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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또 금융위기 도화선 될라".. 지구촌 '집값 폭등' 불안감

이상혁 입력 2017.06.19. 20: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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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택시장 과열 양상 / 양적완화 등으로 자금 유입 급증.. 저금리 기조 안전투자처로 각광 / 잉글랜드 10년새 259%나 '껑충'.. 中 베이징·상하이 20% 이상 상승 / 美 5년새 37% 올라.. G7중 1위 / 미국 기준금리 올리자 각국 가세.. 저리로 빚내 집 산 사람들 직격탄 / 주택대출 부담 늘어 위기감 고조 / 中 등 부동산 안정 핵심정책 부상.. 금리 인상 땐 집값 상승 주춤할 듯

설설 끓는 글로벌 주택시장의 열기가 대단하다. ‘호황’보다는 ‘과열’이라는 어휘가 최근의 세계 주택시장을 잘 설명해준다. 미국 CNBC방송은 “수년간 옆걸음 치던 유럽과 아시아 등의 주택시장이 용틀임을 한 지 오래다. 중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이 먼저 꼽힐 정도가 됐다”고 진단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주택가격이 경쟁하듯 오르고 있다. 올해 파리의 집값은 10% 이상 폭등했다.

세계에 돈이 넘쳐나고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글로벌 주택시장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모두에게 익숙해진 경제용어 ‘양적완화’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년간 시중에 돈을 넘치게 하면서 경기 호황을 견인했다. G7(주요 7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경기 호황의 신호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올 들어 10% 이상 오르는 등 글로벌 주택시장 호황을 경쟁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 건설 중인 건물 앞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고액 연봉자도 살 수 없는 집

고공 행진을 하는 집값이 연평균 소득의 수배 수준으로 치솟는 통에 제 아무리 고액을 받는 봉급자들도 집을 선뜻 살 수 없는 예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집값은 지난해 영국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벌 수 있는 연간 소득의 8배로 폭등했다. 이는 영국에서 집값과 연소득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집값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59%나 폭등했다. 이 기간 연소득이 68% 오르는 데 그친 영국 노동자들은 뛰는 집값을 그저 바라만봐야 했다.

캐나다 토론토도 ‘부동산이 핫’ 한 지역이다. 부자라도 집을 사기 힘든 상황이다. 캐나다에서 상위 1% 소득자로 분류되려면 연간 22만5000달러(약 1억9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어야 한다. 토론토의 일반주택 평균 가격은 157만달러(약 13억원)이며, 도심을 벗어난 외곽지역을 포함해도 평균 111만달러(약 9억3000만원)에 달한다. 상위 1% 소득자라도 은행 대출을 끼고도 토론토 변두리의 집 한 채 장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액수만 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토론토의 주택시장에는 강력한 당국의 개입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파리 중심가의 한 건물 벽면이 ‘모나리자’를 그린 화려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베이징·파리=AP·AFP연합뉴스
◆전통 안전자산을 대신하는 투자처

독일의 부동산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엔화, 미국 국채를 대신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구체화되면서 유럽연합(EU) 공동체와 각국의 운명이 불확실해지자 전통적인 유럽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의 부동산이 안전하리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독일 상업 부동산 분야에 흘러 들어간 투자금은 총 250억유로(약 31조4000억원)로, 영국의 210억유로(약 26조4000억원)보다 많았다. 이는 2008년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돈 냄새 잘 맡기로 소문난 미국의 한 사모펀드는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등지에 100여개 부동산을 보유한 독일 부동산업체를 33억유로(약 4조2000억원)에 과감히 인수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독일의 부동산시장은 지금처럼 강력한 투자처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며, 설사 유로존이 깨진다 해도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독일 부동산은 어떠한 상황이 된다 해도 굳건한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의 상승곡선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주택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 세계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6%에 달했다. 2015년에는 4.1%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지난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000년 당시 전 세계 주택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2016년 3분기 지수는 155.95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3분기(155.98)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2000년대 초중반 가파르게 오르며 2008년 1분기 159.31까지 상승했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겪으면서 하락했다. 이 지수는 2012년 1분기 142.90으로 바닥을 쳤지만 단 4년 반 만에 다시 9% 넘게 뛰었다.

G2(미국과 중국)의 주택 시장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의 최근 5년간 집값 상승률은 37.3%로 G7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국은 당국이 끊임없이 집값 상승의 고삐를 죄는데도 가격은 숨가쁘게 오르고 있다. 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20% 이상 올랐다.

◆가격 폭등으로 싹트는 불안감

주택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불안감도 덩달아 싹튼다. 소득은 기어가는데 집값은 뜀박질을 하면서 부채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집을 사려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야 한다. 금리 인상에 신경이 곤두서는 이유다. 금리 인상은 곧 전 세계로 번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열된 부동산시장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분위기가 번져나가는 게 사실이다. 중국은 자금시장 금리를 올렸고 고정환율제 국가들도 금리를 올리는 강수를 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게 되며 빚을 내 집을 산 서민들한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전조와 비슷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각종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부담이 늘어나 주택 위기의 압력을 끌어올리는 배경이 된다. 이어 자금이탈을 우려한 신흥국들이 연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계속해온 글로벌 주택시장을 옥죄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금리다. 기준금리 인상은 일찌감치 예고됐던 현상이다. 각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인상 속도는 완만하겠지만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세계적인 집값 상승세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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