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정규직화 시행 전 줄줄이 해고.. 고용부, 집계조차 없어

세종=신준섭 정현수 조민영 기자 입력 2017.06.19. 05:01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면서 '부당해고 위기'에 처한 이들이 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 들기 위한 간접고용 인력의 '쏠림 현상'도 실태 파악조차 안 된다.

일자리위원회는 고용노동부가 총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다음 달 중으로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원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좋은 정책이 일부 비정규직에게는 해고의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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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사각지대'서 우는 공공기관 비정규직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포함한 ‘100일 플랜’을 발표했다. 뉴시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면서 ‘부당해고 위기’에 처한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당장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계약직 근로자가 주된 대상이다. 예산이 부족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미리 쳐내기를 하는 것이다. 법적 구제책마저 녹록지 않아 비정규직 입장에선 답답하기만 하다.

여기에다 혼선도 빚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 들기 위한 간접고용 인력의 ‘쏠림 현상’도 실태 파악조차 안 된다. 민간 용역업체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민원 제기되는데 현황 파악 ‘깜깜이’

18일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부당해고 구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최근 공공기관의 부당해고 통보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숫자는 파악되지 않는다. 중앙노동위가 전국 13곳의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접수되는 상담 건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에서 접수하는 부당해고 제소 신청의 경우 민간·공공 부문의 구분조차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수는 31만2000명이다. 일자리위원회는 고용노동부가 총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다음 달 중으로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어 8월에 관련 로드맵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 기간에 계약이 만료되는 이들은 각 공공기관의 판단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된다. 일자리위가 출범한 지난 5월 16일부터 로드맵이 나올 8월 사이에 계약만료 시점이 오는 비정규직들은 해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이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주무부처인 고용부나 중앙노동위 모두 ‘깜깜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을 얼마나 책정할지는 전적으로 각 공공기관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원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좋은 정책이 일부 비정규직에게는 해고의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기 동안 재계약하지 못한 비정규직의 법적 구제도 쉽지 않다. 일정한 재계약 기준을 충족할 경우 다시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노동위와 행정법원을 거치는 긴 법정 다툼을 감내해야 한다.

‘정규직화 바람’에 민간용역업체 인력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혼란은 정반대 방향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간접고용의 정규직 전환 기대에 청소·보안 등 용역인력이 공공 부문으로 쏠리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도심공항터미널 등에 보안검색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들은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보안검색 요원 등 과도한 간접고용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한 이후 벌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남용되는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자칫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 집중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수많은 제조·서비스업 분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사실상 원·하청 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세밀하게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방침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조민영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