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비교사들, 기간제 임용우대 추진에 문자폭탄

김명진 기자 2017. 6. 1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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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시험 준비했는데 역차별" 임용 우선권 주는 법안에 반발
국회의원들 하루 수백통씩 문자 받아.. 개정안 발의 6일만에 철회

"학교서 기간제 몇 년 버티면 무임승차하는 꼴이다. 당장 철회해야…."

기간제 교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가 현직 교사들과 일부 임용시험 준비생들의 '문자 폭탄' 세례를 받고 철회됐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 등 11명은 지난 2일 교육공무원법 32조 2항 '기간제 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 의원 등은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기간제 교원의 지위·처우 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만 발의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대로 해당 조항을 삭제하면 임용에서 기간제 교사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별도 임용 절차를 치르게 하는 등 우선권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교원 임용에서는 초등교사 시험에서 해당 지역 교대 출신자에게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일반 교사는 정규직이고 기간제 교사는 비정규직이다.

◇문자 폭탄 하루 수백통

그러자 일부 정규 교사와 임용시험 수험생들은 "추후 교원 임용 시험 때 기간제 교사 우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승용 의원실 관계자 휴대폰으로는 하루 수백 통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교원임용시험 준비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서는 '남들이 피땀 흘려 몇년간 청춘 바쳐 합격한 교육공무원 자리를 기간제 교사들에게 뺏겨선 안 된다' '이럴 거면 기간제 하지 누가 임용시험을 보겠는가' '교사 꿈을 이루기 위해 어두운 고시원에서 7~8년 보내는 예비 교사들도 있다'와 같은 날 선 반응도 나왔다.

2014년 임용시험에 합격한 중학교 국어 교사 양모(28)씨는 "몇 년 전에는 호봉 상한이 없어지는 등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처우는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면서 "해당 조항이 삭제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기간제 교사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2년째 수학과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최모(여·26)씨도 "현재 기간제 교사는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조항을 삭제한다면 실력이 아니라 인맥으로 들어온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 교사와 동등한 지위가 될 수 있는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빗발치는 반대 의견에 개정안은 발의한 지 엿새 만인 지난 8일 철회됐다. 주승용 의원 측은 "개정안은 기간제 교사들에게 특채 혜택이나 임용시험 가산점을 준다는 게 아니라 법률상 기간제 교사에게 차별적인 내용이라고 간주될 수 있는 문구를 삭제하자는 취지였다"면서도 "법안에 서명한 다른 10명의 의원들에게도 문자 폭탄이 쏟아져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의안 취지는 이번 정부 정책 기류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설득에 다소 시일이 걸릴 듯해 일단 법안을 철회했지만 추후 재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회했지만 불씨 남아

기간제 교사들은 서운하다는 입장이다. 지방 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유모(29)씨는 "기간제 교사 중 정규 교사와 똑같이 처우와 고용 여건을 보장해 달라고 떼쓰는 사람은 없다. 다만 필요한 인력이니 고용 안정 방안이나 처우 개선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에도 당시 야당인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학교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교육공무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교직 사회 반발로 철회했었다. 개정안 중 '사용자는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교육공무직원은 급식 조리원,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직원을 뜻한다. 당시 한국교총 등은 "치열한 임용시험을 거친 예비 교사들을 역차별하는 조항"이라고 반대했고, 포털 사이트에 법안 철회 서명이 벌어지는 등 큰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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