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공세에..청, '문정인 발언' 수습 부산

손제민·허남설 기자 2017. 6. 1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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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워싱턴 발언’ 파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 대화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66)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등 발언에 대한 보수야당의 공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는 문 특보 발언을 “개인 견해”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19일에는 문 교수에게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특보의 발언이 평소 문 대통령의 견해를 반영하며,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 근본적으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너무 야당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특보는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방안을 북핵 문제 해법의 출발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여부를 안보·민주주의·민생의 관점에서 종합 검토해본 뒤 국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들이 이날 “문 특보는 외교안보의 폭탄”(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외교 협상의 ABC도 찾을 수 없다”(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김정은의 외교안보 특보인가”(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등으로 여론몰이를 하자 청와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미 훈련의 축소·조정과 사드 재검토에 대한 문 특보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했던 얘기들이다. 문 특보는 방미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이 같은 생각을 나눴고, 정 실장도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 특보의 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과도 근본적으로 배치되지 않는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달 16일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북한이 모든 핵 프로세스와 실험을 중단할 때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두고 보수언론들도 미국이 대화의 조건을 비핵화에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낮췄다고 해설한 바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면 외교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문 특보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야당이 집중포화를 퍼붓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야당의 의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가) 한반도에 가져올 종합적 문제를 미국 조야에 신중히 전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정도”라며 “아무도 안 하는 말을 용기 있게 했다고 해서 외교 파장이 일 듯 호들갑 떠는 것이야말로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 방미에 동행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미 훈련 축소가 아니라 정상화”라며 “대결의 악순환으로 가지 말자는 차원에서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 군사훈련에서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문제를 제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긴장 속에서 맞지 않고 한반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문 특보가 제안한 것”이라며 “다만 정권 출범 후 너무 이른 시점에 정상회담을 하게 돼 청와대와 외교부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프로세스로 뒷받침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제민·허남설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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