이하로 책정되는 ‘경부하 요금’부터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

20일 녹색연합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기요금 원가가 공개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전력은 주택용과 일반용에서 각각 18조8000억원, 18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반면 산업용과 농사용에서는 각각 25조1000억원, 7조1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즉 주택·일반용 전기 사용자가 판매원가보다 약 37조원을 더 많이 지불해 산업용 등에서 난 손실을 메워준 셈이다. 주택용이 산업용의 손실액을 충당하는 기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경부하 요금이다. 경부하 요금제는 전기 사용이 적은 밤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나 주말에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까지 낮춰주는 것으로 산업용에만 적용된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경부하 요금의 최저가는 kwh당 52.8원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 산업용 판매단가(107.11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한전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kwh당 62.61원에 사들였다. 다시 말해 한전은 가장 싸게 구입한 원전 전기보다 약 10원을 덜 받고 경부하 시간대에 팔고 있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데 있다. 이에 경부하 요금 인상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다. 요금이 오르더라도 전기저장장치(ESS) 등을 통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면 원전과 석탄화력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력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추세에도 부합한다.

경부하 요금제는 또 전기가 싸다는 이유로 ‘밤샘 노동’을 일상화하는 빌미를 주기도 한다. 윤기돈 녹색연합 활동가는 “경부하 요금을 올리면 자연스레 심야의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며 “밤샘 노동이라는 비인간적 노동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도 경부하 요금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경부하 요금을 먼저 손질한 다음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탄소 배출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기업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에 전기요금을 올리되 다른 제도적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 캠프에서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았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산업경쟁력이 약화하지 않게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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