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Why] 생수 나르다가 배달원 허리 디스크까지.. 배달 개수 제한하는 유통업체 늘어

김수경 기자 2017. 6.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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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L짜리 6개 묶음 12kg 넘어.. 일부선 아예 배송 안 해
소비자들 사이선 불만도.. 기사들 "우리도 사람인데.."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던 최모(63)씨는 집에서 마실 2주일치 생수 3묶음을 결제했다가 한 묶음을 환불했다. 2L짜리 생수 6개들이 2묶음까지만 배달해준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마트 관계자는 "배달 기사들이 2묶음 이상씩을 옮기려면 힘들어해서 배달 개수에 제한을 뒀다"고 답했다. 2주에 한 번씩 3묶음을 구매해왔다는 최씨는 "당연히 배달될 줄 알고 차를 안 가지고 갔는데 갑자기 안 된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음 날 마트를 들러 한 묶음을 더 배달시켰다.

생수 배달에 제한을 두는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다. 무거운 생수를 대량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 배달 기사들의 고충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는 이런 조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소셜 커머스 업체 배달원으로 1년간 근무했다는 이모(27)씨는 지난 3월 회사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허리에 디스크가 생겼고 양쪽 어깨 회전근이 손상된 상태였다. 입사할 때 건강검진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병이었다. 이씨는 "생수·음료수 나르는 게 제일 고역이었다"고 말했다. 가정집에선 일주일에 2L짜리 생수 6개 묶음을 한두 개씩 시키지만, 부동산중개업소나 PC방 등에서는 음료수 페트병과 30개들이 캔 묶음을 여러 개 주문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이씨는 "2L짜리 콜라와 사이다 6개 묶음 22개를 한꺼번에 주문한 당구장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이었다"며 "당구장 주인에게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 배달 기사가 하는 일이 뭐냐고 따지더라"고 말했다. 1년2개월째 배달 기사로 일하는 임모(32)씨는 "생수 6개짜리 묶음 여러 개를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고객들이 아주 많다"며 "배달 기사도 사람인데 한 묶음에 10㎏이 넘는 생수 여러 개 옮기느라 계단 오르내리는 걸 보면 도와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L짜리 생수는 페트병 하나에 2㎏이 조금 넘는다. 포장 무게까지 따지면 6개 묶음은 12.2㎏ 정도다.

배달 기사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대형 마트나 인터넷 유통업체에선 생수 주문 개수를 2~4개로 제한하고 있다. 쿠팡은 쿠팡맨들의 힘든 점을 파악하고 작년 5월 아이디 1개당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생수 개수를 4묶음으로 줄였고 6월엔 2묶음으로 다시 줄였다. 대형 할인마트인 킴스클럽에서는 지난 5월 말부터 3묶음까지 배달해 주던 것을 2묶음으로 줄였다. 이마트는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 2L 생수 6개 묶음을 3개까지만 주문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과 매장 모두 2묶음까지만 배달 가능하다. 일부 업체에서는 아예 생수 주문을 받지 않는 곳도 생겼다고 한다.

제한이 생긴 뒤 소비자들 사이에선 잠시 논란도 일었다. 개수 제한을 시작한 한 마트 관계자는 "대체 기준이 뭐냐고 화를 내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마트 고객센터엔 "음료수는 되는데 생수만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배달 생수에 개수 제한이 생겼지만 배달 기사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한 배달 기사는 "일주일에 4묶음 주문하던 집에서 수·금요일로 나눠서 2개씩 주문하더라"며 "아예 생수 배달을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 기사 이모(25)씨는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한꺼번에 여러 개 배달하지 않도록 바뀐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며 "소비자들이 배달 기사의 고충을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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