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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號 칼끝 어디로③]불공정거래 '의혹'…하림·MCM·부영 '덜덜'

편법승계부터 일감 몰아주기·갑질까지…불공정거래 잡는다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진희정 기자 | 2017-06-17 07:30 송고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에 이어 조만간 위·편법 행위가 의심되는 기업에 대한 조사를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업집단의 불공정행위 처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김상조 위원장은 기업집단국 신설 등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최근 편법승계 및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하림과 성주디엠디, 부영 등이다.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 대학생이 하림그룹 최대주주?…편법승계에 일감몰아주기 '논란'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의혹에 휩싸였다.

과거 대기업들이 2세 승계를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으로 이는 불공정 내부거래로 볼 수 있어 공정위의 조사대상으로 거론된다.

현재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1992년생인 김준영씨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대학생이다. 준영씨는 올품과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옛 한국썸벧)를 통해 제일홀딩스 주식 44.6%를 보유하고 있다. 올품→한국인베트스먼트→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준영씨는 지난 2012년 올품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당시 한국썸벧판매(현 올품)를 상속받으면서 준영씨는 증여세로 100억원을 냈다.

100억원은 물려받은 회사에서 나왔다. 올품은 유상감자를 통해 주식을 소각하고 준영씨에게 현금 100억원을 지불했다. 지분 100%를 보유한 준영씨는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금 100억원을 마련한 것이다.

올품은 계열사의 전폭적인 도움 속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올품의 전신이었던 한국썸벧판매는 2012년 매출액 858억원 중 내부거래액 727억원(84%)에 달했다. 2013년 제일홀딩스로부터 양계·축산기업 '(구)올품'을 사들이면서 내부거래비중은 줄었지만 금액은 847억원으로 더 늘었다.

2015년에는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로부터 할부금융사 에코캐피탈 지분 100%를 440억원에 샀다. 당시 에코캐피탈의 순자산은 512억원이었다. 순자산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회사를 산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기업들이 하던 편법승계를 하림이 따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 2~3세들은 소규모 회사를 만들거나 인수한 후 일감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운다. 이후 이 회사를 통한 합병 및 인수 등으로 경영권을 승계해왔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감시와 견제가 덜한 점을 악용해 하림이 편법승계와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며 "과거 대기업들이 쓰던 방식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하림의 편법상속과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국회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지난 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 등을 보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하도급 부도 내몬 성주디앤디, 공정위 "위법있으면 법대로 처리"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또 다른 조사대상은 하도급업체에 장기간 같은 마진을 지급하며 부도로 내몬 MCM 브랜드 운영기업 성주디앤디가 꼽힌다.

올해 3월 에스제이와이코리아·맨콜렉션 등 MCM 제품 제조 하도급업체들은 성주디앤디를 불공정거래 행위를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도급업체들은 성주디앤디가 부당 단가를 적용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2년 동안 이어진 성주디앤디의 정액제를 문제 삼았다. 성주디앤디는 하도급 거래 계약 체결 당시 마진 지급 방식을 정률제로 정했으나 2005년 10월 정액제로 바꿨다.

정액제는 협력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 원청업체가 공임·판매가격 변화와 관계없이 제품 유형과 등급별로 같은 금액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009년 전체적으로 단가를 소폭 인상한 것 외에는 가격 조정이 없었다.

다시 말해 장기간 기술 인건비에 해당되는 공임 마진 인상 없이 하도급업체에 부담을 전가해온 것이다.

가방브랜드를 보유한 주요 패션기업 중 협력업체들에게 오랜 기간 같은 마진을 적용한 패션브랜드는 성주디앤디가 유일하다.

성주디앤디는 최근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하도급업체 대표들을 만나 회유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복수의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임원들이 협력사 사장들을 방문했고 지난 8일과 9일엔 사장들이 성주 본사를 방문해 거래 조건 일부를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성주디앤디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계속되자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봐주지 않고 법대로 처리하겠다"며 "신고 사항에 대해 꼼꼼히 보겠다"고 말했다.

성주디앤디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드러나면 공정위는 과징금과 시정명령, 하도급대금 지급 등을 지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만도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깎아 과징금 8000만원을 물었다.

◇부영그룹 상장사 '0'…오너 배당금·부채비율 ↑

서울 중구 부영사옥 모습(뉴스1DB) © News1 
서울 중구 부영사옥 모습(뉴스1DB) © News1 

부영그룹도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긴 어렵다. 부영그룹은 재벌 총수가 있는 26개 재벌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상장사가 하나도 없는 회사다. 계열사 22곳 모두 비상장사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12위인 부영은 지난해 169억3333만2500원을 현금 배당했다. 2015년과 같은 금액으로 2013년과 2014년 각각 98억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2015년 2436억원에서 지난해 1194억원으로 줄었다.

이중근 회장은 회사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어 158억88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은 2억7700만원(1.64%)을 챙겼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과 수익을 공유할 필요가 없어 배당금이 높다"며 "자녀가 2세 경영자로 나설 경우도 배당금을 늘려 현금 확보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과 일가족은 부영주택과 부영컨트리클럽(CC)·무주덕유산리조트 등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부분 9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부영은 최근 3년간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부영의 부채는 △2014년 8조3217억원 △2015년 10조6742억원 △2016년 12조1726억원으로 3년 사이 4조원가량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 188.4%에 달했다.

계열사 중에는 자본이 잠식되거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도 10개나 됐다.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30대 그룹 소속 1255개 계열사의 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부영에서 자본잠식 계열사는 4곳,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는 6곳으로 전체 22개 계열사 중 45.5%를 차지했다. 이들 계열사들은 적자가 계속 누적되면서 결손금만 쌓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영은 총 22개의 국내 계열사 중에서 12개가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다"며 "지주회사 밖에 있는 계열사 10개 중에서는 8개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데 7개는 이중근 부영 회장이 42.83~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부영은 최근 연이어 업무용 빌딩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태평로 옛 삼성생명 본관, 을지로 삼성화재 빌딩에 이어 이번엔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까지 인수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금이 부동산 자산에 집중되면 유동화 할 수 있는 돈이 묶여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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