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베 지지율 급락 왜? '1강' 체제 후유증.. "정치가 마피아화 했다"

윤설영 입력 2017.06.19. 18:03 수정 2017.06.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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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죄 처리 강행·사학스캔들 대응 불신 키워
"자기 편 감싸고 외부엔 공갈..마피아나 다름없어"
아베 '1강 체제' 장기화 후유증 진단
도쿄 도의회 선거 영향 예의주시.. 8월 개각설도
고개 숙인 아베 "국민 불신 초래한 점 인정"

“인정하지도, 조사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다”

일본 언론들은 19일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최대 12%P까지 하락한데 대해 “자민, 공명 여당의 공모죄 법안 강행처리와 가케학원 문제를 대하는 정권의 태도가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1강 독주 체제’가 지속되면서 정권이 ‘마피아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공모죄 법안 처리는 일본 국민들의 실망감에 불을 지핀 사건이었다. 자민당은 참의원 법무위원회 표결을 생략하는 ‘중간 보고’ 형태로 법안을 한밤중에 기습처리 했다. 집권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국민들에게 설명은커녕 편법을 동원했다는데 대해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다. 마이니치 신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심의과정이) 불충분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15일 의회 앞에서 공모죄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잇따른 학원 스캔들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정권과 관료들의 '보신주의'도 불신을 키웠다. 아사히신문은 “자기편끼리는 서로 감싸주고, 외부에는 공갈적으로 대하고 있다. 정치가 일종의 '마피아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은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논란과 관련해 시종일관 의혹을 부인해왔다. 관련 증언이 잇따르자, 문부성은 불과 한 달 전의 자체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재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내각부는 여전히 ‘오리발’이다. 이 과정에서 정권은 핵심 폭로자인 마에카와 전 사무차관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일본 내부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아베 총리 ‘1강’ 체제가 장기화 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권력이 총리 1인에게 집중돼있다. 그러다 보니 각 부처의 의견이나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무시되고, 정권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마에카와 전 사무차관의 좌우명은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음)’였다고 한다. 일본 관료사회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대 교수는 “공(公)이 사(私)를 점거하고 있다”면서 “관료기구와 일부 언론이 세력을 형성해 공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개인간의 사적인 정으로 정치를 하고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생각에 빠져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내리막길의 시작일까.

‘가케학원’ 스캔들은 잦아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아사히 신문은 문제의 가케학원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 공적인 자리에도 서슴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이라고 학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2014년 5월 가케학원의 치바과학대 개교 1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학원 관계자들 앞에서 “아베군(君)을 부르자”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실제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난 15일 문부과학성의 재조사 결과에서는 하기우다 코이치((萩生田光一) 내각 관방부장관도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을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과 문서가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자민당은 23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도의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간사장대행은 지지율 급락에 대해 “상당히 엄중한 수치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및 자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8,9월쯤 개각 및 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행히 지지율 10% 하락에서 끝났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일단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베는 이날 정기국회 폐회에 맞춰 총리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인상(이미지)조작'이라고 반론하는 등 저의 자세가 결과적으로 정책 논쟁을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또 '가케학원' 문제와 관련 재조사 결과가 달라진데 대해서도 "(정부 대응이) 왔다갔다 하는 등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런 대응으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