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법관회의, 사법행정권 남용 추가조사 결의..법조계 "조사 투명성 담보돼야"(종합3보)

조상희 입력 2017.06.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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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조상희 기자】전국 법원의 '판사 대표'들이 19일 한 자리에 모여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책과 판사회의 상설화 등 사법개혁을 위한 방안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특히 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며 추가 조사를 결의했다.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막강한 사법행정·인사권을 견제해 사법부 관료주의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사법개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8년만의 법관 대표회의..대법원장 견제장치 모색
전국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 100명은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 3층 대형 강의실에 모였다. 전국 규모의 판사회의는 지난 2003년 서열에 따른 대법관 제청에 판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처음 열린 이후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사법파동 때 개최된 바 있다.

비공개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50분까지 열린 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평가와 책임소재 규명, 유사 사태 재발방지책, 법관회의 상설·제도화 등 크게 4가지 안건이 순서대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회의 상설·제도화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법관인사 등 권한을 분산시키는 일종의 견제장치다. 사법연수원 한 관계자는 “법관회의 상설·제도화는 대법원장이 사실상 독점한 사법행정·인사권에 대해 일선 판사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로 보면 된다”며 “제도화될 경우 사법개혁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결과가 미흡하다고 보고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추가조사를 결의하면서 양 대법원장에게 법관회의가 구성한 소위원회에 조사권한 위임을 요구했다. 또 진상조사위 조사기록 등을 법관 대표회의에 제출하고 행정처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과 기획조정실 법관들이 최근 2년간 업무상 사용했던 컴퓨터 등에 대해 적절한 방법으로 보전할 것을 요청했다. 추가조사를 방해하는 사람은 대법원장이 즉각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결의안에 포함했다. 아울러 다음 달 24일 열리는 2회 대표 회의 개의 전까지 진상조사위 조사기록에 대한 검토결과 및 추가조사 내용을 소위원회가 보고토록 했다.

■법조계 "선입견 추가조사 우려" 회의론도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반면 표결결과는 공개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대법원장이 법관 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가조사가 이뤄질 경우 법관 회의가 미리 결론을 내놓고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명단은 비공개하면서 정작 표결은 공개하는 회의는 처음 봤다”며 “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면 모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법개혁이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이날 안건을 무조건 대법원이 받아들이란 자세보다는 법관 개개인이 독립적인 사법부란 생각으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전체 판사들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및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소속 판사에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행사를 축소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당초 부당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됐던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아닌 학술단체 전 회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부 부당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정보를 이른바 '블랙리스트'처럼 정리한 자료 의혹이나 대법원장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지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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