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칼집'만 들썩거렸는데..바짝 엎드린 기업들

김상윤 입력 2017. 6. 19. 05:31 수정 2017. 6. 20. 15: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그널 보낸 김상조 "기존 법 준수 해라"
대한항공 지분 정리해 일감몰아주기 해소
고민깊어지는 현대車그룹..'큰그림' 나올까
가맹법 위반 혐위 BBQ..가격 인상 '없던 일'로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상조 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취항한 이후 기업들이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사장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서고, 가맹점과 계약할 때 위법 의혹이 불거진 BBQ는 결국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하면서 백기투항했다. 이른바 ‘김상조 효과’에 따라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한 현행법 집행’ 시그널 던진 김상조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 중 하나는 “기업을 검찰 개혁하듯 몰아치지 않겠다” 였다. 새로운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규제를 만들어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겠다는 게 아니라 현행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일관성 있게 주되, 현행법은 엄격히 준수하라는 ‘시그널’이다.

현재 오너일가의 대기업집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일명 ‘일감몰아주기’ 규제다. 그간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승계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대한항공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조 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도 정리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총수일가가 지배주주인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대한항공과 조사장은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당장 법원에서 사안을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씻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감몰아주기와 순환출자고리 문제가 얽혀있는 현대차 그룹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재계 2위 그룹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4대 그룹’에 집중해서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한 터라 집중적으로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조만간 ‘큰그림’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도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BBQ는 지난달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치킨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등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광고비 책정 과정에 위법 의혹이 제기됐다. 통닭 한 마리당 500원을 광고비로 걷어가겠다고 가맹점주에게 통보한 점이 가맹법 위반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가맹본부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조항을 설정 또는 변경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결국 BBQ는 가격 인상을 ‘백지화’ 했다.

◇지나친 시장 개입? 엄격한 법집행 차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기업들의 가격 결정 행위에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공정위가 MB정부 시절 ‘물가위원회’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앞으로 소비재 가격 인상이 있을 경우 공정위가 과감히 ‘칼’을 휘둘러 줄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가격 인상과 관련해 시장에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독과점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담합 등을 통해 가격을 올릴 경우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상위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초과하거나 상위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는 기업을 말한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면 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는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것도 답합을 했다는 정황이나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가능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그야말로 ‘완전경쟁시장’이다. 점유율 상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가격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소비자 선택권이 많은 터라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결국 사업자가 실패를 볼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공정위의 BBQ 조사는 `가격 인상` 행위 자체가 아니라 `가맹법 위반`에 따른 법 준수여부가 핵심이지 지나친 정부의 개입과는 무관하다는 게 지배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게 공정위의 기본 철학”이라면서 “공정위가 관할하고 있는 가맹법 위반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에 BBQ를 조사하는 것이지 시장의 가격 결정 행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