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언, 조선 "대통령 아닌 국민이 결정해야"

장슬기 기자 2017. 6. 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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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대체에너지 부재, 전기요금 상승 등 우려의 목소리… 한겨레, 경향 “탈핵 신호탄” 환영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 때부터 공약한 ‘탈핵’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을 19일 치렀고, 월성 1호기 폐쇄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일부 언론은 탈원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탈원전의 문제점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에 일부 신문은 사설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사설 “脫원전, 반대 여론도 경청하라”에서 “탈원전은 문 대통령의 말처럼 시대의 주요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문 대통령 계획대로 이행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이어 “당장 고리 1호기 폐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우리나라는 원전 폐로 경험이 없다. 외국 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0일자 한겨레 만평

안전성 문제도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폐로 과정의 안전성도 낙관할 수 없다”며 “고리 1호기에서 나오는 폐연료봉을 보관할 장소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방사선폐기물 처리장 건설은 역대 정부들이 미루기를 반복해온 난제”라고 했다.

대체 에너지가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원전산업 축소에 대한 대책 수립도 요구된다”며 “여름철 에너지 수급과 전기료 폭탄 우려는 여전하다”고 경고한 뒤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적극 추진하되 그 이전까지 원전의 비중을 일정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탈원전 정책 추진에 앞서 정교한 로드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소수 비전문가의 제왕적 조치’라는 에너지 전공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탈원전을 당장 하지 말자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 신문은 “탈원전 국가 상당수는 오랜 시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간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일보는 에너지 대안마련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다. 사설 “‘脫원전’ 뜻은 좋지만 에너지 대안도 생각해야”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2%대인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약대로라면 국내 24기 원전 중에서 2030년까지 11기가 설계수명 종료로 폐쇄되고, 추가 건설이 예정된 9기는 백지화된다”고 했다.

이어 “물론 안전성만 따진다면 원전을 없애는 것이 옳을 수 있지만 탈원전을 외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며 “최근 미세먼지 발생으로 노후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마당에 원전까지 중단한다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전의 장점도 부각했다. 이 신문은 “경제력에서 뛰어난 원자력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전원별 전력 생산 단가는 kw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분을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로 대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열악한 개발 여건에다 기술의 불확실성, 낮은 경제성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내놨다. 사설 “성급한 탈원전보다 에너지 백년대계가 먼저다”에서 “우리는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한다”며 “구체적 로드맵도 없이 이미 진행 중인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어떻게 뒷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전력 수요는 해마다 4.4%씩 늘어나고 전력예비율은 늘 아슬아슬해 급기야 2011년에는 폭염에 따른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며 “에너지 문제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 뒤 “지금이라도 국회 논의를 비롯해 공론화를 거쳐야 하며 국민적 합의를 얻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논조를 폈다. 사설 “全국민 수십년 영향 ‘원전 중단’, 5년 대통령 아닌 국민이 정해야”에서 “문 대통령은 5년 임기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이다. 할 수 있는 결정이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며 “탈원전이나 교육 체계의 근간을 손대는 것과 같은 나라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는 5년 임기 대통령이 자신의 선호나 편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대안을 요구했다. “지금 원자력과 석탄 의존도를 줄인 후 뭐로 에너지 대안을 삼을 것인지 로드맵조차 없다”며 “대뜸 탈핵 선언부터 했는데 이것은 정치하는 식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외에서 탈원전 이후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것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사고 후 17기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한 독일은 풍력·태양광 비중을 늘리면서 지난 10년 사이 주택 전기 요금이 78%나 올랐다”며 “그나마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으로 이어져 여차하면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전력에 관한 한 섬나라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탈핵의 필요성

반면 한겨레는 탈핵 선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사설 “‘탈핵 국가’로의 대전환, 국민 합의가 중요하다”에서 “문 대통령 지적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만 앞세웠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대한 고려는 뒷전에 두었다”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보도

탈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수만년 관리가 필요한 핵폐기물을 내놓으니 원전은 결코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당장은 전력 생산단가가 싸다지만 안전관리를 강화할 때 따르는 비용, 핵폐기물 처리 및 관리 비용, 폐로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고 한 뒤 이를 “세계 각국에서 탈핵 정책이 확산되는 이유”라고 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탈핵에 대한 정부 의지와 추진 능력이 일찌감치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에너지 정책 전환이 전력수급, 전기요금에 끼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해 막연한 불안감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핵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승계돼야 의미가 있다”며 “에너지정책 전환의 의미가 국민 의식 속에 깊고 폭넓게 뿌리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이 로드맵조차 없다고 지적했지만 문 대통령은 탈핵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로드맵에는 가까운 미래에 ‘원전 제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중장기 과제와 실행계획이 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드맵에는 전력 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산업계 반발, 원전 중단에 반대하는 원전 지역 일부 주민들의 저항 등이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한겨레에 “독일이나 대만처럼 에너지, 전력, 산업,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기구를 꾸리는 게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은 2011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2022년까지 탈원전을 이루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향신문도 대통령의 탈핵 선언에 대해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다. 3면에서 원전 정지 선포식 안팎의 풍경을 전하는 기사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 대통령에 큰절로 호소”에서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인 손희경씨(81)가 울면서 큰절을 했고, 문 대통령이 손씨를 일으킨 뒤 그의 말을 경청한 사실을 보도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12년을 버텨온 밀양 송전탑, 이제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고 밀양 송전선로를 철거해달라는 주장을 담았다.

다음은 2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서울 전 지역 입주 전 분양권 전매 금지”
국민일보 “종교인 과세 콘퍼런스 개최”
동아일보 “한미 정상회담 열흘 앞 김정은만 웃게 할 ‘엇박자’”
서울신문 “‘신규원전 백지화’ 탈핵 독트린 천명”
세계일보 “靑 ‘문정인 발언’ 진화에도…한미 난기류”
조선일보 “첫발 뗐지만…갈길 먼 脫원전”
중앙일보 “런던 또 차량 테러, 이번엔 무슬림 덮쳤다”
한겨레 “금속노조 ‘일자리기금 2500억 내겠다’”
한국일보 “탈핵 선언…값싼 에너지서 안전한 에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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