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방문 거부한 한국당 "총리가 먼저 와라"
[오마이뉴스 글:유성애, 사진:남소연]
▲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오후 국회 본청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김동철 원내대표와 논의하며 미소짓고 있다. |
ⓒ 연합뉴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를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저희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셨지"라며 "우려의 목소리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강 후보자에 대해 도덕성·자질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임명에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임명을 강행한 뒤에도 박주선 당 비대위원장은 "(이는) 적폐를 청산하겠다던 대통령이 과거와 똑같은 국정 운영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신(新)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강 장관을 만나 "미국도, 중국도, 북한도 설득할 일이 많아 외교부 장관이 할 일이 많으실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쌓은 명성과 경륜도 있으니 기대한다. 국회와 협조를 잘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앞서 임명 강행을 두고 "삼권분립을 무시한 전제군주적 발상"이라며 항의했던 김 원내대표도 이날은 웃으며 강 장관을 맞이했다.
김 원내대표는 "장관께서 안팎으로 커다란 난제들을 많이 안고 계신다", "첩첩산중의 상황에서 외교부 수장이 되셨다"면서도 "부디 잘 해 나가셔서 역대 어떤 외교부 장관보다도 일로써, 성과로써 업적을 남겼다는 말씀을 듣게 되시기를 바란다. 국회에서도 함께 돕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함께 강 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바른정당도 협조를 약속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강 장관과 만나 "(강 장관이) 5대 비리 원천 배제에 해당되시더라"면서도 "이제 한미정상회담 등이 있으니 능력을 발휘하셔서 국민·야당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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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
그는 각 당 지도부와 만나며 "청문 과정에서 제 부족함으로 인해 여야 간 갈등 소재가 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바른정당)", "청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민주당)", "제 부족함, 미진함으로 인해 우려를 드려 죄송하다(국민의당)"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강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외교부 쇄신 등이 제 과제라고 생각한다", "외교부 쇄신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의원님들의 많은 지적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제가 국회를 자주 찾아와 말씀을 듣겠다"라고 약속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 사랑 배지를 달고 온 강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겸손한 마음으로 왔다"면서 "(야당과 만나) 청문회 때 지적해주신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의원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관련해 "대통령님께서 조전을 잘 보내놓으신 것 같다. 마음이 흠뻑 담긴 조전을 저도 읽어봤다"며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미국도 대북정책의 변화라든가 이런 거는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한미정상회담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강 장관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국회에서 모두 두 번의 이낙연 국무총리 방문 말씀이 있었는데 아직 만나 뵙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 국무총리도 한국당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데, 총리에 앞서 장관을 뵙는다는 것은 총리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권한대행은 그러면서도 "청문회 정국이 풀리고 국회가 원만하게 돌아가면 언제든지 문이 열려있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강 장관은 국회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 다음에 또 와야 할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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