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애물단지 전락..5억 들인 초대형 가마솥 어쩌나

입력 2017. 6. 17. 08:08 수정 2017. 6. 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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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이 군민 화합을 도모하겠다며 2003년 말 초대형 가마솥 제작에 나서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제작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이 가마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가마솥 본체 제작 틀에 쇳물을 부었는데 쇳물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틀 내 압력이 높아지고 가스가 새어 나오는 바람에 실패를 거듭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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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동안 사용 못하고 방치..혈세낭비·전시행정 대표 사례 오명
매년 관리비만 500만원..괴산군 의견수렴해 이달말 '용도' 결정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80㎏짜리 쌀 50가마를 넣고 밥을 지을 수 있는 세계 최대급 규모입니다. 밥을 지으면 4만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습니다"

충북 괴산군이 군민 화합을 도모하겠다며 2003년 말 초대형 가마솥 제작에 나서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내용이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러나 제작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이 가마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방자치단체 전시행정의 상징이라는 오명만 남았다.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 가마솥은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5㎝다. 규모만 놓고 보면 국내 최대다. 주철도 43.5t이나 들어갔다.

가마솥을 만드는데 5억여억원이 투입됐다. 군은 2억원의 혈세도 모자라 군민 성금은 물론 고철 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가마솥을 만들었다.

제작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가마솥 본체 제작 틀에 쇳물을 부었는데 쇳물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틀 내 압력이 높아지고 가스가 새어 나오는 바람에 실패를 거듭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연이은 제작 실패에도 군이 건립을 강행하자 군수 치적 쌓기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군 계획대로 밥을 짓는 게 과연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했다.

이 가마솥은 천신만고 끝에 2005년에서야 완공됐다.

하지만 오로지 '세계 최대'라는 덩치를 내세워 기네스북에 등재하려던 괴산군의 계획은 수포가 됐다.

호주의 질그릇이 이 가마솥보다 더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가마솥을 완공한 군은 이후 옥수수 삶기, 팥죽 끓이기 등의 이벤트성 행사를 하는데 몇 차례 동원했을 뿐 딱히 용도를 찾을 수 없었다. 2007년부터는 이마저도 중단됐다.

바닥이 두꺼워서 솥 아래쪽과 위쪽의 온도 차가 크게 나기 때문에 사실상 음식 조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제철용·주물용 연료인 코크스가 사용되는데 화력이 엄청나 불 세기를 조절하는 데도 어려움이 컸던 탓도 작용했다.

한마디로 밥을 짓게 되면 솥 아래쪽 쌀은 숯덩이가 되고 솥 위쪽 쌀은 설익게 되는 구조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가마솥을 유지·관리하는 데도 군민 혈세가 들어갔다.

군은 무쇠로 만든 가마솥에 녹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500만원(인건비 포함)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애물단지가 된 이 가마솥의 운명이 이달 말께 결정된다.

군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소 비용을 들여 지붕을 한옥 형태로 만든 뒤 군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전시·홍보용으로 활용할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행사 때 사용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군은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근 설문조사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군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가마솥을 마냥 방치할 수 없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례로 꼽히는 이 가마솥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에 군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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