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초 이름바꾸기 운동..'대변'만 아니면 돼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7. 6. 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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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학교 친구들이 똥, 변기라고 놀려
- '교명변경' 공약 내걸고 선거 출마
- 졸업생, 마을 주민 대상 서명 받는 중
- 도와준 친구들, 의견 존중해준 선생님에게 고마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하준석 (대변초등학교 부회장, 초등학교 5학년)

'우리 초등학교의 이름을 좀 바꿔주세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외침입니다. 초등학교 이름이 뭐냐 하면요. 바로 대변초등학교. 대변초등학교입니다. 웃으면 안 되는데요. 급기야 올 초에 이 학교의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학생은 교명 변경을 공약으로까지 내걸었습니다. 그러고는 당선이 됐습니다. 당선 후에 학교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 꾸준히 힘을 모으고 있다는데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대변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부회장 하준석 군 연결이 돼 있습니다. 하준석 부회장, 안녕하세요.

◆ 하준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자기소개 한번 해 보겠어요?

◆ 하준석> 저는 대변초등학교 5학년 하준석입니다.

◇ 김현정> 처음부터 그렇게 학교 이름이 싫었어요?

◆ 하준석> 아니요.

◇ 김현정> 그때는 어떻게 괜찮았어요? (웃음)

◆ 하준석> 처음엔 학교 배정받아서 갔는데 학교도 예쁘고 친구들이랑 마음이 잘 맞아서 학교 이름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 김현정> 처음에는 그냥 우리가 대변리에 사니까 대변초겠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다녔는데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학교 이름이 싫어지게 됐습니까?

◆ 하준석> 축구대회나 로드릴레이에 저희가 나가면 사회자가 '대변초등학교 나오세요' 하면 다른 초등학교 학생들이 '똥 아니냐' '변기'라 하고 웃어서 그래요.

◇ 김현정> (웃음) 학교 안에서 우리 대변초등학교 학생들끼리만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너무나 사이좋게 잘 지내는 학생들인데 다른 데 외부에 나가기만 하면 달리기 대회니 뭐니 축구대회니 나가면 다른 아이들이 놀리는군요, 웃고?

◆ 하준석> 네.

◇ 김현정> 그럴 때는 뭐라고 얘기를 좀 해 보죠. '우리 학교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좋은 뜻이 있어.' 이렇게.

◆ 하준석> 그런데 그냥 다른 초등학교 애들은 그걸 상관 안 하고 계속 놀려요.

◇ 김현정> 계속 놀려요? 그래서 혹시 싸움도 해 보고 그랬어요, 이름 때문에?

◆ 하준석> 싸울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왜요?

◆ 하준석> 저희 학교 대표들끼리 싸우면 저희 학교가 더 안 좋아 보일까 봐요.

◇ 김현정> 아 혹시라도 화가 나서 싸우려고 해도 '야, 쟤네는 학교 이름도 이상한데 애들이 싸움까지 잘해' '싸움꾼이야' 이렇게 될까 봐? 먹칠할까 봐?

◆ 하준석> 네.

대변초등학교 부회장 5학년 하준석 군 (사진=학교 제공)
◇ 김현정> 와, 의젓한 친구네요, 우리 하준석 군. 그래서 참고 지내다가 5학년이 돼서 선거에 출마할 때 교명을. 제가 부회장이 되면 교명을 변경하겠습니다, 이런 공약을 내걸게 된 거예요? 이거 준석이 아이디어였어요?

◆ 하준석> 네, 제 아이디어였어요.

◇ 김현정> 어떻게 생각하게 됐어요?

◆ 하준석> 그냥 이런 대회나 나갔을 때도 놀림을 받고 그러니까 부회장이 되면 교장선생님이랑 학생 애들한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냈어요.

◇ 김현정> 그러면 보면 말이죠. 어른들도 그런데 공약을 내걸 때는 거창하게 내거는데 당선되고 나면 끝이거든요.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 하준석 군은 진짜로 행동에 나선 거예요?

◆ 하준석> 네. 멸치 축제 때요. 회장 누나랑 부회장 형이랑 저랑 저희 3명이요.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이랑 졸업생들한테 사인을 받으러 다녔어요.

