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초등생 버스 용변' 사건, 아동학대 맞나?

한경진 기자 2017. 6. 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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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즐거운 현장학습 길이 예기치 못한 ‘용변 사태’에 악몽으로 변하고, 경력 30여년의 담임 교사가 ‘직위 해제’된 채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된 사건.

<디테일추적>은 이틀 전 ‘버스 기사’는 왜 달리던 버스를 멈추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알아봤다. ‘용변을 위한’ 갓길 정차는 도로교통법 64조 위반이고, 교통 사고 위험성이 커서 사고가 날 경우 기사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이 일부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경진 기자

‘용변 문제’는 살다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여서일까. 조선닷컴의 많은 독자분들께서 마치 자기 일처럼 아이의 심리 상태를 걱정하는 동시에 “선생님도 억울하다”는 의견을 남겨주셨다. 오늘은 과연 선생님의 대응 과정은 어땠는지, 정말로 ‘아동 학대’ 소지가 있었던 건지 따져보기로 했다.

담당 교사는 어떤 입장?

우선 선생님은 큰 충격으로 인해 연락이 현재까지 닿지 않는 상태. “선생님 역시 상심이 큰 나머지 전화·문자 연락에도 답이 없고, 인터뷰는 더 더욱 나서려고 하지 않고 있어요. 마음이 여리신 분이셔서 이번 일로 제자와 다투는 것처럼 보여질까봐 굉장히 슬퍼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교원단체 총연합회 이미경 정책국장은 “14일 대구교총은 교육청에 교사 직위해제를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며 “학대는 의도적으로 사람을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하는 행위인데, 이번 사건은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교사 과실로 모두 몰고 갈 일이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교총

결국 사건 내용에 대해 아는 교육청·경찰서·교총·휴게소 관계자 등의 ‘전언’을 통해 당일의 행적을 종합해봤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버스 안, 아이는 낯빛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오전 6시30분쯤 단체버스 7대가 천안으로 출발했다. 천안독립기념관에서 뜨거운 나라 사랑의 마음을 기르고 돌아오는 것이 이날 현장학습의 목표였다.

/해당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아이는 아침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선생님은 “어디가 아프냐”고 아이에게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선생님은 아이에게 지압을 해줬다. 버스가 대구 시내를 벗어나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아이는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일단 가장 가까운 첫 번째 휴게소였던, 칠곡휴게소(대구에서 약 30여㎞ 떨어진 거리·30여분 소요)는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후 사태가 급변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을 맞닥들인 아이는 “화장실이 급해서 못 참겠다”고 소리쳤다. 선생님은 버스 기사에게 “잠시 세워달라” 했지만, 기사는 갓길 정차를 거부했다. 교사는 나머지 학급 아이들에게 “오늘 일은 비밀”이라며 버스 앞 자리로 모두 오라고 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말고, 친구를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해줘야한다”고 신신 당부했다. 이어 여자친구 몇 명이 서서 아이를 가려줬다. 아이는 버스 맨 뒷 좌석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봤다.

/네이버 지도

아이는 혼자 휴게소에 남았다.

용변 사태 10여분 뒤 도착한 휴게소는 칠곡휴게소에서 약 40㎞ 떨어진(20여분 소요) ‘선산휴게소’다.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에게 “선생님이 버스에서 똥을 싸게 했다”고 말했고, 엄마는 크게 분노했다. 교총에 따르면 엄마는 선생님에게 전화로 “당장 아이를 휴게소에 놔두고 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엄마의 강권에 따라’ 휴게소 커피숍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저 안에 가서 엄마를 기다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선생님은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현장학습을 떠났다. 선생님은 이후에도 “엄마 오셨냐”며 아이와 수차례 통화하고,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선산휴게소 관계자는 “14일 경찰이 찾아와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촬영해갔다”며 “이번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휴게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CCTV에 따르면 10일 오전 단체버스가 줄지어 들어왔다가 다시 떠나요. 그런데 오전 7시24분 영상에 이런 장면이 잡혔습니다. 주차장에서 30~40m를 운행하며 휴게소를 떠나려던 버스 한 대가 갑자기 멈추고, 여자 어린이가 혼자 내렸어요. 이후 아이는 휴게소 안을 서성거리면서 돌아다닙니다. 우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한 시간뒤 엄마가 나타나자 아이가 펑펑 울기 시작하는 장면이 녹화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모녀가 떠났어요.”

