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더 좋은 '소니'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다"

성호철 기자 2017. 6.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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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히라이 가즈오 CEO 인터뷰

일본 소니(SONY)가 부활하고 있다. 소니는 올해 역대 최고치인 5000억엔(약 5조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7~8년 전만 해도 1000억엔(약 1조300억원)대 적자에 허덕이며 일본 언론에서 '소니 침몰'이라는 소리를 듣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급랑에서 탈출한 소니호(號)의 선장은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57) 최고경영자(CEO)다. 한때 트랜지스터 라디오, 휴대용 카세트 '워크맨', 최고 화질의 트리니트론TV,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과 같은 신개념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했던 소니다.

히라이 CEO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고객에게 선물하는 '개척자' 소니를 되찾는 게 불변의 목표"라고 했다.

Tech&Biz가 히라이 CEO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난달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히라이 CEO의 경영전략 발표 내용도 일부 포함했다.

―실적이 좋아졌다. 소니는 완전히 부활한 건가.

"올해 영업이익 5000억엔을 올릴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더 중요한 점은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 이후에도 계속 이런 고(高)수익을 올릴 기반이 생긴 것이다. 올해 회계연도가 시작한 지 이제 갓 2개월이 지난 상황이라 긴장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하지만 소니의 부활은 재무적인 실적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고 항상 혁신(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기업이 됐을 때다. 그게 소니다운 것이다. 완벽한 부활을 손에 쥐지는 못했다. 이런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2012년 취임한 뒤 계속 과감한 구조조정을 계속 밀어붙였다.(그는 TV사업 부문을 70% 축소했고 노트북 사업에서 철수했다. 소니의 신화와도 같은 '워크맨'마저 분사했다. 수천명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로 혁신을 추진했다.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미루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CEO로서 책무라고 생각했다.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소니를 남기고 싶다'는 애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앞으로 시장 변화에 따른 일부 개혁은 있겠지만 큰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다. 이런 개혁 끝에 직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새롭게 도전할 자신감과 활기에 가득한 예전의 소니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니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소니 팬(fan)이어서 소년 시절 라디오, TV, 카세트 등 소니 제품에 둘러싸여 자랐다. 소니는 내 생활의 일부였다. 지금도 신제품이 나오면 매장에 직접 가서 손으로 만져본다. 포장 박스를 뜯어본다. 소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소니의 전략 핵심으로 줄곧 '원소니(하나의 소니)'와 '라스트 원 인치(마지막 1인치)'를 꼽아왔다.

"소니 그룹은 전자산업·엔터테인먼트·금융을 주축으로 굉장히 넓은 영역에서 사업을 한다. 광범위한 사업 영역에서도 최적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자는 게 바로 '원소니'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사업 분야뿐만 아니라, 소니 그룹의 전 영역을 고민하는 것이다. 경영진은 CEO에게 보고하는 9명의 집행이사가 각자 사업 영역을 운영하면서도 서로 의견을 나누고 긴밀하게 협력하는 체제를 갖췄다.

'라스트 원 인치'는 고객과 맞닿는 접점이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 접점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전하는 제품을 내놓자는 전략이다. 예컨대 최근 발표한 초고화질(UHD)급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브라비아'나, 세계에서 가장 느린 슬로모션 기능과 초고화질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프리미엄', 초당 20장씩 사진을 찍는 카메라 '알파9'이 이를 실현한 제품이라고 자부한다."

―주목하는 신(新)사업 분야는.

"로봇·인공지능(AI)·가상현실(VR)은 소니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본래 소니는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이는 제품을 만드는 데 강했다. 소니의 강점인 영상·음향기술과 사물을 인식하는 '눈'에 해당하는 이미지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생활공간을 바꿀 새로운 제안을 할 것이다. 로봇 분야는 2006년 강아지형 로봇 '아이보(AIBO)' 생산을 중단한 지 10년 만인 작년에 재진출했다. 로봇 분야에서 복수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은 신형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PS4)와 디지털카메라에서 얼굴 인식을 하거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이어'에서 음성 조작과 손동작 인식 등의 형태로 이미 많이 활용하고 있다."

"VR 분야는 작년 10월 발표한 게임기 'PS VR'의 인기로 소니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출시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할 정도였다. 올 2월 제품 증산에 나서 공급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PS VR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만 벌써 100개 이상이 나왔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비(非)게임용 콘텐츠 제작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VR이야말로 소니 그룹이 가진 전자 제조 기술과 영화·음악·게임 같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차기 사업의 중추로 육성하기 위해 그룹 전체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다가 이제는 '기술 중시 CEO'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소니의 원로들은 그의 취임 때 "잘못된 지도를 손에 든 선장과 폭풍우 속을 향해하는 배"라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는 테크놀로지를 좋아하고 매우 중시한다. 연구개발(R&D)이나 상품 개발의 현장에 가는 일이 내게는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다. 테크놀로지를 '모노즈쿠리(物作り·물건 만들기)'라는 관점으로 본다. 상품의 가치는 '기능가치'와 '감성가치'로 구성된다. 기능가치는 세상의 불편을 해소하고 고객들에게 '와~ 대단하다'는 환호성이 나오게 하는 기능이다. 꼭 이런 상품을 내놔야 한다. 뛰어난 디자인과 손으로 만질 때의 질감 등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는 게 '감성가치'다. 소니는 창업 이래 감성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여겨왔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디자인과 질감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고민해야 한다.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상품이냐는 질문이다. 소니의 목표는 기능가치와 감성가치를 모두 갖춘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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