◇ 김현정> 이야, 멸치축제 때 어른들한테 다 하나하나 가서 사인을, 서명을 받으러 다녔어요?

◆ 하준석> 네.

◇ 김현정> 그리고 또?

◆ 하준석> 또... 동네 어른들한테 편지를 쓰고 선배들한테도 편지를 썼어요.

◇ 김현정> 편지를 써서 서명 좀 해 주세요?

◆ 하준석> 네.

◇ 김현정> 와, 서명 몇 명이나 받았어요, 지금까지?

◆ 하준석> 약 3000명 정도요.

◇ 김현정> 얼마 동안 3000명 받은 거예요?

◆ 하준석> 4개월 정도요.

◇ 김현정> 얼마를 더 받아야지 이걸 교육청에다가 올릴 수가 있는 겁니까?

◆ 하준석> 그거는 저는 잘 몰라요.

◇ 김현정> 그건 잘 모르고. (웃음) 아마 선생님들이 준석아 됐다 할 때까지 하면 될 거예요. 그래요,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다들 '아이고, 장하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 우리가 대변리라서 대변초등학교고 이게 지금 50년을 지켜온 이름인데, 준석아, 이걸 왜 바꾸려고 하니' 반대하시는 분들은 없어요?

◆ 하준석> 많아요.

◇ 김현정> 많아요? 어르신들 중에?

◆ 하준석> 네.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설득해요?

◆ 하준석> 지금 지역 주민들이랑 마을 이장님과 학부모님들께서 함께 설득을 해주고 계시고 졸업생 중에 반대하는 분들은 동창회에서 설득하고 계세요.

◇ 김현정> 설득을... 우리 계속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좀 바꾸자 이렇게?

◆ 하준석> 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혹시 우리 준석이 속으로 이런 이름으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어떤 희망 이름이 있어요?

◆ 하준석> 제가 희망하는 이름은 그냥 없고, 다 같이 학교에서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 김현정> 대변만 아니면 돼요?

◆ 하준석> 네. (웃음) 그리고 이름은 부르고 싶고 예쁜 이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예쁜 이름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면서 준석이가 이야기하는 게 예쁘니까 웃으면서 얘기합니다마는 참 속으로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운데요. 하준석 군, 제가 잠깐 이야기해 봤지만 진짜 똘똘한 학생 같아요.

◆ 하준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좋아하는 과목은 뭐예요?

대변초등학교 친구들과 수업중인 하준석 군 (가운데, 사진=학교 제공)
◆ 하준석> 좋아하는 과목은 전 과목.

◇ 김현정> 전 과목 좋아해요? (웃음) 대단한 학생. 그러면 꿈은 뭐예요?

◆ 하준석> 육군 장교요.

◇ 김현정>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에요?

◆ 하준석> 네.

◇ 김현정> 와, 멋진 학생인데. 그래요. 그러면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대변초등학교 졸업생도 계실 테고 마을 주민들도 계실 테고 야, 학교 이름 못 바꿔하는 분들에게 씩씩하게 한번 설득을 직접 해 보시겠어요?

◆ 하준석> 저희 학교 학생들의 자존심이나 마음을 생각해 주셔서 찬성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겠습니다. 나온 김에 친구한테도 한마디 하세요. 반 친구들한테도.

◆ 하준석> 반 친구들아. 싸우지 말고 이 한 학기 잘 보내자.

◇ 김현정> 그렇지. 싸우면 안 되죠, 싸우면 안 되죠. 우리 전교의 학생들한테도 한마디.

◆ 하준석> 뜻을 같이 함께해 주고 같이 사인을 받으러 다녀준 친구들에게도 고맙고, 학생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 주시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거 저희가 미리 질문 준 게 아니거든요. 또 어쩜 이렇게 또박또박 선생님들까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저는 다른 것보다도 공약을 내걸고 당선이 됐는데 그걸 잊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준 거, 저는 거기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어른이 돼서도 약속 잘 지키는 사람, 튼튼한 우리 사회의 기둥이 돼 주세요.

◆ 하준석> 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이거 서명 완료되면 저희한테 전화 한번 주세요.

◆ 하준석>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우, 예뻐요. 예뻐요. 대변초등학교라는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 지금 아이들이 나섰습니다. 앞장서서 하고 있는 어린이 하준석 부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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