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첫 라운드는 EU 勝·영국 敗(종합)

방성훈 2017. 6. 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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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치밀하고 꼼꼼한 준비..英, 미흡한 준비
양측 협상팀 전문성·경험에서 EU가 英 압도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첫 협상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EU) 협상 대표 미셸 바니에르(오른쪽)와 영국 대표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첫 번째 회담에서 영국에 승리를 거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이 결국 EU 측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해서다.

영국과 EU의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협상을 마친 뒤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적인 태도로 협상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미셸 바니에르 브렉시트 EU 협상 대표는 “‘노 딜’보다 훨씬 더 좋은 공정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쁜 협상보다는 ‘노 딜’이 낫다”는 과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발언에 빗댄 것이다.

양측은 이날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우선 논의한 뒤 이에 대한 ‘충분한 진전’이 있을 경우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은 탈퇴 조건과 무역협정 등 미래 관계를 동시에 논의하길 워했지만, EU 측이 워낙 강경하게 나오자 한 발 물러섰다. 바니에르 대표는 영국이 2년 안에 떠나기 전까지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충분한 진전’이 있어야 11월부터 미래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영국은 EU를 떠나기로 했으며 타협하지 않는 방식(하드 브렉시트)을 택했다”면서 “양보할 마음이 없다. 이는 보복이나 복수가 아니다. 영국이 선택한 결과에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총 450만명에 달하는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 그리고 EU 회원국 내 영국 국민 문제, 이혼합의금으로 불리는 영국의 재정기여금 문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 등에 대해 우선 협상하기로 했다. 이들 의제는 EU가 영국의 탈퇴조건으로 제시해왔던 것으로 영국이 EU 측의 의견을 수용했다. 협상 일정은 오는 7월 17일, 8월 28일, 9월 18일, 10월 9일 등 10월까지 4차례로 합의했다. 10월 협상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영국에겐 미래 협상을 위한 ‘충분한 진전’이 있었는지 EU 측에 평가를 받는 협상이나 다름 없어서다. 특히 충분한 진전이란 개념이 모호해서 EU는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오는 10월 EU 정상회담에서 협상 결과를 토대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판단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이혼합의금이다. EU는 영국이 2020년까지 약속했던 재정기여금 등을 납부해야 한다면서 최대 1000억유로에 달한는 금액을 언급한바 있다. 반면 영국은 EU에서 받아야 하는 돈이 상당해 상계하고 나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U가 이혼합의금을 활용해 영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나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영국이 어떻게 방어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 약화로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인데다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같은 추정에 대해 영국 측 수석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영국은 법과 국경 통제권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부인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데이비스 장관은 또 오는 22~23일 EU 정상회의에서 메이 총리가 영국 내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의 권리에 대해 세부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영국 협상팀은 첫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양측 협상팀의 전문성과 준비성에서 EU가 이길 수밖에 없었던 게임이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협상팀은 EU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서한 외에는 공식 문서조차 없었다. 영국 협상팀이 준비한 것은 6쪽짜리 보고서에 불과했으며 그 내용도 빈약해 ‘나체(naked)’ 상태나 다름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반면 EU는 수개월 동안 미리 꼼꼼하게 작성해 발표했던 17쪽짜리 브렉시트 협상지침과 이와 관련된 세부 보고서 등을 준비해 테이블에 앉았다. 협상에 참여한 인물 면면도 전문성이나 경험 면에서 EU 측이 영국 대표단을 압도했다. 결국 이러한 차이로 인해 EU가 협상을 주도하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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