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랜드마크라면 '유리 커튼' 하나쯤은 걸쳐줘야죠

김수지 프랑스 공인건축사 2017. 6.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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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속 과학] <4> 유리 외벽 가능케한 '커튼월 공법'
외벽은 하중 받지 않는 일종의 '커튼' 역할만
건물 높이·구조 상관없이 유리건물 지을 수 있게 돼
63빌딩·삼성타운 등 모두 커튼월 공법 사용

1984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개축 공사를 맡았다. 페이는 루브르 광장에 뜬금없이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본뜬 건축물을 유리로 짓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9년 603개의 마름모형과 70개의 삼각형 등 모두 673개의 유리 조각을 이어붙인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가 완성됐다.

유리 피라미드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당시 루브르는 여러 건물이 분산돼 있고 여유 공간이 없었다. 페이는 건물 사이 가운데 광장을 파고 휴게실과 쇼핑시설, 매표소 등을 배치했다. 정문 역할을 하는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는 지하 공간인 이곳에 '빛'을 불어넣는 수단이었다.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아이디어 덕분에 루브르는 전 세계에서 출입구가 가장 독특한 박물관이 됐다.

장 누벨이 설계한 미국 뉴욕의 100 11번가 빌딩(위 왼쪽 사진)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위 오른쪽)은 커튼월 공법을 이용해 외벽 전체를 유리로 덮었다. 루브르박물관 정문인 유리 피라미드(아래)에는 유리 조각 673개가 사용됐다. / 위키미디어

◇투명한 유리에 강도를 보태다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에서 볼 수 있듯이 건축에서 유리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이다. 하지만 유리는 약하고 깨지기 쉽다. 강하고 튼튼한 건물을 지어야 하는 건축의 기본에 가장 맞지 않는 소재이다. 유리가 현대 건축의 주연이 된 것은 강화유리가 본격 개발된 20세기부터이다.

강화유리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풍랭강화는 고온에서 만들어진 유리 표면에 찬 공기를 쏘이는 방식이다. 찬 공기를 쏘이면 유리의 표면은 빨리 식고 내부는 천천히 식는다. 표면이 먼저 수축한 다음에도 내부가 계속 수축하면서 표면 조직의 밀도가 조밀해진다. 그 결과 일반 유리보다 3~5배 강해진다.

화학적 방법으로 강화유리를 만들 수도 있다. 유리를 질산칼륨 용액에 넣고 온도를 높이면 유리 속의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오고 더 큰 칼륨 이온이 그 자리에 들어가면서 조직이 단단해진다. 마지막 방식은 얇은 필름을 유리 사이에 끼워 넣는 안전 접합 유리이다. 필름의 굴절률이 유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물감이 없지만, 유리가 파손되더라도 조각이 튀지 않아 천장, 난간 등 극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곳에 주로 사용한다.

유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강도뿐이 아니다. 빛과 함께 열도 유리를 쉽게 오가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난방열이 빠져나가고, 여름에는 태양열이 실내를 뜨겁게 달군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열손실량 20~40%가 유리벽이나 창을 통해 일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로이(Low-E) 유리이다. 표면에 금속을 얇게 코팅해 빛은 들어오고 열은 반사하도록 만든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과 내부에서 나가는 열을 모두 막아주기 때문에 일반 유리보다 최대 50% 에너지 효율이 높다. 코팅에는 산화주석, 은, 티타늄, 스테인리스 등을 사용한다.

◇커튼월로 유리 외벽 가능해져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은 하늘을 그대로 비추거나 주변 조명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등 도시에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최근 지어지는 고층건물의 경우 대부분 외벽을 유리로 덮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런 유리 외벽은 '커튼월(curtain wall)'이라는 건축공법을 사용한다. 아무리 강화유리를 쓰더라도 엄청난 건물의 하중을 버티기는 힘들다. 커튼월은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지 않고 분리된 일종의 외부 칸막이이다. 내부 건축물과 별개로 설치된 커튼인 셈이다.

커튼월 공법은 건축가들에게 무한의 자유를 선물했다. 건물 구조와 상관없이 건물 바깥쪽 부분의 모양이나 장식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발터 그로피우스, 장 누벨, 리처드 로저스 등 수많은 건축가가 전 세계 도시들에 세운 수많은 랜드마크도 커튼월 공법을 이용했다. 여의도 63빌딩, 서초동 삼성타운,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한국의 대표 건축물들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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