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 일괄 폐지"→"기본료 폐지는 이통사 자율사항"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2017. 6.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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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 선심성 공약으로 기대치만 부풀리고 난관 봉착하자 업계 탓" 비난 봇물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민생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본료 폐지 등 정부가 강제할 만한 법적 근거나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현실적인 문제는 간과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결국 갈등과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본료 폐지' 등 선심성 공약으로 국민의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려놓고, 미래부로부터 4번째 보고를 받은 뒤에야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업자가 협조해야 할 문제"라며 화살을 통신사로 돌려, 비난을 피하려는 처사라는 비판까지 거세지고 있다.

◇ "기본료 일괄 폐지"→"기본료 폐지는 이통사 자율사항"…"공약 철회는 아냐"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4차 보고를 받은 19일 "기본료 폐지는 이통사의 자율사항"이라면서 "기본료 폐지를 못한다면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사항을 찾아내면 된다. 그것이 국정위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기본료 폐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라고 덧붙였다.

출범 초반부터 '기본료 일괄 폐지'를 강행하던 국정기획위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대한 결론을 당장 내리지는 않겠다면서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기본료 폐지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가 유례 없이 현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음에도 업계 반발에 부딪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국정기획위의 아마추어적인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당장 가계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아무런 대안 없는 일괄적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에 마케팅비를 비롯한 제반 비용을 상승시키고 결국 '통신비 인상'이라는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일종의 '풍선 효과'처럼 "기본료 폐지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그럼에도 국정기획위는 앞서 미래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등 통신비 인하 공약을 강행하기 위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 과정에서도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들이 '2G·3G 기본료 우선 폐지' 'LTE 요금 추가 인하 방안' 등 설익은 발언을 쏟아내며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기본료 인하를 강제할 만한 법적 근거도 없어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공약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날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이개호 위원장은 "기본료 폐지를 이뤄내면 좋겠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걸쳐있어 쉽지가 않다"면서 법률 개정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與 미방위 완전히 배제 "기사 보고 알아"…非전문가들이 완장 차고 '일방통행' 우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모습. 자료사진
국정기획위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결국 국정기획위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부 보이콧' '최후통첩' 등 국정기획위의 독단적인 행보에 대해 그동안 여당 내에서도 우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위원들은 이개호 위원장 등과 회동을 갖고 통신비 인하안과 관련해 상임위원회 등 국회 의견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미방위 관계자는 "(이날 회동 전까지)미방위는 완전히 배제됐었다"면서 "국정기획위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을 일절 얘기를 해주지 않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료 폐지 공약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실행 가능한 다른 통신비 인하 방안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정기획위에서 배제돼 논의할 수 없었다"며 덧붙였다.

또 다른 미방위 관계자도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오랫동안 통신비 관련 대책을 만들어왔고 경험에서 나온 방안들을 제안했지만 거의 배제됐고 결국 (국정위에서) 기본료 폐지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통신비 공약을 들고 나왔다"면서 "지금 현 상황은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통신 분야에서는 비(非)전문가들이 '완장을 차고' 통신비 인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현재 국정기획위에서 통신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경제2분과 최민희 위원의 주 전공은 방송·미디어 분야다. 최 위원의 통신 관련 경력은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전부로, 사실상 통신 분야 활동 경험은 전무한 셈이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최 위원이 통신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인 데다 일부 공약에 대해서도 말이 자꾸만 바뀌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같은 분과 호원경 위원은 기초과학연구 및 연구개발 분야 전문가다. 강현수 위원도 18대 대선 당시 미래 캠프 일자리위원회에서 일한 일자리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 기본료 폐지外 인하 방안 급물살…업계 "경쟁 통한 인하" 정부 혜안 기대

국정기획위는 이날 미래부로부터 기본료 폐지를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대신 1년 차 30% 인하, 2년 차 30% 인하 등으로 삭감해나가는 △ 순차적 기본료 폐지와 기본료 개념부터 재정립해 통신·단말기 원가 등을 공개하는 △ 통신요금개선위원회(가칭) 설립 △선택약정할인 20%→25% 인상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 공공와이파이 확대 △ 취약계층에 대한 기본료 인하 방안,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주면서 데이터 사용량을 1GB까지 늘리는 △2만 원대 보편적 요금제 출시 등도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거론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공감하지만, 기본료 일괄 폐지 같은 현실을 외면한 대책은 뜻을 같이하기 어렵다"면서 "통신사들 간 경쟁을 통해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라고 해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소비자는 물론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혜안을 기대했다.

한편 국정위는 이번 4차 보고를 끝으로 공식적인 미래부 업무보고를 종료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공식 업무보고를 더 받아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 주제별, 세부사안별로는 계속해서 협의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ancky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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