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JTBC골프매거진]My Dream, My Destiny

조회수 2017. 7. 10. 16:03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업가로 제2의 인생 꿈꾸는 박세리
와인 브랜드 론칭부터 골프웨어 사업, 코스 디자인, 아카데미까지 새로운 인생 설계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박세리의 꿈과 포부. [사진 신중혁, 장소 협찬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은퇴 뒤 7개월. ‘골프 여왕’ 박세리가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25승, 명예의 전당 헌액 등 골퍼로서 최고의 영광을 맛봤지만 이대로 만족할 박세리가 아니다.

박세리는 은퇴 뒤 여유를 가질 새도 없이 새로운 사업 구상을 위해 뛰어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골프웨어 라인을 론칭하기로 계약했다. 상반기 중에는 박세리 와인도 출시된다. 아카데미 사업과 코스 디자인 등 더 큰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흔 살. 새로운 인생 2막에 도전하고 있는 박세리의 표정에선 기대감과 긴장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Q : 지난해 말 은퇴하고 벌써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의 근황은 어땠나요?

박세리(이하 박) :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지난해 10월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일반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구상하고 있어요. 트레이닝룩 차림으로 마트에 가고 하나뿐인 조카의 학교에 가보는 등 삶의 여유가 생겼지만 역시 저는 바쁘게 사는 것이 더 익숙한 것 같아요. 선수 때처럼 많이 바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골프 관련 일을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많이 모르고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있어요. 도움을 청하면서 배우고 있죠.

Q : 바쁘게 살다가 은퇴를 하면 공허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박 : 저는 정말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했어요. 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은퇴 전에 차근차근 정리의 시간을 가졌죠. 그래서인지 그런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어요. 한 가지 아쉬움은 ‘시즌 때마다 봐왔던 후배들이나 친구들과 밥 한번이라도 더 먹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역 시절에는 시즌마다 매주 보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은퇴하고 나니 서로 경쟁했던 기억만 남는 거예요. 그때는 좀 여유를 가지지 못했었죠.

제 인생에서 큰 목표 중 하나는 가정을 꾸리는 거예요. 만남이 쉽지는 않지만 좋은 짝이 어디인가에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 최근에 LPGA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에 출전했는데 친선 경기지만 오랜만에 경기를 한 소감은?

박 : 정말 많이 달랐어요. 예전에는 이벤트성 대회라고는 해도 선수들 간에 경쟁 심리가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 은퇴한 선수들(줄리 잉스터,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과의 친선 게임이었기 때문인지 너무 재미있었어요. 부담감 없이 그냥 친구와 라운드를 한 기분이랄까. 그전에는 시합 때 만나면서 경쟁을 하는 그런 사이였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은퇴 뒤에 개인적인 삶을 살다가 오랜만에 만나니까 너무 좋았어요. 공을 치면서 농담도 건네고, 서로 살아온 일이나 최근의 근황까지 나누면서 인생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Q :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박 :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가정을 꾸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네요. 메이저 대회 우승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저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거 같고, 너무 어렵네요. 가정을 꾸리고, 또 제 주니어도 낳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기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제가 원하는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조금 더 관심을 쏟고 있어요.

Q : 이상형은 나이 대에 따라 바뀐다잖아요. 요즘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박 : 저는 항상 같았어요. 친구처럼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떤 분위기에도 상관없이 편안하게 잘 어울려줄 수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아직까지 인연이 없네요. 사실 저처럼 커리어가 있는 상대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짝이 어디인가에 있을 거라고 믿어요.(웃음)

Q : 가장 아끼는 물건이 있다면?

박 : 아직까지도 저와 한 몸이었던 골프 클럽이랑 그리고 트로피들이 가장 소중해요. 제 클럽을 누가 만지는 게 싫어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클럽 같은 경우는 누구도 못 만지게 했어요.

Q : 은퇴하고 나서 클럽을 만질 일이 자주 있나요?

박 : 없죠. 클럽이 주인을 잃었죠.(웃음) 지난해에 은퇴한 이후로 한 번도 라운드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집에 그대로 두고 지나다니면서 확인한 정도였죠. 심지어 동생이 “언니, 골프 선수였었어?”라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최근에 간만에 친선 게임에 출전하면서 클럽을 잡은 거죠.

Q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하나요?

박 : 전혀 안 해요. 친구들과도 전화로 연락해요. 기계랑 안 친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뭘 올리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요. 사실 저 하나 관리하기도 벅차요.(웃음) 저 대신 후배들이나 지인들이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Q : 은퇴 뒤 투어 동료들과도 종종 자리를 함께하나요?