대구광역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후 엄마가 교육청에 ‘아동 학대’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결국 경찰 수사에 이르고 말았다”고 말했다. “민원 사항에 ‘아동 학대’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해당 초등학교가 의무적으로 아동보호기관에 신고 접수를 하게 되어있어요. 학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말에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 조사를 마친 뒤 대구 수성경찰서가 사건을 가져가 선생님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어요. 선생님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이라 일단 직위해제가 되었고, 사건 결과가 최종적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 집에서 쉴 것 같아요.”

버스 안보다 휴게소 방치가 문제였나.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의 무대인 버스 안과 휴게소 중에 ‘버스 안에서 벌어진 얘기’에 훨씬 더 경악했다. 사춘기에 곧 접어들 여자 어린이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반 공개적’으로 용변을 봐야한다니 수치심이 엄청 났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법적으로 따졌을 땐 ‘휴게소 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래는 성폭력·아동학대 사건 변론 전문가인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 설명이다.

/조선일보DB

-버스에서 아이가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면 아동학대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버스 안에서 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여요. 그런 조치마저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 지 생각해보세요. 오히려 휴게소에 놓고간 게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한 시간 정도 휴게소에 혼자 둬도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법률은 딱 그 상황을 ‘방임’이라고 부르죠. 미국은 대부분의 주(州)에서 부모가 어린아이를 집 밖에 홀로 둬도 ‘방임’’아동학대’라고 판단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마트에 갔다가 너무 운다고 차 안에 두거나, 혼자 잠을 재워두거나 이러면 방임으로 보고 있죠. 보호 상태에서 이탈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겁니다.”

-6학년은 어리다면 어리고, 컸다면 컸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네요.

“지금 제가 지하철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데, 주변에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혼자서 씩씩하게 잘 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군요. ‘방임’을 판단할 때엔 아이의 ‘나이’와 어떤 ‘장소’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만약 아이가 고등학생이었다면 이 정도로 문제가 되진 않았을 거에요. 선생님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비보호’ 상태에 뒀는데, 그것도 일상 생활 반경을 벗어난 낯선 휴게소에 뒀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어린이가 혼자 낯선 공간에서 무슨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고, 납치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이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수차례 ‘우리 애를 놓고 가라’라고 했다는데, 선생님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물론 선생님이 얼마나 억울하실지 저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엄마는 매우 화가 나있던 상태였고, 그런 격한 상태에서 엄마가 ‘강권’했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의 ‘보호 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설사 그냥 두고가라고 했다고, 그냥 두면 안됩니다. 제3자에게 보호 상태를 ‘인수·인계’하려는 노력을 했었어야 해요. 휴게소 안내데스크나 직원에게 ‘곧 엄마가 찾아올 테니 그 때까지 맡아달라’고 조치했어야 해요.”

-그렇군요…. 30여년 경력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그러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지난 2014년 9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이 시행된 이래 많은 아동 학대 관련 사건들이 언론에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판례가 많이 형성돼있지 않아요. 이번 케이스도 처음 보는 사건 형태고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기는 좀 부담스러워보이긴 해요. 과연 이번 건이 공무원의 직위를 아예 잃어버릴만큼 중한 사안인지 저마다 생각이 다를거에요. 학부모와 합의가 잘 된다면 기소유예 선에서 끝날지 모르고요. 확실한 건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임’에 대해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요.”

대구교총 관계자는 “선생님이 휴게소에서 어떤 사람에게 보호 조치를 ‘인계’했더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당시 6학년 전체 학생을 통솔하는 부장이었던 선생님이 엄마가 계속해서 언성을 높이니 순간적으로 판단 착오를 한 것 같다”며 “부족했던 부분은 선생님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대구교총은 이번 건이 직위해제라는 징계까지 가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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