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정위 '기본료 폐지'사실상 포기..'약정 할인율 20%→25%' 확대로 가닥잡아

이소아 입력 2017.06.19. 19:20 수정 2017.06.2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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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와이파이 확대
'보편적 요금제' 논의 진척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가계 통신비 인하가 당초 ‘기본료 폐지’ 대신 약정 할인율 확대, 공공 와이파이 확충 등 보다 우회적인 방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료를 일괄 폐지하면 ‘다 죽는다’는 이동통신사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 반영된 모양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회의는 그동안 대통령의 공약 문구인 ‘기본료 폐지’를 고집했지만 19일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19일 오후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통신비 인하 관련 미래창조과학부 추가 업무보고에서 이개호 분과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네 번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위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요금 1만1000원을 내리느냐 그렇지 않으냐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대에 통신 요금이 합리적으로 책정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본료 폐지는 (이동통신사들의) 자율 사항이라 기존료 폐지를 못한다면 그에 준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경제2분과의 김정우 자문위원(민주당 의원)도 “공약을 보면 가계 통신비 인하의 하나의 카테고리가 기본료 폐지”라며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게 큰 그림”이라고 했다. 가계 통신비를 내릴 수 있다면 꼭 기본료 폐지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정위에 따르면 이날 업무보고에선 단기·중기·장기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미래부 보고와 논의가 이어졌다. 이 중 당장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으로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과 ‘공공 와이파이 확대’, ‘보편적 요금제’가 꼽힌다.

19일 오후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 앞에서 참여연대, 소비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통신료 인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택약정 할인제는 일명 ‘20% 요금할인’으로 불리는데, 휴대전화를 살 때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통신요금의 20%를 할인받는 제도다. 미래부는 이를 직접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20%인 할인율을 5%포인트 높여 25%로 올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 업무보고에 참석한 민주당 고용진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약정할인폭을 25%로 올리는 것은 지금 당장 고시 개정으로 할 수 있다”며 “그게 제일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 의원은 “하지만 그 정도로는 국민들이 통신비 절감을 느끼는 체감효과에 대해 부족하다고 본다”며 “6조~7조원에 달하는 기본료 폐지, 그 만큼의 절감효과를 느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 논의 해보자, 그런 답안을 가지고 했다”고 전했다. 이통사들은 기본료를 일괄 폐지할 경우 연간 약 7조원의 매출이 줄어들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 와이파이 확충은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고 의원은 “학교 등 공공기관, 지하철 등 이동수단 등에서 이통사들이 각자 자기 고객에게만 폐쇄적으로 제공하던 와이파이를 공용으로 개방시키는 안이 구체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이동통신사 대리점. 구윤성 대학생 사진기자
미래부는 이번 4차 업무보고에서 ‘보편적 요금제’를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했다. 보편적 요금제란 소비자에게 일정 데이터 양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그 이상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요금제도 연쇄적으로 떨어뜨리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정위 관계자는 “보편적 요금제가 생각보다 매우 진지하게 검토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는 법 개정 사항이고 가격 통제적인 요소가 있어 합의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실제 민간 기업의 권한인 요금제 설계를 정부가 강제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통사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약정 할인제를 두고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갤럭시S8’이나 ‘아이폰7’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자들의 70% 이상이 약정 할인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추가 할인은 버겁다는 논리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지원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나눠서 부담하지만 요금약정 할인은 모두 이통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연간 수 천억의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