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지원 성패, 혁신 생태계에 달렸다"

김상희 기자 2017. 6. 1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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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혁신 생태계 진단]전문가들 운용 능력·R&D 사업화 성과 등 지적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 진단]전문가들 운용 능력·R&D 사업화 성과 등 지적]

#30여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IoT(사물 인터넷) 전문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A사의 주 수입원은 IoT 사업이 아닌 SI(시스템 통합) 외주와 직원들의 출강이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제, 투자 등의 문제로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본업에 매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 시점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일자리를 꼽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창업 지원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창업 자체에 대한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 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 M&A(인수합병) 또는 IPO(기업공개)를 통한 엑시트(스타트업 졸업), 실패한 기업의 안정적인 정리, 재창업 등 기업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혁신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창업을 지원하는 많은 정책들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 것도 이러한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인프라 뒷받침 못하는 운용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창업 인프라와 지원 자금 규모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한다. 대학교 등에 마련된 창업보육센터는 전국 260여 곳에 이르며,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국 17개 지역에 18개가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은 잔액기준으로 2012년 459조 원에서 지난해 610조 원으로 증가했다. 투자 역시 같은 기간 5조1000억 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프라와 지원 자금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운용할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인프라 지원은 장소 제공이나 행정 지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창업 초기 기업들에게 중요한 R&D(연구개발) 등에서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자금 지원의 경우 정부의 기금, 예산을 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모태펀드를 통한 투자 비중이 높아 지원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비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빅데이터 기반 지식서비스 중개 기업인 아이에셋의 윤상경 대표는 "우리나라 대학이나 연구소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창업 기업과 연계가 안 되고 있다"며 "대학, 연구소가 창업에 직접 도움을 주는 형태로, 보다 유기적으로 창업 지원이 이뤄진다면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화 성과 못내는 R&D(연구개발)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하면서도 R&D 성과가 기술력 향상에 목말라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제대로 이전되지 못하는 점 역시 국내 혁신 생태계의 문제로 꼽힌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R&D(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는 2015년 기준 65조9594억 원으로 세계 6위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23%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스라엘(4.11%), 독일(2.90%), 미국(2.74%), 일본(3.59%), 중국(2.05%), 영국(1.70%) 등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국가들을 앞선다.

그러나 R&D 결과물의 사업화 수준은 매우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 R&D의 산업기술 사업화 성공률은 20%에 머물고 있다. 영국은 70.7%, 미국은 69.3%, 일본은 54.1%를 나타낸다.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 보니 R&D와 사업화가 따로 노는 것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R&D 투자만 하면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착각해 왔다"며 "창업 지원이 공급자 중심으로 창업을 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고객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시장이 바라는 상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수요자 중심의 접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R&D 투자가 중요하고 지금까지는 R&D 자원 자체가 없어 지식을 축적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했던 부분도 있긴 하지만, 기술이 개발되면 사업화도 하고 산업으로 발전도 해야 한다"며 "기술이 있다고 해서 바로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수요 측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R&D 투자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학, 정부연구소가 생산하는 지식과 기술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산업과 학계의 협력이 더 긴밀해져야 하고, 정부 정책과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기획·예측 과정에서 민관 파트너십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이러한 협력의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하고, 각종 진흥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클러스터, 산단, 연구개발특구, 테크노파크 등으로 분절된 관련 정부기관들을 연결하는 제도 개혁도 필수"라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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