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블랙리스트' 직접 조사하겠다는 판사들..양승태 겨냥?

최동순 기자 입력 2017.06.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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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 결과 '불신' 표출..직접 조사로 진상 규명
조사 방해자 직무 배제 요구키로..梁, 수용여부 주목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전국에서 모인 판사들이 굳은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과 관련해 자체적인 소위원회 구성을 결의하면서 책임 규명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때에는 사유를 즉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하고 당사자를 직무에서 배제할 것을 대법원장에게 요구하면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의 실체 규명에도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전국 판사 100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기획과 의사 결정, 실행 관여자를 정확하게 규명하고, 이른바 사법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비롯해 여러 의혹들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이들은 참석 판사 5명(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 현안조사 소위원회를 구성, 조사권한에 대한 위임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법관회의의 이같은 결의는 대법원이 앞서 진행했던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의 조사와 후속 조치가 부실했음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조사의 주도권을 일선 판사들이 갖고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은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전국 법관 대상 사법개혁 설문조사에 대한 결과 발표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지만 미완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조사위는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판사들의 학술대회를 축소하려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일정부분 확인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책임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18기)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의 폭넓은 관여가 드러났음에도 양 대법원장이나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책임을 묻지않아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논란의 불씨를 당겼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사위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의 '열쇠'였던 법원행정처 사법행정 담당자 등의 컴퓨터에 대해 "강제로 확보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물적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번 법관회의는 지난 조사에서 미진했다고 판단된 부분에 대한 실질적 추가 조사 방법을 확보하면서도 사법부 내의 자체적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법관회의는 지난 조사위의 조사기록 및 보관 자료의 제출과 함께 전 법원행정처차장,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및 기획조정실 소속 법관들이 2016~2017년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와 저장매체에 대해 보전을 요구했다.

특히 법관회의는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을 즉각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소위원회는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 등으로부터 추가조사에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추가 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 등의 협조를 거부당하는 등 조사에 방해를 받은 때에는 그 사유를 즉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한다' 등의 내용을 결의하면서 조사의 실효성 강화에 신경 썼다.

소위원회 출범과 발맞춰 검찰이 양 대법원장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양 대법원장과 고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 ·현직 법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 1부에 배당했다.

판사들의 이같은 결의와 요구에 양 대법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번 결의는 전국 판사들의 합의된 의견이라는 대표성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공보담당 간사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견임을 전제하면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구속력은 없지만, 각급 법원 대표자가 모여서 의결한 사안이어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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