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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플러스] 제자 성폭행·연구비 착취..'하이드씨' 교수들

박현준
입력 2017. 6. 17. 15:10 수정 2017. 6. 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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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텀블러 폭발물 사건 이후 대학원생들의 처우와 교수들의 갑질에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실체, 범행의 충격성과는 별개로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는 바꾸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돼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대체로 이런 대학원생들은 "연구실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교수가 자신들의 장학금을 뜯어내는 것부터 본격적인 '을' 체험을 하게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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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텀블러 폭발물 사건 이후 대학원생들의 처우와 교수들의 갑질에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실체, 범행의 충격성과는 별개로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는 바꾸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돼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17일 대학원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부 대학원생은 연구실에 발을 들이는 첫 날부터 자신이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속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것과 같은 착각을 했다는 얘기를 한다. 학부 때 보던 인자하던 지킬 박사와 같은 교수가 알고보니 흉폭한 하이드씨 였다는 말이다. 대체로 이런 대학원생들은 “연구실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교수가 자신들의 장학금을 뜯어내는 것부터 본격적인 ‘을’ 체험을 하게된다고 한다. 빠듯한 집안 형편에 무리해서 공부를 하는 대학원생 입장에서 보자면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건 시작일 뿐이다.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계속되는 일부 교수의 폭언과 욕설은 상상초월이라고 한다. 교수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온 날이면 연구실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고 한다. 때로는 일부 교수가 나라에서 받는 연구비를 빼돌리는 과정에 가짜 영수증을 만드는 등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고도 한다. 분명 업무상 배임·횡령 등 형법상 중한 범죄에 해당하지만 등 교수가 지시하면 할 수밖에 없는게 대학원의 구조다. 어느 대학원생은 “나랏돈 빼먹는 게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며 “전부 우리 부모님이 피땀 흘려 일하시고 내신 세금아니냐”고 자조했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발표한 ‘2016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대학원생 1222명 중 33.8%가 폭언 및 욕설을 들었다고 응답했고, 교수의 개인적 업무 수행을 지시받았다거나 연구비 관리 등에서 비윤리적 행위를 지시받았다는 응답자는 각각 14.7%와 20.8%에 달했다. 물론 이런 결과조차 “실제보다 너무 적다”는 게 대학원생들의 반응이다.

성추행·성폭행도 빈번하다는 소문이 돌지만 쉬쉬하는 게 대학가 분위기다. 최근엔 고려대의 한 연구조교를 지낸 여성 대학원생 A씨가 최근 자신을 지도하던 B교수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문을 봐주겠다는 이유로 불러내 학교 인근 주점에서 성추행하자 항의를 했더니 조교 해임과 제적 위기 등을 겪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밖에도 한 대학교수가 학교 연구실에서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교수 사회의 자체적인 자정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단적으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서 교수들이 줄줄이 걸려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성균관대 교수 출신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익대 교수출신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숙명여대 교수출신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한양대 교수출신의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줄줄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있다. 이화여대도 류철균·이인성·남궁곤·김경숙 교수, 최경희 전 총장이 재판을 받고있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 ‘나쁜 사람’ 노태강 문체부 2차관 등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직언했다가 고초를 겪은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선 멀쩡하게 교수생활하던 사람이 한국에 교수로 부임하면서 돌변하는 경우도 봤다”며 “이런 현상의 배경에 우리 나라 대학의 구조적 요인은 없는지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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