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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북한서 심각한 뇌손상"…분노한 미국



미국/중남미

    "웜비어 북한서 심각한 뇌손상"…분노한 미국

    • 2017-06-16 07:44

    워싱턴포스트 "대북제재 더 강화하라"주문도…북한과 대화 가능성 더 희박해져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그는 아들이 북한에서 재판받을 때 입은 자켓을 입고 나왔다.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만에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북한이 1년 넘게 웜비어를 혼수상태로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족들은 분노하고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관계는 더욱 악화되면서 대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외부자극에 반응 없어…호흡정지로 뇌세포 손상된 듯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10시 오토 웜비어가 미국 신시내티 런킨 공항에 도착할 당시 방송 카메라에 잡힌 그는 삭발을 하고 산소마스크를 낀 상태였다. 멀리서도 의식이 없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40시간 뒤인 15일 미국 신시내티 대학병원의 의료진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가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자가호흡을 하고, 눈을 깜빡이는 정도일 뿐 주변의 자극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아마도 어느순간 호흡 정지가 일어나 뇌세포가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으로부터 웜비어의 뇌 MRI 사진을 건네받았는데 날짜가 지난해 3월이었다고 밝혔다. 이미 1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의료진들은 웜비어가 식중독에 걸렸다가 수면제를 먹고 의식불명이 됐다는 북한의 설명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재판 받는 도중 울먹이는 오토 웜비어 (사진=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쳐)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돌아온 아들을 본 가족들은 안도와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그가 이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안도감이 든다"면서도 "아들이 오랜 기간 잔인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북한이 혼수상태인 아들을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고 1년 넘게 방치하면서, 그동안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오바마 전 정부의 관리들이 '조용히 있으라'고만 말했다"며 전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내 아들을 데려오도록 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미국 공항에 도착한 직후, 웜비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드 웜비어는 아들이 북한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 입었던 자켓을 입고 이날 기자회견장에 섰다.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그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종종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 "사악한 북한", 분노한 미국

    한편, 오토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롭 포트먼 상원 의원은 웜비어의 송환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웜비어를 구속한 뒤 1년 이상 영사의 접견을 금지한 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무시한 극도의 사례"라고 북한을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 의원도 "웜비어의 건강이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독한 상황임에도 북한 정권이 그를 장기간 구금한 것은 보편적 인도주의 규범에 위배되며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자 사설에서 "이는 세계의 가장 사악하고 고립된 정권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잔인한 행위"라며 "처벌받지 않은채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한단계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또 이날 "서구 사회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독재 정권의 사악함을 우리는 파악조차 할 수 없다"는 웜비어의 친구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 미국 내 북한 여론 악화… 대화 가능성 희박해져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웜비어의 송환이 외려 미국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CBS 특파원 등 일부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며 "북한에 억류된 나머지 3명의 미국인이 풀려나더라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한국담당보좌관도 미국의소리 방송에서 웜비어가 깨어나지 못할 경우 북미 관계 악화로 대화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 문제를 남북주도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지만, 미국의 협조를 얻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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