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넷' 만든 창업 1세대, 블록체인 전문가로

신수현 2017. 6.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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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투자자들에 설명회..1200만弗 규모 이미 팔려
대기업도 뛰어드는 시장..현금처럼 쓸 방법 찾아야

올 10월 가상화폐 '보스코인' 발행하는 박창기 대표

비트코인, 이더리움, 지캐시, 대시….

암호화·디지털·온라인화폐라고 불리는 가상화폐다. 최근 투기세력까지 몰리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인 비트코인·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탄생했다. 가상화폐가 거래되면 해당 내역이 '블록(디지털 장부)'에 기록된다. 일정 이상 거래내역(비트코인은 10분간 거래내역)이 쌓이고, 모든 참여자들이 이 내용을 승인하면 더 이상 거래내역이 저장되지 않는 상태(확정)가 된다. 확정된 블록은 기존 장부에 사슬(체인)처럼 연결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에 기록된 내용을 수정·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자료가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형태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저장되는 분산 방식이라 해킹도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가상화폐를 만들어 비트코인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박창기 블록체인OS 대표다. 그는 올해 10월 블록체인을 적용한 암호화 화폐 '보스코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 투자자들에게 블록체인OS의 비전을 밝히고 보스코인으로 선발행했는데, 17시간 만에 1200만달러(약 135억원)가 모여 2억7600만개가 팔렸습니다. 이 자금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완성하고 10월 보스코인을 정식 발행해 이들 투자자에게 나눠줄 겁니다. 가상화폐 중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처음부터 발행량을 정해놓은 것들이 있는데, 보스코인도 50억개로 발행량을 제한했습니다."

박 대표는 보스코인은 기존 가상화폐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됐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초당 약 7건의 거래를 처리하며 블록이 확정되는 데 1시간가량 걸리지만, 보스코인은 1초에 약 1000번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보스코인을 설계할 때 주인 없는, 즉 누구나 사용 가능한 코인 18억개를 만들었습니다. 보스코인 사용자들은 이 돈을 공유재산처럼 활용할 수 있어요."

박 대표는 한때 주식업계에서 유명한 벤처 기업가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속했던 증권전문사이트 '팍스넷'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대학(서울대 식물학과)을 졸업하고 1981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제당에서 무역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1995년 퇴사한 뒤 뉴욕에서 무역업과 선물트레이딩 등을 했다. 1998년부터는 한국 자본·금융시장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관련 글을 써서 매일 증권 전문 카페에 올렸다. 종목 분석 글도 자주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다수의 사람들에게 주식·금융 정보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99년 3월 팍스넷은 이렇게 출발했습니다. 팍스넷은 '박씨가 만든 네트워크'라는 의미예요."

팍스넷에 접속자가 폭증하자 박 대표는 1999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와 경영에 몰입했다. 팍스넷은 골드만삭스 등에서 투자를 받을 정도로 번창했다. "팍스넷 개설 1년 만에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 트래픽 기준 30위에 올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버가 다운돼서 새 서버를 구입했어요."

박 대표는 2002년 말 팍스넷을 SK텔레콤에 매각했다. 이후 여행·저술활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는 블록체인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2015년 11월 블록체인OS를 설립했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된 적은 있지만, 이는 거래소 자체의 문제였어요. 수많은 해커들이 비트코인을 빼가려고 해킹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죠. 블록체인 기술을 정부 정책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하면 기득권이 정보를 감추거나 조작할 수 없어요."

대기업들도 블록체인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표는 어떤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까.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1000여 개, 거래되는 화폐는 500여 개입니다. 사용자가 많은 화폐가 전쟁에게 이길 겁니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약 1000만명인데, 보스코인 사용자를 5년 내 1억명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보스코인을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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