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탈핵 선언]원전 해체·신재생에너지 구상, 사회적 합의 도출이 열쇠

고영득 기자 입력 2017. 6. 19. 23:08 수정 2017. 6. 2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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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린이들과 함께 ‘정지 버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퇴역식에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탈원전 정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대선 때 공약했던 ‘탈핵’을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천명함에 따라 에너지 정책의 ‘대수술’이 예상된다. 탈원전과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일각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조만간 나올 탈핵 로드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밝힌 탈원전 정책은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의 조속한 폐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설계수명 연장 금지 등이 골자다. 환경단체들은 문 대통령이 ‘탈핵선언’을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탈핵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이제 이를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며 “관련 법 제정으로 이어져 대만처럼 ‘원전 제로’가 입법화돼야 진정한 탈핵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공사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선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에너지 관련 학과 교수들과 원자력 업계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탈핵선언은 환영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점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탈원전 기조가 확실한 만큼 공사 중단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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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가운데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모두 11기다. 문 대통령의 뜻대로 이들 원전의 설계수명이 연장되지 않으면 2030년에는 13기만 남아 세계 1위인 한국의 원전밀집도는 절반가량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수명이 가장 긴 원전은 설계수명 60년으로 운영허가를 받은 신고리 3호기(2075년 10월 만료)다.

건설 중인 원전을 중단하거나 원전 수를 줄이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진다고 원자력계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원전 해체나 핵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금전·환경·사회갈등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란 목소리도 거세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기념사에서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수만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해 원전 해체에 따른 전력 부족분을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원전 해체산업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념사에서 원전해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전뿐만 아니라 신규 및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도 전면 중단이 가시화되면서 민간발전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문 대통령이 친환경 에너지 세제의 합리적 정비와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에너지 세제를 둘러싼 논란 또한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건설환경도시공학부)는 “탈핵 에너지 전환은 국민과의 소통이 열쇠”라며 “에너지 절약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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