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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병사→외인사' 고(故) 백남기는 말이 없다

입력 : 2017-06-19 05:00:00 수정 : 2017-06-18 07: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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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이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10개월여만에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뒤늦게 수정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측은 지난 15일 사인 변경 방침을 발표하면서 고인의 유족에게 사과했습니다. 병원 측이 뒤늦게나마 사인을 수정한 데 대해 유족 측은 지금이라도 고쳐져서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병원 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연수 서울대 진료부원장이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정권이 바뀐 영향으로 사망진단서도 바꾼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백씨를 진료하고 사인을 진단하면서 서울대병원 측이 보인 어정쩡한 태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위상과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당장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서창석 병원장과 백선하 교수를 지목하고 파면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 원장 등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병원 측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을 경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대병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의 종류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게 된 것은 당시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루어졌다.

병원 측은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표기된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중간사인을 '급성신부전'에서 '패혈증'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은 기존 '급성경막하출혈'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재된다.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바뀐 사망진단서

즉, 사망의 종류가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되면서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가장 큰 원인이 장기간 입원에 따른 내부 장기 손상이 아닌, 외부 타격에 의한 경막 출혈로 정정된 셈이다. 이번에 수정된 사망진단서는 유족 측과 상의해 재발급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조치에 따라 백씨의 사인은 사망진단서가 나온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만에 바뀌게 됐다.

병원이 사망자의 사인을 변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 뒤늦게 이런 조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사망의 종류 수정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의료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남정탁 기자
앞서 백씨는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인은 서울대병원에서 317일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결국 세상을 하직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병원측 누군가는 책임져야한다는 여론 높아

당시 주치의였던 백 교수는 백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록, 유족과 시민단체 측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병원 측은 이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했으나,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백씨의 사망진단서 논란처럼 의사 개인의 판단이 전문가집단의 합의된 판단과 다를 경우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사망의 종류 수정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발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남정탁 기자
이 병원은 또 기존 윤리위원회와 별도로 '의사직업윤리위원회' 운영에 돌입할 방침이다.

해당 위원회는 이번 사망진단서 논란처럼 의사의 개인적 판단이 집단의 합의 수준과 다를 때 의견 수렴과 조율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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