박 : 은퇴한 선후배들이 많아지다 보니 더 편하게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커피를 마셨는데 이제는 술자리도 편하게 갖곤 해요. 술 한잔하면서 예전 이야기도 하고, 요즘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등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생겼어요.

Q : 주량은?

박 : 제가 엄청난 주당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정신을 차리고 뒷정리를 하는 편이라서 그런 루머가 생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술은 맥주나 소주인데 식사를 하면서 한두 잔씩 즐기는 정도예요.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이제는 다음 날 뒤탈이 생겨서 많이 마실 수가 없어요.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 날 하루 종일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링거를 맞아야 돼서 조심하고 있어요.(웃음)

Q : 은퇴 후 더 예뻐진 것 같은데.

박 : 선수 때보다 요즘에 화장할 일이 좀 많아져서 그런 거 같아요. 여자는 화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진짜 맞는 말이에요. 화장 덕을 많이 보고 있죠.

Q : 피부 관리는 하고 있는지?

박 : 피부과에 다니면서 그전에 못했던 피부 관리를 받고 있어요. 그동안 햇빛을 너무 많이 받았잖아요. 저한테 너무 인색한 삶을 살다 보니까 여기저기 많이 망가져 있더라고요. 이제 은퇴를 했으니까 나 자신을 위한 관리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부과도 다니고 제 몸에 투자를 하고 있어요. 그래야 결혼을 하지 않을까요.(웃음)

Q :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 같아요.

박 : 당연하죠.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제가 원했던 것, 하고 싶었던 목표에 대해 운이 좋게 다 이뤘잖아요.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사는데 대한 기대감이 더 크고 그만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감도 들어요. 이제 스케치를 시작한 건데 그리면서 지웠다가 다시 그리는 단계를 겪고 있어요. 어렵기도 하고, 부담도 크지만 어떤 그림이 나올까 기대감이 커요.

Q : 박세리에게 부담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데.

박 : 현역 때는 긴장감이라는 게 생활화가 돼서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선수가 아닌 모습으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느낌이 달라요. 어렸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사실 운동 외에는 많은 걸 모르잖아요. 막상 사회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사회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대한 고민도 생겼고요. 은퇴를 앞두고 그런 생각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어요. 선수 생활을 했을 때는 일상이나 스케줄이 제 위주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쉽지는 않겠지만 저보다 먼저 은퇴해 잘 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보면서 저도 잘 해나가야죠.

Q. 사업에 대한 구상은 잘 되고 있는지?

박 : 사실 제가 옷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에 골프웨어(아바쿠스)와 계약을 하고 올가을에 제 이름을 건 라인을 출시할 계획이에요. 컬래버레이션으로 와인 사업을 벌일 예정이고, 후배 양성을 위해 골프 아카데미에도 관심이 많아요. 코스 디자인도 해보고 싶고요. 현역 때부터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시작하고 있는데 골프와 관련해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욕심이 생겨요.

은퇴를 하고 나서 편하게 살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렸어요. 골프와 관련해 할 수 있는게 너무 많기 때문에 욕심이 생겨요.

Q : 와인이 곧 출시된다고 들었는데.

박 : 론칭까지 얼마 남지 않았죠. 레벨 작업도 거의 끝났어요. 세리와인이라고 라벨에 제 이름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Q : 아카데미 사업에 대한 희망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는데.

박 : 아카데미 같은 경우는 오래전부터의 꿈이었어요. 현재 여러 곳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데 서두르지는 않고 있어요. 20~30명을 가르치는 작은 아카데미가 아니기 때문에 멀리 보고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위치도 중요하고, 선수들이 최적의 환경 속에서 훈련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어요.

Q : 코스 디자이너로서의 행보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박 : 현재 호주 쪽 회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호주 내에 캐리 웹 선수랑 저랑 9홀씩 디자인을 할 예정입니다. 디자인이 끝나면 LPGA투어도 코스에서 개최할 예정인 프로젝트예요.

Q : 제2의 인생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박 : 과거의 박세리와 지금의 박세리 그리고 미래의 박세리는 같은 사람이지만 예전에는 제 위주로 생활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게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로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봤으니 새로운 인생에서도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어요. 은퇴하고 편하게 살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렸어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사업가로서의 꿈도 하나하나 이루고 싶어요. 지금껏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골프계와 선후배, 꿈나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이 해야죠. 현역으로 활동했을 때처럼 나태하지 말고 열심히 뛸 생각이에요.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