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 폐지 안 하면, 통신요금 할인 20→25%로?

김봉기 기자 입력 2017. 6.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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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통신료 절감 대책 추가 보고.. 통신 3사 등 업계 반발]
기본료 폐지 못지않은 파급효과.. 통신 3사 年 4000억~5000억 손실
일방통행식 통신비 인하정책에 휴대폰 판매·통신장비 업체들 "일자리 줄고 폐업 속출" 주장
해외 투자자들 "정부가 왜 간섭"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통신비 기본료(약 1만1000원) 폐지를 놓고 정부와 통신업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19일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약정기간 요금할인' 비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과 저렴한 가격대의 요금제 신설 등 통신 요금 절감 이행 대책을 추가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부는 지난 10일 국정위 업무보고 이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대외 담당 임원들을 불러 자발적인 기본료 폐지를 강하게 주문했지만, 통신 3사가 계속 반발하자 '약정기간 요금 할인'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통신업체들은 이에 대해서도 "기본료 폐지 못지않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고객 발길이 끊어진 서울 대학로의 한 휴대폰 판매점. 휴대폰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통신비를 인하하면 통신 3사가 판매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이 줄어 판매점 1만 2000여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형주 기자

통신사들 "요금 할인 확대는 보조금 축소 불러올 것"

약정기간 요금 할인제는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판매 보조금을 받지 않았을 때 매월 내야 하는 통신 요금에서 보조금에 상응하는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2014년 10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할인 비율은 당초 12%였지만, 정부는 2015년 4월 보조금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20%로 상향조정했다. 미래부는 이와 함께 법 개정을 통해 저렴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신설하고 공공 와이파이(무선랜)를 확대하는 방안도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약정기간 요금 할인제를 꺼내 든 것은 요금 할인제가 기본료 폐지 못지않은 파급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요금 할인제 가입자가 약 1500만명인 점만 단순히 따져보면, 추가 할인에 따른 통신 3사의 매출 손실은 연간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요금 할인 폭이 커질 경우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더 늘어나고 통신 3사의 매출 손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기존 고객 중에서 요금 할인제로 바꾸거나 새로 가입하는 고객들까지 합쳐지면 앞으로 매출 손실액이 2~3배는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요금 할인율 상향 조정에도 통신 3사가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보조금 규모만큼 요금 할인을 해주는 제도여서 통신 3사가 스마트폰 보조금 규모를 확 줄이면 요금 할인율도 낮출 수밖에 없다. 통신업체 한 임원은 "정부가 할인율을 올리려면 그동안 판매 보조금 지급액이 올랐다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며 "솔직히 지금도 판매 보조금보다 20% 요금 할인제가 금액으로 따지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할인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존 걸린 휴대폰 판매점과 통신장비업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중소휴대폰 판매점, 통신장비 업체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휴대폰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통신비를 인하하면 통신 3사가 판매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이 줄어 업체 1만2000여곳이 폐점하고 일자리 4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통신 3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총 7조6000억원을 사용했다. 이 중에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과 휴대폰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의 비중이 90%에 달한다. 기본료 폐지로 인해 통신 3사가 마케팅비를 10%만 줄여도 7600억원이 유통 시장에서 사라져 그만큼 유통 판매점들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 통신장비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1998년 설립된 S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설비 투자를 줄이게 되면 우리 같은 중소 업체는 살 길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한창 5G(5세대 통신) 투자를 늘리며 통신 장비 시장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기본료 폐지 논란이 시작되면서 최근 급격하게 분위기가 냉각됐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 "정부가 왜 요금에 이렇게 간섭"

최근 통신 3사에는 해외 투자기관과 투자자로부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와 질문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의 한 투자자는 "무선시장 전체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왜 한국에선 통신비 인하가 공약으로 나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알뜰폰업체들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니냐"(홍콩 투자자), "정말로 정부가 개입해 기본료가 폐지될 것인지 알려달라"(캐나다 투자자) 등의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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