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곧 쫓겨날 것" 거세지는 런던 화재 후폭풍
"비인간적" 비난 봇물..코빈은 피해자 가족과 포옹 연출
보수당 중진 "지역구서 메이 끌어내라는 압박 거세져"
당 내 신임도 급락..10여 명은 총리 불신임 투표 준비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 수가 최소 5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런던에서 미흡한 사고 대응을 보인 테리사 메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거론되는 등 퇴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 총리는 14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첫 입장을 내놓아 '늦장 대응'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15일엔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도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정치적 라이벌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같은 날 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을 만나고 이번 사고로 실종된 12세 여아의 모친을 위로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메이를 향한 원성은 한층 거세졌다.
메이 총리는 이튿날 뒤늦게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과 화재 현장 인근 교회를 찾아가 피해 주민들을 만났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메이가 교회에서 피해자들과 면담을 하는 사이 교회 밖에 모여든 시민들은 메이 총리에게 "살인자" "겁쟁이"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메이 총리는 이날 저녁 BBC와의 인터뷰에선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두 차례나 동문서답해 소셜미디어에서 "메이봇(메이+로봇)이 또 고장났다"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져 보수당 내부로까지 파고들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수당 안에서 메이 총리의 신임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십여 명의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수당 중진 의원은 "지역구 관계자들로부터 메이 총리가 당 이미지를 더 망치기 전에 빨리 끌어내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가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고처럼 영국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정부의 늑장 대응은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에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부패 척결에 실패한 정부의 상징이 됐다. 그렌펠 타워도 세월호처럼 상징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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