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檢 조직적 저항".. 안경환 판결문, 누가 흘렸나 보니

이태성 기자 2017. 6. 19. 15: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L] 주광덕 의원 요청에 법원행정처가 제공..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the L] 주광덕 의원 요청에 법원행정처가 제공···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로 이끈 42년 전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의 출처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청와대가 유출 경로로 검찰을 지목하면서다. 검찰개혁론자인 안 전 후보자의 낙마를 유도하기 위해 검찰 측에서 의도적으로 판결문을 흘렸다는 얘기다. 법원이 스스로 자신들이 야당 의원에게 판결문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안경환 혼인무효 판결문, 법원이 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일부 기자들에게 "검찰개혁 기조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검찰 측에서 의도적으로 민감한 판결문을 흘렸다는 얘기다. 안 전 후보자가 한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거짓으로 혼인신고를 한 뒤 소송에 휘말려 결국 혼인이 무효가 됐다는 내용의 판결문은 그가 16일 자진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의심과 달리 이 판결문을 제공한 쪽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었다. 안 전 후보자의 판결문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주 의원은 안 전 후보자 부친의 제적등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안 전 후보자가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을 확인해 법원행정처에 판결문을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이 요청에 따라 판결문 사본을 주 의원 측에 보냈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가정법원에서 처리한 사건에 관해 본인이 누구인지 미뤄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법만 보면 법원행정처가 안 전 후보자의 판결문을 주 의원에게 준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주 의원에게 보낸 근거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들었다. 이 법 2조는 "국회에서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관련하여 보고와 서류 및 해당기관이 보유한 사진·영상물의 제출 요구를 받은 때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사소송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요청을 받을 경우 판결문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법 외에도 국회법, 청문회법에도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법에 따라 요청된 판결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

안 전 후보자 판결문 입수의 단초가 된 제적등본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안 전 후보자에게 요구한 서류 목록에는 혼인무효소송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했지만 법에 따르면 이는 야당이 얼마든지 입수할 수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

주 의원이 해당 판결문을 공개한 것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또 안 전 후보자가 공직후보자였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로도 문제삼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문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가 검찰을 그 배후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발언에는 검찰이 안 전 후보자의 임명을 바라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청와대가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저항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난다. 판결문을 공개한 주 의원이 검사 출신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의심에 한몫했다.

그러나 검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판결문은 판사 외에는 열람할 수 없다"며 "검찰을 배후로 의심하는 것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주 의원 역시 검찰과의 '결탁설'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판결문 탄생과 보존에 검찰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이번 발언은 검찰개혁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며 "검찰 등에 경고하는 의미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